2023년 7월3일, 김채환(62) 신임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장이 취임식을 위해 충북 진천군 진천본원의 강단에 올랐다. 그가 공무원 교육기관의 수장으로서 처음 꺼낸 말은 윤석열 대통령의 철학에 관한 이야기였다. “교육은 백년지대계요, 공무원 교육은 천년지대계다. 이것이 윤(석열) 대통령님이 공무원 교육에 내린 철학적 지침입니다.”
이로부터 나흘 전, 대통령실은 15명의 장차관급 정무직 인선안을 발표했다. 그중 한 명이 김 원장이다.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장은 차관급 자리다. 신임 인재개발원장으로 지명되기 직전까지 그는 자신의 유튜브 <김채환의 시사이다>를 운영했다. 채널 설명에는 ‘진실된 뉴스, 팩트를 기반으로 정치 사회적 사건의 이면을 분석하여 전달하는 채널’이라고 돼 있다. (2023년 7월13일 기준 채널 설명은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철학이 모든 국민들께 올바로 전달되도록 합니다’로 바뀌었다. 동영상은 모두 비공개로 전환됐다.)
단정한 양복 차림으로 취임사를 하는 김 원장의 모습은 유튜브 영상 속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른 점은 ‘확신’의 표현이었다. 유튜브 영상에서 윤 대통령의 의중을 언급할 때면 “윤 대통령의 결심일 것”이라거나 “윤 대통령의 중요한 다음 목표일 것” 등 추정하는 방식이었다면, 이번엔 확고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김 원장을 발탁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교육 분야에서 일했고, 언론사에서도 근무했다. 인재개발원이 공무원을 상대로 재교육하는 곳이기에 교육과 소통 능력이 뛰어난 분을 찾았고, 거기에 합당하다고 판단해서 내정한 것이다.”
그가 유튜브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2020년부터 인재개발원장으로 지명되기 전까지 올린 동영상은 277개, 편집해서 올린 짧은 영상(쇼츠)이 50여 개였다. 영상마다 주제는 달랐지만 이를 관통하는 사상적 배경은 한마디로 ‘극우'였다. 극단적인 주장과 막말 등을 핵심 콘텐츠로 삼는 유튜버는 어떻게 국가기관의 수장으로 직행할 수 있었을까. <한겨레21>은 그의 유튜브 영상과 관련 인터뷰를 통해 이 질문에 답해보려 한다.
김 원장은 경력의 대부분을 교육업계에서 보냈다. 1990년대부터 서울 신림동에서 고시 영어를 가르쳤다. 당시 신림동 고시촌에서 ‘대강사 1호’로 부를 정도로 인기 있는 강사였다고 한다. 2002년 2월5일치 <한겨레> 기사를 보면 “전성기에는 한 달에 1천여 명의 수강생들이 그의 강의를 듣기 위해 전국에서 몰려들곤 했”을 정도다.
언론에도 관심이 많았다. 그가 운영하는 유튜브엔 대표 경력 세 가지(전 법률저널신문사 발행인·대표, 전 <서울신문> 칼럼니스트, 전 서울사이버대학교 전임교수)를 써놨는데 그중 두 가지가 언론 관련 경력이다. 그는 1998년 각종 고시 정보를 전달하는 <고시정보신문>(현 <법률저널>)을 만들고, 2000년 <서울신문>에 ‘고시촌 산책'이라는 제목의 칼럼 10여 건을 기고했다. 당시 칼럼은 고시 관련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김 원장의 강의는 ‘암기’보다는 ‘이해’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1990~2000년대 그의 강의를 들은 수강생들은 대체로 강의가 논리적이었고, 이해할 수 있도록 가르쳤다고 기억했다. 한 포털사이트 카페엔 “굉장히 수학적으로 논리 있게 가르쳐주셔서 이해가 쉬웠다”라거나 “강의 모토는 이해하는 영어”라는 평이 남아 있다. 한 학생은 “대부분의 선생님이 중요 사항을 암기하라고 강조하시지만 왜 그러한 것을 암기해야만 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도록 잘 가르쳐주신 선생님은 없었다. 김채환 선생님의 강의는 왜 이러한 문법 사항이 나오는지를 이해시켜준다”고 설명했다.
