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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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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에게 서서히 가스라이팅되어가다

전·현직 법조기자 22명에게 들은 취재 관행
특종 경쟁이 매일 일어나는 거의 유일한 출입처, 그사이에서 독자의 잊혀진 ‘알 권리’
등록 2023-03-04 03:23 수정 2023-03-09 00:53
2019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으로 들어가는 한 사람의 얼굴이 유리문에 비쳤다. 박종식 한겨레 기자 anaki@hani.co.kr

2019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으로 들어가는 한 사람의 얼굴이 유리문에 비쳤다. 박종식 한겨레 기자 anaki@hani.co.kr

대장동 개발업자인 김만배 전 <머니투데이>법조팀장과 <한겨레>등 언론사 세 곳의 전 법조팀장들 사이에 돈거래를 한 사실이 두 달 전 보도됐다. <한겨레>의 신뢰는 크게 훼손됐고, 기자들의 언론윤리 의식을 점검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들린다. 뼈아픈 내부 성찰이 우선임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이번 사건이 일어난 맥락을 짚어보려 했다. 김만배씨가 활동해온 ‘토양’은 법조기자단이었다. 돈거래를 한 기자들은 모두 법조팀장으로 있으면서 김씨와 친밀한 관계를 맺었다. 물론 모든 언론사 법조팀장이 김씨와 돈거래를 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독자들은 의심한다. 도대체 법조기자단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검찰과 언론의 유착 의혹, 기자단의 폐쇄적 운영, 법조 취재 관행 등을 두루 짚어본 이유다. 이를 위해 지난 한 달여간 전·현직 법조기자 22명에게 법조 취재 관행의 속살에 대해 들어봤다. 지난 10여년간 문제가 됐던 법조 취재 사례도 검토했다. 김만배씨의 15년간 법조기자 생활을 톺아보고, <한겨레> 진상조사보고서도 요약해 싣는다. 느슨해진 언론윤리와 이해충돌 회피 노력에 대해서도 언론학자들과 의견을 나눴다. 언론은 앞으로 어떻게 해야 신뢰를 되찾을 수 있을까. 법조기자단 문제를 다룬 것을 시작으로, 추락하는 언론 신뢰 문제를 점검하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 독자 여러분과도 머리를 맞대고 싶다.

대체 기자와 검사는 어떤 사이일까?’

의심이 생길 만한 사건이 잇따라 벌어졌다. 2020년 7월, 이동재 전 채널에이(A) 기자가 복역 중인 기업인을 찾아가 한동훈 검사장(현 법무부 장관)과의 인맥을 과시하며 ‘특정 정치인의 비리를 내놓으라’고 압박한 일이 드러났다. 그는 강요미수 등의 혐의로 구속됐으나 2023년 1월 무죄 판결을 받았다. 재판부는 명백히 취재윤리를 위반한 것이지만 형사처벌은 지나치다고 판단했다. 2021년 9월 이른바 ‘정영학 녹취록’이 공개됐다. 녹취록에는 김만배씨(전 <머니투데이>법조팀장)가 주인공으로 등장해, 대법관·검찰총장·검사장·특별검사 출신을 자신이 소유한 ‘화천대유자산관리’의 고문단으로 영입하고 정·관계 로비를 벌였다고 말한다. 의심이 짙어진다. ‘아니, 법조기자가 뭐길래?’ 두 달 뒤 김만배씨는 뇌물·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된다. 2023년 1월 초엔, 김만배씨가 석진환 전 <한겨레>편집국 신문총괄을 포함해 중앙일간지 법조팀장 출신의 편집국 고위 간부 세 명과 억대의 돈거래를 했다는 사실이 보도됐다. ‘법조기자끼리 무슨 일을 벌이는 거지?’

법조기자는 법원과 검찰청이 모여 있는 서울 서초동에서 검찰 수사와 재판을 취재하는 기자를 일컫는다. 이들에게 많은 시민은 의심의 시선을 보낸다. 모든 언론사가 검찰이 말해준 내용을 똑같이 보도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2020년 11월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는 ‘병폐의 고리, 검찰 기자 해체’라는 제목의 청원 글이 올라와 34만 명의 동의를 이끌어냈다. 청원자는 “(법조기자단이)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검찰, 그 뒤에 숨어 특권을 누려왔다”고 주장했다.

