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지현 전국돌봄서비스노동조합 위원장. 전지현 제공
고령화와 돌봄 인력난이 나날이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를 움직이는 돌봄노동자, 요양보호사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황이다. 2017년 요양보호사 처우개선비 폐지에 맞선 투쟁에서 출발한 ‘전국돌봄서비스노동조합’은 돌봄 정책의 구조적 한계를 앞장서 제기해왔다. 2026년 5월11일 노동계와 정부가 처음 꾸린 돌봄노동자 처우 개선을 위한 협의체(돌봄 노·정협의체)에도 참여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2024년부터 조합을 이끄는 전지현 위원장에게 돌봄노동자가 겪는 어려움과 이를 개선할 방향에 대해 물었다.
—전국돌봄서비스노조는 어떤 조직인가.
“2017년 11월 민주노총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소속 전국요양서비스노동조합으로 출발했다. 당시 요양보호사에게 지급되던 처우개선비(최대 월 10만원)가 폐지되면서 문제 제기가 컸다. 처우개선비는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에 대한 수당인데, 2018년 최저임금이 대폭 인상되니 이 수당을 없앴다. 당시 1천여 명의 회원이 있는 경기요양보호사협회와 인천·광주·부산·서울 등 지역 활동가를 중심으로 ‘노조가 필요하다’고 논의되던 터라 함께 노조 설립을 결심했다.”
—어떻게 노조 활동을 시작하게 됐나.
“그 전에 지역아동센터 법인 대표로 10여 년간 일했다. 현장 일을 찾던 중 2012년 성남간병요양보호사협회를 준비하던 성남여성회와 선배 요양보호사의 제안으로 협회 사무국장으로 일했다. 사무국장으로 요양보호사들을 상담하고 교육하면서 ‘요양보호사도 노조를 만들 때가 됐다’는 문제의식이 들었다. ‘여성 노동자’가 밀집한 요양보호사의 노동환경을 경험하고 바꿔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시작하게 됐다.”
—돌봄노동자가 자주 호소하는 어려움은 무엇인가.
“요양보호사는 오랫동안 ‘똥 치우고 밥하는 아줌마’로 취급받고 가족에게조차 일을 숨겼다. 임금 체불이나 사회보험 횡령도 당했지만, 어디에 문제를 제기할 방법조차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초창기 ‘우리도 사람입니다’라는 말을 가장 많이 했는데, 지금도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코로나19 시기에 이런 비참함을 요양보호사들이 더 심각하게 느꼈고 많은 요양보호사가 떠났다. 정부가 장기요양보험제도를 만들면서 운영을 민간에 떠넘기다보니, 법적으론 비영리인데 실질적으로 영리를 추구하는 모순된 제도가 문제의 주원인이다.”
—최근 정부의 돌봄 정책 방향을 어떻게 보나.
“통합돌봄, 간병 문제 해결, 로봇과 인공지능(AI) 도입 같은 이야기가 나오는데, 정작 핵심인 ‘사람’에 대한 대책이 없다. 돌봄은 사람이 하는 일이다. 인력에 대한 투자 없이 시스템만 이야기하는 건 실효성이 없다고 본다. 재정 투입이 필요하다는 걸 알면서도 사람에게 쓰는 돈은 아까워하고, 장비와 기술에만 투자하는 사회는 무너진다고 본다.”
—외국인 요양보호사 양성 정책을 어떻게 생각하나.
“국내에도 돌봄노동자는 넘쳐난다. 중년 남성 요양보호사도 많아졌다. 돌봄노동자에게 재정을 투입하지 않으면서 엉뚱한 곳에서 방법을 찾는 것 같다. 노인 돌봄은 언어와 정서, 문화적 교감, 소통이 정말 중요하다. 우리나라에도 20·30대 요양보호사가 거의 없는데, 외국인이 짧은 기간 교육받고 일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
—노조 활동으로 끌어낸 변화가 있다면.
“최근 장기근속장려금을 대폭 인상하고, 지급 기준을 1년으로 낮췄다. 노조 요구가 반영된 결과라 현장 반응이 뜨거웠다. 코로나19 시기엔 요양보호사 감염예방수당과 한시적 지원금을 끌어냈다. 이를 위해 삭발과 노숙농성까지 하며 2년 넘게 싸웠다. 2022년 국가인권위원회의 처우 개선 권고도 노조 요구가 반영된 성과다.”
—위원장으로서 목표는 무엇인가.
“돌봄은 국가의 필요로 시작된 사업이기에 그에 맞는 사회적 보장이 있어야 한다. 지금 구조로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특히 통합돌봄을 추진하면서 돌봄 인력 정책이 전무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돌봄 노·정협의체를 통해 제도를 바꿔야 한다. 최저임금조차 못 받는 돌봄노동이 아니라 국가가 필요한 사업을 하는 노동자로서, 그에 따른 임금과 권리를 개선해나갈 계획이다.”
—한겨레21에 하고 싶은 말은.
“주위에 목소리조차 내기 힘든 노동자가 정말 많다. 한겨레21이 이런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담아내 숨통이 트이도록 해주길 바란다.”
권지담 기자 gon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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