한때 잘나갔던 김 원장도 2010년대 들어 점차 인기가 떨어졌다. 국내 강사·학원 리뷰 플랫폼에 올라온 최근 후기는 강의 초기의 후기와는 다소 달랐다. 2018년 작성된 후기를 보면 “자기주장이 강하다”거나 “욕도 많이 하고 정치 얘기를 꺼내서 학생들과 싸운다” 등의 이야기가 있다. 또 “옛날식 문법 나열이고 이해 위주의 수업보다는 교과서를 풀어낼 뿐”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그가 유튜브를 시작한 시점도 이즈음이다. 첫 번째 영상이 올라온 건 2018년 11월이었다. 시사 현안과는 거리가 먼 ‘고라니' 영상이었다. 이후 한동안 뜸하다가 본격적으로 영상이 올라온 것은 2020년 코로나19가 대유행하면서였다. 초반 서너 개의 영상은 코로나19와 관련한 외신 보도 등을 소개하는 내용이었다. 그러다 2020년 4월 진성호 전 의원이 운영하는 유튜브 <진성호방송>을 소개하는 것이 분기점이 된다.
<진성호방송>은 현재 구독자만 181만 명으로, 보수 유튜브 가운데 가장 많은 구독자를 보유한 채널이다. 김 원장은 당시 “대한민국에서 가장 성공한 정치평론가를 소개하고자 한다. 정말 대단한 능력의 소유자”라며 진 전 의원 채널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거대한 퇴보를 기록한 혼돈의 시기”라며 “난세는 영웅을 만든다”고 했다. 이 영상은 그가 올린 영상 중 처음으로 조회수가 1만 회를 넘었다. 보수, 그중에서도 극우세력의 지지층을 확인할 수 있는 유의미한 수치다.
김 원장의 유튜브 초기 영상(2020년)은 지지층 가운데도 타깃 구독층이 선명하다. 제21대 총선(국민의힘 전신 자유한국당이 패배한 2020년 4월15일 선거) ‘부정선거’ 음모론을 믿는 극우 콘크리트 지지층이다. 김 원장은 초기 영상에서 “선거에 외세 개입이 없었다, 조작이 없었다고 생각할 게 아니라 열린 마음으로 들어보십시오. 약간의 가능성이 있는 측면이 있진 않을까요?”라고 말하는가 하면, “총선 무효 소송이 187건 제기됐다. 무슨 이유인지 법규 어겨가면서까지 선거 소송 모조리 뭉갰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형적인 ‘권위 기대기’ 화법도 있다. “자유한국당 당대표 지냈고 국무총리 법무부 장관 검사 황교안 전 대표마저 이렇게 얘기했다”며 “4·15 총선은 선거 부정이다. 대법원이 증거인멸에 앞장서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공산당이 국회의원선거에 개입했다”거나 “양정철이 기획한 부정선거”라는 등 근거 없는 주장을 내보냈다.
이 시기 문재인 전 대통령이나 여당이던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비판도 중간중간 넣기 시작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감사원장을 지낸 최재형 국민의힘 의원에 대해서는 우호적인 편이었다. “최 감사원장이 성역 없는 감사를 하면서 들쑤시기라도 한다면 문재인 정부 하나하나가 들춰질 수 있고, 대통령의 레임덕은 가속화될 것”이라는 식이었다. 제20대 대선이 다가오면서는 윤 대통령 내용도 다루기 시작했다. 윤 대통령 당선 이후에도 극우 성향의 방송은 계속됐다. 극단적인 전제로 주장을 펼치다보니 그가 내리는 결론도 대부분 극단에 이르렀다.