검찰 기사를 쓰는 언론에 대한 신뢰는 바닥이다. 2023년 2월22일 <오마이뉴스>가 리얼미터에 의뢰한 여론조사(18살 이상 시민 1005명 대상)에서 ‘검찰과 언론이 유착돼 있다’고 한 응답자는 56.8%였다.

실제 법조기자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한겨레21>이 전·현직 법조기자 22명을 직접 만나거나 전화 인터뷰해 법조 취재 관행을 들어봤다.

검찰은 하나라도 새로운 게 있으면 ‘단독’

법조는 다른 어떤 출입처보다 취재 경쟁이 치열한 곳이다. 기자들이 법 위반까지 감수하며 취재하다 수사받거나 재판에 넘겨지는 일까지 생긴다. 채널A 이동재 전 기자 사건이 대표적이다. 2018년 4월엔 티브이(TV)조선 수습기자가 매크로(자동입력 반복 프로그램) 여론조작 사건과 관련해 ‘드루킹’ 사무실에 무단침입했다가, 경찰이 TV조선 압수수색을 시도하는 일이 벌어졌다. 기자들이 막아 압수수색은 무산됐고, 이후 검찰은 이 사건을 ‘불기소 처분’ 한다. 2012년 11월엔 검사실에서 수사 문서를 훔친 혐의로 기자가 1심 에서 징역 8개월이 선고돼 법정 구속되기도 했다(이후 2심에서 집행유예 선고). 당시 재판부는 “특종을 보도하겠다는 무리한 욕심으로 검찰청의 보안구역에 침입해 기삿거리를 뒤지고 수사자료를 열람·복제하는 등 취재의 정도나 관행을 넘어 범행방법이 대담하고 횟수도 많다”고 밝혔다

“법조를 ‘서초섬’이라고 하잖아요. 회사에 잘 안 들어가고 서초동에 남아서 물먹고(낙종하고), 검사한테 전화 거절당하고, (취재원을 만나려) 뻗치고(기다리고). 법조팀을 나가도 몇 년 뒤 다시 지검 반장(서울중앙지검 취재팀장)으로, 법조팀장으로 돌아오고. 합치면 10년씩 출입하면서 끈끈해지는 독특한 문화를 가진 곳이죠.” 종합일간지에서 10여 년간 일했던 ㄱ 전 기자가 말한 법조기자의 특징이다.

법조기자들의 과열된 취재 경쟁은 전직 대통령, 거물급 정치인, 재벌 총수 등이 구속되고 재판에 넘겨지는 등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데 따른 것이다. 법조는 특종 경쟁이 매일 일어나는 거의 유일한 출입처다. 윤석열 정부 1년도 안 돼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해 서훈 전 청 와대 국가안보실장이 구속(2022년 12월)되고,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구속영장이 청구(2023년 2월)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방송사 ㄴ기자(경력 10여 년)는 “다른 정부 부처의 경우 정책기사는 새로 발굴한 것이라도 ‘단독’을 잘 붙이지 않는데, 검찰 수사는 내용이 하나라도 새로운 게 있으면 ‘단독’ 기사가 된다”고 말했다. 그러다보니 단독 기사 발굴 압박도 강하다. 종합일간지 ㄷ기자(경력 5년 이하)는 “‘법조기자는 최소 이틀에 한 번은 단독을 써야 한다’고 강조한 사회부장도 있었다”고 말했다.

검찰 비판하자 하면 ‘그러면 앞으로 취재가 안 될 거 같다’

취재 경쟁이 치열한 만큼, 기자들은 취재원인 검사 앞에선 ‘순한 양’이 될 때도 있다. 출입기자단이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일도 왕왕 생긴다. 박근혜 정부 때 특수부를 지휘하는 서울중앙지검(지검) 3차장검사가 ‘재벌 기업 수사 과정에 대한 보도’의 진위를 확인하는 기자들에게 “내가 그걸 왜 말해줘야 하나” “그걸 왜 나에게 묻냐”며 수시로 화내자, 지검 기자단이 ‘공동으로 항의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하지만 일부 기자가 “취재가 제한될 수 있다”고 우려해, 그냥 참기로 했다.

