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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기본권과 방역 다 잡을 묘수는 어디에

법원 ‘방역패스 정지’ 결정 땐 정부 방역대책 궤도수정 불가피“확산 예방에 불가피” vs “방역패스 실효성 의문”

제1397호
등록 : 2022-01-14 02:38 수정 : 2022-01-14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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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월10일 광주광역시 북구에 있는 대형마트에서 구청 직원들이 방역패스 시행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방역패스’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2022년 1월10일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3천㎡ 이상 대규모 점포)에도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 적용을 의무화했다. 2021년 11~12월(유흥시설, 식당·카페, 영화관·공연장 등)에 이어 방역패스 대상을 총 17종 시설로 확대한 것이다. 법원은 시민 1천여 명이 보건복지부 등을 상대로 낸 방역패스 취소 소송과 집행정지 신청 사건을 심리하고 있다(2022년 1월13일 현재 법원 결정이 나오지 않았다). 법원이 집행정지 인용 결정을 하면, 방역패스를 중심으로 한 방역대책의 전반적 궤도 수정이 불가피하다.

기본권 침해인가, 합리적 수단인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방역패스를 개선 또는 보완할 필요성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장영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예를 들어 중증화율이 낮은 12~18살에게도 방역패스를 확대 적용하겠다는 계획(3월 시행 예정)은 사회적 효과가 크지 않은 반면, 갈등과 불만 등 사회적 비용은 분명히 발생한다”며 “방역 당국에 대한 신뢰 하락 등 장기적인 피해를 감수할 만큼 방역패스의 실익이 있나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방역패스는 다중이용시설에 갈 때 코로나19 백신 접종 증명서나 유전자증폭(PCR) 검사 음성 확인서를 제시하도록 의무화한 제도다. 18살 이하(3월부터 11살 이하), 코로나19 완치자, 불가피한 사유로 백신을 접종할 수 없는 사람이 아니라면 백신 미접종자는 식당·카페, 백화점·대형마트, 영화관 등 특정 다중이용시설에 갈 수 없다. 식당·카페는 예외적으로 미접종자 혼자일 경우에만 이용이 허용된다. 일부 시민은 ‘방역패스가 미접종자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법원에 방역패스 제도 시행을 취소해달라고 소송을 냈다. 1월7일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재판장 한원교)가 심리하는 방역패스 처분 집행정지 사건 심문기일이 열렸다. 조두형 영남대 의대 교수 등 시민 1023명이 보건복지부 등을 상대로 방역패스 처분 취소 소송을 내면서 본안 판결 전에 집행 효력을 정지해달라고 신청한 사건이다. 조 교수 등은 임신부, 기저질환자 등의 사례를 들어 “방역패스 시행에 따라 직업 선택의 자유, 학습권, 신체에 대한 자기결정권 침해 등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성인의 94% 이상이 백신을 접종한 상황에서 소수의 미접종자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방역패스의 효과에도 의구심을 제기했다.

법정으로 간 방역패스
그러나 정부는 방역패스가 미접종자와 의료체계를 보호하는 합리적인 수단이라고 맞섰다. 법정에 나온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방역패스의 목적은 미접종자 감염을 막고 중환자실 등 의료체계 붕괴를 방지하는 데 있다”며 “방역패스는 사회 전체 구성원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강력한 사회적 거리 두기 대신에 유행을 통제하는 중요한 방역수단”이라고 설명했다. 16종류의 다중이용시설에 방역패스를 확대 적용한 지 약 2주 뒤에 나타난 확진자 감소세 등을 예로 들며 방역패스 효과를 분석하기도 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1월11일에도 보도자료를 내어 ‘미접종자를 보호할 필요성이 크므로 예방접종과 방역패스가 필수’라는 취지로 설득에 나섰다. 최근 8주간(2021년 11월7일~2022년 1월1일) 만 12살 이상 확진자의 29%, 위중증환자의 54%, 사망자의 53.9%가 백신 미접종자로 조사됐다. 또 확진자 53만1781명을 분석한 결과 미접종자(2차 접종이 완료되지 않은 사람 기준)의 중증화율이 2차 접종 완료 이후 확진자보다 약 5배, 3차 접종 완료 이후 확진자보다는 약 14배 높다고 중대본은 설명했다. 12살 이상 국민 중 미접종자는 8.4%다.(2022년 1월11일 기준)

앞서 1월4일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재판장 이종환)는 전국학부모단체연합 등이 독서실, 스터디카페, 학원 등에 대한 방역패스 제도 집행을 정지해달라며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낸 신청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방역패스 처분이 백신 미접종자를 차별하고 그들의 기본권을 제한한다”고 밝혔다.

방역패스는 정부가 2021년 10월29일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을 선언하면서 도입됐다. 백신 2차 접종률이 70%를 넘자(10월23일), 식당·카페 등의 운영시간 제한을 없애고(11월1일) 사적 모임 상한 인원을 수도권 10명, 비수도권 12명까지 늘렸다. 이와 함께 유흥시설, 노래연습장, 실내체육시설, 목욕장업, 경마·경륜·경정·카지노 등 5종의 시설에 방역패스를 도입했다. 하지만 11~12월 확진자 수와 중환자실 병상 가동률이 크게 늘었다. 11월 1주차 국내 발생 일일 평균 확진자 수가 2172명이었는데, 12월 3주차에는 6866명으로 3배 이상 늘었다. 중환자실 병상 가동률도 12월 3주차에 전국 기준 81.5%로 급등했다.

정부는 한 달 만에 ‘비상계획’을 실행하며, 12월6일 방역패스 대상 시설을 기존 5종에서 16종으로 확대했다. 식당·카페, 학원, 독서실·스터디카페, 영화관·공연장, 도서관, 피시(PC)방 등이 포함됐다. 식당·카페는 사적 모임 내 미접종자를 기존 4명에서 1명으로 제한했다. 방역패스 예외 연령대도 18살 이하에서 11살 이하로 낮췄다. 12월18일 식당·카페 미접종자 합석을 금지했다. 미접종자는 1인 단독 이용만 허용했다. 2022년 1월10일 백화점과 대형마트(3천㎡ 이상 대규모 점포)에도 방역패스를 적용했다.

시행의 급박성과 효과가 분명해야
정부는 거듭 ‘방역패스가 한시적 조처’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않아 보인다. 장영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미접종자 기본권 제한을 용인할 만큼의 급박성과 방역패스의 효과를 (정부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며 “(사회적 비용이 더 큰)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 대신 방역패스를 확대한다는 논리라면 지금보다 더 강력한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할 필요가 있냐에 먼저 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1월1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마스크 착용이라는 다른 방역수단이 존재하며, 사적 모임 인원 제한도 존재하고 있는 장소에서는 방역패스를 추가 적용한다고 해서 그 효과가 매우 크리라고 보기도 어렵고 방역패스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직접적인 대상(소상공인, 자영업자)도 적다”며 “방역패스의 적용은 국민의 수용성을 고려해서 유연하게 적용되어야 하고 명확한 목적과 대상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선식 기자 k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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