<i>“이 땅에 존재하는 회사들 대부분을 민노총이 접수했다고 봐도 될 정도로 문재인 정부하에서 이들은 가히 압도적이라 할 만큼 성장했습니다. (…) 민노총의 간부들이 북한의 지령에 의해서 민노총의 모든 행동 방향을 정하고 움직여왔다는 사실입니다.”([속보] 윤 대통령의 결심이 임박한 상황, 2023년 6월6일)</i>
대법원 판결의 배후에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있다거나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간첩이라는 식의 뻔하지만 호응이 높은 극단적인 주장을 반복했다. 2023년 3월 대통령실이 한국방송(KBS) 수신료 납부 방식 이슈를 꺼내들었을 때, 김 원장은 ‘[속보] 좌파 간첩들, 설마 여기까지 침투할 줄은' 영상에서 이렇게 이야기한다.
<i>“윤 대통령의 뚝심으로 보건대 (…) 한마디로 KBS는 민노총의 방송이다 이렇게 선언한다면 지나친 과장 같아 보이십니까. 민노총이 지배하는 KBS, 이들 위해 몸을 던지는 민주당 의원들, 이래도 각이 잡히지 않으십니까? (…) 이 사람들이 뭡니까 국회의원의 탈을 쓴 간첩입니까?”</i>정부·여당과 김 원장의 유튜브는 서로를 반사하며 ‘가짜뉴스’의 증폭기가 돼줬다. ‘[속보] 한 장관 귓속말 & 장고 끝낸 윤통의 결심'(2023년 6월14일) 영상엔 박근혜 정부 말 촛불시위에 중국이 유학생 7만여 명을 동원해 참여하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2017년부터 극우단체 등을 중심으로 단골로 등장하는 ‘가짜뉴스’다. 2022년 12월 국내 체류 외국인의 선거 참여를 제한하는 법안을 발의한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6월12일 “현재 약 10만 명 정도의 중국인이 지방선거 투표권을 갖고 있다. 중국은 대한민국 내정에 간섭할 수 있는 현실적 수단을 갖고 있다”며 군불을 땐 뒤 올라온 영상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6월2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중국인 투표권 박탈’을 발표했다.
윤 대통령의 ‘국책’에는 적극적으로 호응했다. 대표적인 것이 ‘카르텔'이다. 윤 대통령은 2021년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처음 ‘카르텔'이란 표현을 쓴 뒤, 최근 들어 부쩍 자주 ‘카르텔’을 사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노조나 사교육 업계 등 정부가 문제 있다고 지적한 곳에는 예외 없이 ‘카르텔’이란 표현이 나왔다. 김 원장도 여러 방송 영상에서 ‘카르텔'을 반복했다. ‘좌파 카르텔'(6월6일), ‘민노총 카르텔’(5월18일), ‘이익집단 카르텔'(5월10일), ‘방송 카르텔'(5월3일) 등 윤 대통령의 발언에 발맞췄다.
혐오발언과 막말도 반복됐다. 김 원장은 2023년 6월14일 방송에서 <i>“우리나라 2030이 지금처럼 중국을 극혐한 적이 있었습니까”</i>라며 중국 혐오를 조장하거나, 5월23일 방송에선 <i>“세월호의 죽음, 이태원의 죽음. 죽음을 제물로 삼아 축제를 벌이고자 하는 자들의 굿판을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i>라고 말했다. 이에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은 “공무원들의 재교육을 책임지는 기관의 수장으로 사회적 참사에 대한 막말도 서슴지 않는 극우 유튜버”라며 “희생자를 모욕한 김 원장은 자리에서 즉각 사퇴하라”고 성명을 내기도 했다.
분명한 ‘극우' 성향 영상을 지속해서 올렸음에도 구독자 수는 꾸준히 늘어났다. 특히 윤 대통령의 당선 전후로 빠르게 늘었다. 윤 대통령 당선 때 20만 명이 조금 넘던 구독자는 1년 만에 두 배 넘게 성장해 현재 약 55만 명에 이른다. 김 원장이 운영한 유튜브 채널이 정치나 시사 현안을 다루는 다른 유튜브 채널과 비교해 크게 다른 점은 없었다. 섬네일에 정치인 얼굴과 함께 ‘어그로’를 끄는 단어를 크게 배치하는 형태는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정치 유튜브에서 쓰는 방식이다. 제목에 ‘속보’나 ‘긴급’을 넣어 주목을 끄는 것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구독자 수가 늘어난 배경엔 그가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이 있었다. 윤 대통령 당선 이후 김 원장은 노골적으로 대통령을 중심에 두고 영상을 찍었다. 대통령 발언의 의미가 무엇인지, 대통령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등을 끊임없이 설명했다. 마치 ‘윤석열'이라는 종교의 교리를 설교하는 목회자 역할과 비슷했다. 사사건건 이를 막아서는 민주당과 민주노총은 북한과 한통속인 ‘절대 악'으로 묘사됐고,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이단'처럼 취급됐다.