“고위직이 은근하게 하든 대놓고 하든 기자에게 정보를 흘려주는 건 정치적 행위로 어디서나 일어나는 일이다. 법조기자에게만 ‘흘려주고 주워먹는 일’이 있다고 볼 수 없다. 법조는 매일 아침 (낙종할까봐) 남의 신문 보기 두려운 출입처다. 그런데 (검찰을 비판하는 기사를 썼다가) 검사랑 전화 연결조차 안 될 수 있다. 법조는 검사의 입이 아니면 낙종한 기사를 확인할 수도, 기사를 쓸 수도 없는 구조다. 후배들에게 어떤 사안에 대해 검찰을 비판하자고 하면 ‘그러면 앞으로 취재가 안 될 거 같다’고 난감해 한 적도 있다.”(종합일간지 경력 20여 년 ㄹ기자)

종합일간지 ㅁ기자(경력 10여 년)는 “법조에서 정보의 절대적 우위에 있는 사람은 검사다. 다른 어떤 출입처보다 민감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 법조기자가 열심히 쓰려면 검찰 언론플레이에 휘둘릴 가능성이 크다. 그래도 국민 관심이 큰 중요 사건의 수사 기사를 안 쓸 수도 없고 딜레마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ㄷ기자도 “다른 출입처와 달리 법조에서 기자는 ‘을’이다. 인간적인 신뢰관계를 형성한 다음에야 겨우 조금 알려준다. 선배들 얘길 들어보면 절대 안 만나주던 검사가 지역 검찰청에 발령난 뒤 (기자가 지역에) 네댓 번 쫓아다니다가 형·동생처럼 깊은 관계가 됐다고 한다. 그런데 검사가 알려준 걸 안 쓴다? 내가 안 받아먹으면 다른 기자가 쓸 텐데 안 먹으면 바보”라고 말했다. 경제지 ㅂ기자(경력 5년 이하)는 “나 스스로 (검찰에) 가스라이팅된 거 같긴 한데, 취재원인 검사를 못 만나는 것도, 취재가 어렵다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게 된다”며 “안 만나주던 검사에게 학연·지연을 얘기해서 ‘후배입니다’ 하니 만나준 적이 있다”고 말했다.

티타임 발언은 ‘검찰 관계자’, 확인 안 해주면 ‘알려졌다’

이런 취재 경쟁과 검찰의 ‘정보 흘리기’는 취재원 보호를 명분으로 한 ‘불명확한 보도’로 이어진다. 2023년 2월16일치 한 중앙일간지에는 ‘검, 이재명 4000억대 배임 혐의 오늘 영장 방침’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이날 검찰이 청구할 영장의 내용이 정확하게 담겼지만, ‘취재를 종합하면’ ‘알려졌다’ ‘전해졌다’ ‘검찰은 ~라고 판단하고 있다’라는 표현을 쓰면서 보도했다. 정확한 출처를 밝히지 않는, 일종의 법조기사 작성 ‘기술’이다. 이렇게 되면 검찰은 ‘확정되지 않은 사실’이라며 법적 책임(피의사실 공표)을 덜 수 있고, 언론은 오보가 되더라도 변명거리로 삼을 수 있다.

대부분의 ‘법조기사 작성 방식’은 독특하다. 익명 보도가 기본이다. 기자와 검사가 공식적으로 만나는 ‘티타임’(비공개 현안 브리핑)에서 발언한 차장검사는 ‘검찰 관계자’로, 그가 설명한 내용은 풀어서 해당 사건을 수사한 ‘검찰’ ‘반부패수사1부’ 같은 기관이 ‘이렇게 했다’는 식으로 처리한다. ‘티타임’은 ‘피의사실 공표’ 논란 때문에 2019년 12월 폐지됐지만 윤석열 정부 직후인 2022년 7월 부활했다. 또 타사의 단독 기사를 받아쓸 때도 검찰이 ‘써도 된다’고 확인해준 것은 ‘확인됐다’로, “확인해줄 수 없다” 고 한 것은 ‘알려졌다’ ‘전해졌다’로 쓴다. 이게 안 지켜지면 향후 취재 과정에서 검사들의 전화 통화 거부 등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매체 ㅅ기자(경력 5년 이하)는 “검찰 기사에서 주어는 늘 ‘검찰은’이다. 수사 대상자에게 크로스체크(교차 검증)하려 해도 취재를 거부할 때가 많다. 외부 취재가 부족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 확정되지 않은 사실이더라도 ‘알려졌다’ ‘의혹이 있다’ 등 단정적으로 안 썼으니까 괜찮겠지 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통신사 ㅇ기자(경력 5~10년)는 “검사·변호사의 해당 사건에 대한 정보 불균형 때문에 정보가 더 많은 검찰의 시각을 녹여내는 방식으로 기사를 쓰게 되는 것 같다. 거기다 영장까지 발부되면 어느 정도 죄가 있다고 생각하고 기사를 쓰게 된다”고 말했다.

