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야구 기아 타이거즈의 양현종 선수를 모델로 한 선크림 광고 화면. 유튜브 갈무리
2026년 올해는 장마가 늦다. 예년 장마 시작일은 제주가 6월19일, 남부지방이 23일, 중부는 25일께였으나, 올해는 7월 장마가 예상된다. 뜨거운 날씨가 이어짐에 따라 외출하면 정수리가 양초처럼 타오르는 기분이다. 선크림을 잊지 말고 바르라는 경고도 잊힐 새가 없다. 오늘은 우리가 왜 귀찮음과 끈적임에도 불구하고 선크림을 꼭 발라야 하는지를 알아보자.
자외선 차단제라는 선크림의 정식 명칭에서 알 수 있듯, 햇빛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자외선이다. 자외선은 눈에 보이지 않는 10~400㎚의 파장을 가진 빛이다. 무지개에서 파장이 가장 짧은 보라색 빛보다 파장이 더 짧다는 의미에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
파장 길이에 따라 빛을 분류하는 이유는 그에 따라 빛의 파괴력과 투과력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파장이 짧은 빛은 근육으로 우락부락한 사람과 같다. 힘은 세지만 유연성은 떨어진다. 반대로 파장이 긴 빛은 파괴력은 떨어져도 구름을 뚫고 나아가거나 물체 깊이까지 침투할 수 있다. 가령 전자레인지는 눈에 보이는 빛보다 파장이 긴 마이크로파를 사용해 음식을 데운다.
보이지 않지만 강력한 자외선은 그 안에서도 다시 한번 파장 길이에 따라 여러 종류로 나뉜다. 다양한 분류 기준이 있지만 피부와 관련해서는 자외선 A(UV-A), 자외선 B(UV-B), 자외선 C(UV-C)가 있다.
자외선 A는 파장이 가장 길다. 가장 바깥층의 피부인 표피에 멜라닌 세포를 만들어내고, 그보다 깊은 진피까지 침투해 콜라겐을 파괴한다. 피부를 주름지게 하는 주범이라 할 수 있다. 자외선 A는 구름을 유연하게 투과할 수 있기 때문에 흐린 날이나 비가 오는 날에도 주의해야 한다. 특히 자외선 A는 유리창 너머의 햇빛에도 포함돼 있기 때문에 실내에서도 자외선 차단제를 발라야 하는 이유가 된다.
자외선 B는 중간 파장의 자외선이다. 자외선 B부터는 파장이 짧아 진피까지 침투하지 못하고 표피에 주로 영향을 준다. 햇빛이 쨍쨍한 날에 야외에 있으면 피부가 붉어지고 타는데, 그것이 자외선 B의 영향이다.
자외선 C는 가장 파장이 짧은 자외선이다. 유연성이 떨어지는 만큼 피부를 뚫고 들어오지는 못하지만, 위력이 상당해 염색체를 변형시켜 피부암을 유발하거나 각막을 손상시킬 수 있다. 원래 자외선 C는 오존층에 흡수돼 거의 걱정할 필요가 없었으나, 오존층 파괴가 심각해짐에 따라 조금은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등에서 자외선을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한 것이 그러한 맥락의 연장선이다.
정리하자면 피부색을 유지하고, 주름을 방지하며, 피부암을 예방하기 위해 선크림은 필수적이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선크림은 자외선을 얼마나 또 어떻게 차단해줄까?
선크림 제품의 포장 박스를 유심히 관찰할 적이 있다면 SPF와 PA라는 문구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들은 선크림의 자외선 차단 성능을 보여주는 지표다. 우선 SPF는 태양광 보호 요소(Sun Protection Factor)의 준말로, 자외선 B를 차단하는 정도를 표시한다. 뒤에 붙은 숫자는 자외선으로 인해 피부가 붉어지는 시간을 몇 배나 지연하느냐를 나타낸다. 예를 들어 SPF50 차단제를 바르면 피부에 닿는 자외선 양이 2%로 줄어든다. 일반적으로 자외선 차단량이 93.3%가 되는 SPF15 이상은 자외선 차단량이 대동소이하므로 일상용으로는 SPF15 정도의 제품만 써도 충분하다. 세간의 속설로는 “SPF 지수 1당 자외선을 15분간 차단해준다”는 말이 있어 의아하게 들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선크림 제품의 자외선 차단 시간은 SPF 지수와 무관하게 제품이 자연스럽게 지워지는 두세 시간 정도로 동일하므로 강한 제품을 발랐더라도 선크림을 계속 덧발라줘야 한다. 간혹 보이는 SPF50+나 SPF50++ 같은 표기는 한국 화장품법에 따른 표기이다. 한국에서는 법에 따라 최대로 표기할 수 있는 SPF가 50까지이므로 그보다 지수가 높은 경우 + 기호를 붙여 강조한다. 하지만 SPF50이나 SPF100이나 자외선 차단 성능은 1%밖에 차이가 나지 않으므로 너무 수치에 집착하지 말고 피부 상태와 기호에 따라 적절한 제품을 선택하면 되겠다.