<i>“이번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강경한 자세는 이번 미국 국빈 방문에서 한국이 미국과 그 어느 때보다도 단단한 혈맹임을 보여주고 우리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에 걸맞은 역할을 미국이 요구한다면 기꺼이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입니다.”([속보] 너무 아플 것이다, 2023년 4월23일)</i>3월29일 올린 ‘[속보] NPT 탈퇴 준비, 참모들도 말릴 수 없었다' 영상을 보면 김 원장이 윤 대통령의 의중을 해석하는 전형적인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는 당시 핵무장 관련 윤 대통령의 발언에 담긴 의미를 설명하면서<i>“윤 대통령은 핵무장에 대한 결심은 이미 확고하게 서 있다고 해석된다”</i>고 말했다. 또<i>“한국의 핵무장은 미국의 용인 이해 양해가 필요한 사항이기 때문에 미국 측에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기 바란다는 신호를 보낸 것일 수 있다”</i>고도 말했다.
오랫동안 학원에서 강의했기에 그의 화법과 말투는 다른 유튜버들과 달랐다. 10분 내외의 영상에서 그는 대통령의 발언이나 현상에 관해 설명한 뒤 “첫 번째” “두 번째” 등 서너 개의 근거를 들어 설명했다. 마지막엔 늘 “결론입니다”라며 요약했다. 특히 단정적으로 말하지 않고 시청자의 이해를 구했다. “제가 잘못 알고 있으면 지적해주시기 바랍니다”라거나 “여러분의 의견이 궁금합니다. 동의하십니까”라고 자주 말했다.
이렇게 윤 대통령의 발언을 해석하는 영상을 수십만 명이 보고 수천 명이 댓글을 달았다. 댓글엔 “윤 대통령님의 용단에 갈채를 보냅니다”라거나 “윤 대통령이 이렇게 멋있을지 몰랐다. 우리는 이런 지도자를 기다렸다” “항상 국민을 일깨워주시는 영상 감사하다” 등의 지지와 응원이 주를 이뤘다.
가끔은 자신의 ‘경력’을 살려 공손한 어조로 조언을 남기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미국 의회를 방문하기 전이었다. 김 원장은 ‘윤통의 슬기로운 도발: 미국 감격, 문재인 맨붕’(2023년 4월8일)이라는 영상을 통해<i> “대한민국이 안보적으로 위험한 입장에 처해 있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어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i>며 <i>“천편일률적인 연설문 말고 최대한 진실되고 솔직해 보이는 연설 문구를 찾아서 미 상하원 의원들의 마음을 파고드시길 바란다”</i>고 말했다. 최근엔 주사파로부터 나라를 지켜야 한다며 헌법에 규정된 ‘긴급명령’을 발동해야 한다고도 촉구했다.
그러나 늘 ‘아부’도 잊지 않았다. 윤 대통령의 발언 등을 설명할 땐, 대부분 마지막에 칭찬과 아부가 들어갔다. “<i>대한민국은 참으로 오랜만에 이웃 국가들마저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정책적 무게감을 제시할 줄 아는 그런 지도자를 갖게 되었습니다.”([속보] NPT 탈퇴 준비, 참모들도 말릴 수 없었다, 2023년 3월29일)</i> 2022년 5월 윤 대통령이 취임했을 땐<i>“언제나 아침이 되면 똑같은 태양이 떠오르지만 오늘 떠오르는 태양은 어제의 태양과 다르게 느껴졌다”며 “윤석열 대통령의 시간이 드디어 시작된 후 처음 떠오른 태양이기 때문 아니겠습니까”</i>라고 말했다.
