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의 촛불은 꺼졌다. 이곳저곳에서 “이러려고 촛불 든 게 아니다”라는 얘기가 나온다. 그래서 <한겨레21>은 문재인 정부 집권 46개월 동안(2017년 5월~2021년 3월) 한국 사회가 얼마나 진보했는지, 문재인 정부가 촛불 시민들한테 제시한 ‘새 정부 100대 국정과제’(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 2017년 7월 발표)는 완성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지 전문가들한테 물었다. 2017년 제19대 대선 당시 <한겨레> 대선정책자문단에 참가한 전문가들을 밑돌 삼아 11개 분야, 모두 33명의 전문가에게 전자우편과 전화 인터뷰를 통해 의견을 들었다.
전문가들의 평균점수(별점, 5개 만점)는 2.66개(28명 응답). 절반의 성공이다. 다행히 촛불 정부엔 “아직 시간이 1년이나 남았다”.(박원호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 _편집자주
사회서비스 공공인프라 구축과 일자리 확충
국민의 기본생활을 보장하는 맞춤형 사회보장
고령사회 대비, 건강하고 품위 있는 노후생활 보장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및 예방 중심 건강관리 지원
의료공공성 확보 및 환자 중심 의료서비스 제공
미래세대 투자를 통한 저출산 극복
“포용국가, 포용적 성장 등 집권 초반기 국정운영 방향이 후반기로 갈수록 한국판 뉴딜 등 기업을 위한 성장 정책 위주로 (이전 정부들처럼) 되돌아갔다.”(윤홍식 인하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실제로 그러했다. ‘모두가 누리는 포용적 복지국가’.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내세웠던 보건·복지 분야의 국정전략이다. 세부적으로는 △0~5살 아동수당 도입 △고용보험 등 사회보험 사각지대 해소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연금 가입 기간 평균소득 대비 연금 수령액) 인상으로 노후소득 보장 강화 △의료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건강보험 보장률 70% 달성 △공공의료기관 확충 등이 국정과제로 제시됐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2018년 9월에는 역대 정부 최초로 사회정책 전략을 논의하는 회의가 열렸다. 대통령이 주재하고 각 부처 장관들이 참석한 ‘포용국가 전략회의’다. 이듬해 ‘혁신적 포용국가의 원년’을 선언했다. 돌봄부터 노후까지 생애주기별로 국민의 기본생활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2020년 코로나19가 유행하고 경제가 어렵다는 위기감이 확산되자 ‘포용국가’는 희미해지고 ‘한국판 뉴딜’ 패러다임이 그 자리를 채웠다. 사회안전망과 복지 등 국민 모두가 잘 사는 ‘포용’에서 디지털·그린 산업을 육성하는 ‘뉴딜’로 정책의 방향을 튼 것이다.
‘문재인 정부 4년 평가단’은 이런 방향 전환을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전혀 시행되지 않거나 진전이 더딘 국정과제는 ‘못한 일’로 첫손에 꼽혔다. 오건호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사실상 국민연금 개혁 문제를 방기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2018년 국민연금 제도 개편안을 내놨지만, 보험료 인상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자 최종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김창엽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보건의료 공공성 강화에 결과적으로 실패했을 뿐 아니라 원격의료, 4차 산업혁명 등을 내세워 오히려 영리화 경향을 촉진했다”고 비판했다. 2020년 정부가 내놓은 ‘공공의대 신설’ 등의 방안은 의사들의 반대에 부딪혀 표류했고, 공공의료기관 확충 등에 필요한 2021년도 예산은 전년보다 줄었다. 윤홍식 교수는 “전 국민 고용보험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은 했지만, 당장 코로나19 상황에서 비정규직·영세자영업자 등을 제도 내로 포괄하는 적극적인 노력이 부족했다”고 했다.
평가단은 △코로나19 유행 확산 억제(김창엽) △보편적 소득보장제도인 아동수당 도입(윤홍식) △건강보험 비급여 항목의 급여화, 이른바 ‘문재인 케어’(오건호) 등에는 높은 점수를 줬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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