한편 PA 혹은 PFA는 자외선 A 차단 등급(Protection Grade of UV-A)의 준말로, SPF와는 달리 + 기호의 개수만으로 성능을 표기한다. + 기호의 개수가 늘어날 때마다 차단 성능이 2배씩 증가한다. PA+는 아무것도 안 바른 상태보다 2~4배, PA++은 4~8배, PA+++은 8~16배, PA++++은 16배 이상 자외선을 차단하는 효과가 있다. SPF와 마찬가지로 PA+++ 이상부터는 차단 성능이 크게 달라지지 않으므로 온종일 바다에서 서핑을 즐기는 경우 등이 아니라면 일상적으로는 PA+++ 정도면 충분하다고 여겨진다. 간혹 서양권 자외선 차단제에는 PA 수치가 안 붙어 있기도 한데, 유럽에서는 PA 대신 PPD 지수를 대신 사용해서 그런 것이다. PA의 + 하나당 PPD 지수는 2의 제곱으로 늘어나므로 쉽게 변환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자외선 차단제의 원리를 간단히 알아보자. 자외선 차단제는 물리적 방식과 화학적 방식 둘 중 하나를 채택한다. 물리적 방식을 사용하는 자외선 차단제는 피부와 햇빛 사이에 얇은 방어막을 형성하는 원리다. 이산화타이타늄(타이타늄디옥사이드, TIO2)과 산화아연(징크옥사이드, ZnO)이라는 성분이 방어막의 주역이며 이들이 함유되지 않은 선크림은 모두 화학적 방식을 사용하는 것이다. 두 성분은 금속을 산소와 반응시켜 만든 하얀 녹으로 자외선을 반사하고 산란시키는 특징이 있다. 녹이라고는 하지만 인체와 자연에 해가 되지 않는 성분이므로 걱정할 필요는 없다. 흔히 무기 성분 혹은 무기자차(무기 자외선 차단제)라고 부르는 계열의 선크림이 여기에 속한다. 선크림을 발랐는데 얼굴에 허옇게 뜨는 백탁 현상이 일어났다면 물리적 방식의 선크림을 바른 것이다.
화학적 방식의 자외선 차단제는 차단제 내의 유기 성분이 자외선을 열에너지로 바꾸어 내보내는 것으로 피부를 보호한다. 발림성이 좋고 백탁 현상이 적은 대신 무기 차단제보다 땀과 물에 잘 지워지는 편이다. 대표적인 성분으로는 아보펜존이나 옥티놀세이트 등이 있다. 성분이 두 종류뿐인 물리적 방식보다 성분과 조합이 다양하므로 그에 따른 성능 차이도 천차만별이다. 하여 피부 특성에 따른 적절한 제품을 찾는 일이 중요하겠다. 다만 선크림에 눈이 시리다면 화학적 방식보다는 물리적 방식의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겠다.
자외선에는 우리 몸이 비타민D를 합성하도록 돕고, 체내의 인과 칼슘 흡수량도 높여주는 순기능도 있다. 햇빛을 받으면 식욕이 돋고 잠이 잘 오는 것도 자외선이 관련 호르몬을 분비하는 내분비샘을 활성화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자외선은 마냥 악이 아니며 적절한 자외선을 쬐는 것은 건강에 유익하다. 그러므로 선크림을 바르기 귀찮다고 실내에 틀어박혀 있기보다는 선크림을 바르고 외출하는 것이 중요하겠다.
서윤빈 소설가
*세상 모든 콘텐츠에서 과학을 추출해보는 시간. 공대 출신 SF 소설가가 건네는 짧고 굵은 과학잡학. 3주마다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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