2018년 4월25일 서울 중구 TV조선 보도본부 앞에서 압수수색을 위해 건물에 진입하려는 경찰이 기자들과 대치하고 있다. 당시 TV조선 기자는 ‘드루킹 특검’ 수사와 관련해 느릅나무출판사에 들어가 태블릿피시 등을 훔친 혐의를 받았다. 연합뉴스

2018년 4월25일 서울 중구 TV조선 보도본부 앞에서 압수수색을 위해 건물에 진입하려는 경찰이 기자들과 대치하고 있다. 당시 TV조선 기자는 ‘드루킹 특검’ 수사와 관련해 느릅나무출판사에 들어가 태블릿피시 등을 훔친 혐의를 받았다. 연합뉴스

이용당하는 걸 알면서도, 모르는 정보 알게 되니

언론사가 온라인 속보 대응을 강조하면서 검찰 시각 위주의 기사를 더 많이 쓰게 됐다고 말하는 법조기자들도 있다. ㄹ기자는 “미디어 환경이 디지털화하면서 오히려 검사들 영향력이 더 향상됐다. 수년 전만 해도 영장 청구했다는 기사도 대통령 정도되면 썼지 잘 안 썼다. 그런데 지금은 청구하면 청구했다고 쓰고, 영장청구서 받아서 또 쓰고, 영장실질심사 잡히면 또 쓰고, 검사는 단계마다 언론플레이할 기회가 더 많아졌다. 국민이 알기 원한다는 명분으로 속보 경쟁을 하다가 언론은 검증 안 된 기사를 남발하면서 권위를 잃었다”고 지적했다. ㄴ기자도 “기소 전 속보 경쟁이 심하니 기자들은 검증 노력을 하기 어렵다. 검증이란 게 기껏해야 피의자나 조사받은 사람한테 연락해보고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처리하는 데 그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언론이 검찰과 유착했다’는 의구심에 법조기자는 다양한 의견을 밝 혔다. 종합일간지 ㅈ 전 기자(경력 5년 이하)는 “국민이 그렇게 보는 건 이해한다. 검사가 자신이 말한 정보를 퀄리티 있는 기사로 써줄 특정 언론이나 기자에게 흘리는 것도 사실”이라면서 도 “하지만 유착이란 말의 어감처럼 떳떳하지 못하게 검사를 만난다는 건 아니다. 공개가 원칙적으로 금지된 정보를 취재하려면 취재력과 더불어 시간을 두고 쌓은 신뢰가 필수적이다. 그래야 수사 과정을 알 수 있고, 수사가 적절한지 문제는 없는지 감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종합일간지 ㅊ기자(경력 20년 이상)도 “검찰이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수사한다고 검사를 안 만나거나 기사를 안 쓰면 수사는 누가 감시하나? 가혹한 수사나 봐주기 수사도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방송사 ㅋ기자(경력 5~10년)는 “법조기자가 공격받는 가장 큰 이유는 정치의 양극화라고 본다. 본인의 진영을 비난하는 인상을 주는 기사를 쓴 기자를 공격한다. (2019년) 조국 전 장관과 관련한 검찰 수사 이후 이런 흐름이 뚜렷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방송사 ㅌ기자(경 력 5년 이하)도 “검찰 사건은 정치적 사건으로 비화하는 경우가 많다. 나쁜 경제인을 처단하는 식의 수사에선 이런 (기자를 비난하는) 일이 생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종합일간지 ㅍ기자(경력 20년 이상)는 “법조기자 문화가 폐쇄적이라 개선돼야 한다는 점에는 동의한다. 전·현직 법조기자들이 사단법인(법조언론인클럽)을 만든 출입처는 법조밖에 없다. 그만큼 프라이드가 강하다”며 “그런데 공판중심주의 보도와 같이 수사 단계 보도를 축소하라는 주문은 속보성이라는 언론의 특수성을 망각 한 주문으로 들린다”고 말했다. 공판중심주의 보도란, 검찰 수사 단계에서의 보도를 지양하고 법원 재판 단계를 중심으로 보도하자는 취지다.