자신의 발언을 설명하고 지지하며, 정부를 규정할 정도로 중요하게 생각한 단어를 자주 사용해온 김 원장을 윤 대통령은 국가공무원 교육을 책임지는 훈련기관의 수장으로 등용했다. 이런 김 원장의 등용은 정부가 어떤 ‘선’을 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4·15 총선 부정선거설은 황교안 전 대표, 민경욱 전 의원 등이 주장해온 음모론으로, 국민의힘 내에서도 ‘안타깝다’ ‘이해할 수 없다’ 등의 반응이 나올 만큼 극단주의자들이 믿는 주장이다. 이준석 전 대표는 당대표 당시 “악성종양 같은 문제” “당에 해가 되는 주장”이라 했고, 정규재 <펜앤드마이크> 주필마저 “부정선거론은 보수애국 시민을 엉뚱한 곳으로, 다시 말해 이념과 상상의 지옥으로 끌고 갔다”고 할 정도다.
“극우 유튜버에게 ‘막말하면 차관 된다’는 희망을 준 개각”(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 CBS 라디오 발언)이란 평가가 나온 것처럼, 차관급 자리에 극우 가짜뉴스 유튜버를 앉히는 행위는 그 자체로 더 많은 ‘가짜뉴스 유튜버’를 양산하는 자극제가 될 수 있다. 제도권 정치가 유튜버나 극우파에 휘둘리는 상황을 가속할 수도 있다.
인사행정 경험이 많은 한 전직 공무원은 <한겨레21>에 “시민사회수석이나 홍보수석 양쪽에서 유튜브를 관리하는 편이고, 그쪽 동향을 파악하는 것은 의무”라며 “정무직 인사를 하다보면 다양한 추천 경로가 있다. (유튜브) 모니터링도 다 할 텐데 추천이 올라갔다는 건, 유튜브 활동을 긍정적으로 봤을 것(이라는 의미)”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인재개발원장이 영향력이 큰 위치라는 점이다. 이 전직 공무원은 “(인재개발원장은) 고위공무원에게 공직 가치 등을 교육하는 자리기 때문에 균형 잡힌 시각이 가장 바람직하다”며 “지금까지 김채환 같은 정치색이 뚜렷한 사람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공직사회가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메시지가 있어 (대통령이) 드라이브를 걸려는 게 아닐까 싶다”면서도 “인재개발원 내부에선 직원들이 충격받고 있다”고 털어놨다.
문재인 정부에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장을 지낸 양향자 무소속 의원은 <한겨레21>과 한 통화에서 “인재개발원은 그 영향을 미치는 범위가 우리 국가 전체라고 보면 된다”며 “아무리 정치가 혼란스러워도 공무원 조직만큼 균형을 잡고 가야 하는 조직은 없다. 그런 조직이 한쪽으로 치우친 사람의 교육을 받는다는 건 굉장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있었을 땐 공무원들이 입소하면 원장이 첫 특강을 했다. 그 영향력은 어마어마하다”며 “공무원들이 인재개발원에 가서 처음 맞닥뜨리는 모습이 그분인데 무엇을 배울까 싶다”고 말했다.
<한겨레21>은 인재개발원을 통해 김 원장에게 유튜브 운영과 그간 올린 영상 등에 관련한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당분간 언론 인터뷰는 하지 않겠다. 업무 파악을 한 뒤 정리가 되면 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인재개발원 쪽은 김 원장이 유튜브 영상에서 논란이 됐던 부분에 별다른 입장을 내거나 해명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이번 장차관 인사를 하며 “국정철학을 잘 이해하는 그런 사람들이 가서 이끌어줬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취임사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그 어느 때보다 더 일사불란하게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하는 행정절차를 지체 없이 만들어내고 이를 즉각 실행에 옮길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김 원장이 앞으로 ‘올바른 역사관, 책임 있는 국가관과 명확한 안보관’을 갖춘 ‘유능하고 헌신적인’ 공무원을 양성하기 위해 하는 교육은 어떤 모습일까.
류석우 기자 raintin@hani.co.kr·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손고운 기자 songon1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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