자성의 목소리도 나왔다. “법조기자는 우쭐댈 때가 많고 어떨 때 보면 자기 기사가 사회적으로 대단히 중요하다는 과대망상에 빠진 게 아닌가 싶을 때도 있다. 사실 특수부 검사는 기사를 써줘야 수사가 속도를 내고 사회적으로 관심받을 수 있고, 그렇게 스포트라이트 받지 않는 수사는 잘하지 않으려 한다. 기자는 이용당하는 걸 알면서 당하고, 그러면서 다른 사람이 모르는 정보를 알게 되고, 그걸로 회사 안팎에서 에이스로 인정받는다.” 방송사 ㅎ기자(경력 10 년 이상)는 이렇게 꼬집었다. 일부 언론사는 법조기자의 연봉을 다른 출입처 기자보다 1천만~2천만원 높게 책정하거나, 법조기자를 거치면 향후 희망하는 부서로 우선 배치해주기도 한다.

ㅎ기자는 “기업에서 대관 업무를 하는 사람들도 경제부·산업부 기자보다 법조기자를 더 자주 만난다. 법조팀장 출신이 ‘몇억원씩 받아도 된다’고 생각한 것도 남들이 모르는 정보를 알고, 자기가 만나는 사람들이 그 정보를 알고 싶어 한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ㅌ기자도 “언론사 대부분이 송사에 얽혀 있다보니 법조 출입은 자연스럽게 민원 해결 창구가 된다. 김만배 기자도 소속 언론사 민원을 해결해온 것으로 안다. 회사가 수사나 재판을 받으면 법조팀이 신경을 안 쓸 수 없다”고 말했다.

정철운 <미디어오늘> 기자는 “법조에서 도는 정보는 사실상 돈이 되는 정보로, 유무형으로 거래될 수 있다. 기사도 안 쓰던 김만배씨가 법조팀장으로 오랫동안 머물렀던 이유도 대장동 사업 관 련 리스크를 관리하는 차원이라고 의심되는 이유”라고 말했다. “내가 법조기자 오래 했는데, 내가 솔직히 (수사 검사를) 다 안다.” “나는 그 (검찰의) 혈관을 다 안다.” 김만배씨가 대장동 개발 동업자인 정영학 회계사에게 한 말이다. ‘정영학 녹취록’을 보면 김만배씨가 최소한 법조기자 경험과 법조 인맥을 얼마나 과시했는지 알 수 있다

2022년 김지용 당시 대검 형사부장이 기자실에서 ‘검찰 보완수사 폐지의 문제점’에 대해 발언하자, 출입기자들이 노트북으로 그의 말을 받아 치고 있다. 박종식 한겨레 기자 anaki@hani.co.kr

2022년 김지용 당시 대검 형사부장이 기자실에서 ‘검찰 보완수사 폐지의 문제점’에 대해 발언하자, 출입기자들이 노트북으로 그의 말을 받아 치고 있다. 박종식 한겨레 기자 anaki@hani.co.kr

퍼즐은 찾지만 전체 그림은 못 그려

법조기사 속보 경쟁에 적극적이지만 국민의 알 권리 보장에는 소극적인 언론사의 반성과 성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언론사가 (검찰 수사의) 퍼즐 한 조각을 찾는 데 자신의 역할과 임무가 있다고 생각하면서 전체 그림(사건의 실체)이 무엇인지에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 것 같다. ‘유우성 (간첩 조작) 사건’을 보면 검찰이 북한에서 찍은 사진과 출경 기록을 모두 가지고 있었는데, 결과적으로 검찰 수사는 허위, 거짓, 조작이었다. 이걸 보도한 언론사도 책임을 당연히 느껴야 하는 것 아닐까. 최소한 법원 판결까지 나온 뒤에는 (검찰 수사 단계에서의) 보도 행태를 되짚고 평가하고 책임지려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자극적인 퍼즐 찾기식 보도에 치중하면 누가 그 언론사를 구독하고 후원하겠는가.”(인터넷 매체 경력 10년 이상 A기자)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류석우 기자 raintin@hani.co.kr·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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