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나두 동대표’
자신이 사는 아파트 관리비 비리를 해결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인 한 연예인이 있었다. ‘난방열사’를 자처한 그는 끝내 동대표로 당선된다. 동대표가 되면 아파트 입주자들의 대표인 입주자대표회의 구성원이 되고 회장과 이사에 출마할 자격을 얻는다. 또한 가히 ‘아파트의 헌법’이라 할 수 있는 거주 중인 아파트 관리규약을 개정할 수 있다. 입주자대표회의는 관리사무소 직원들의 임면권도 가지고 있다. 강력한 권한이 있고 감사를 제외하고는 견제 기구도 없지만, 회계·주택관리 등 전문지식이 요구되는지라 대부분 입주자는 입주자대표회의의 결정에 따른다.
동대표로 당선된 연예인의 눈부신 행보는 아파트 관리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고, 아파트 관리비로 골치 아픈 천만 가구주에게 “나도 동대표가 될 수 있을까”라는 잔잔한 파문을 일으켰다. 하지만 동대표가 되려면 세입자가 아닌 아파트를 소유한 집주인이어야 하기에, 오호통재라 아파트의 민주적인 정권 교체 꿈은 시작조차 못한 채 좌절됐으니. 하지만 이제 세입자도 동대표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4월24일부터 시행된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에 따르면, 동대표 선거에 2회까지 입후보자가 없는 경우, 3회부터는 세입자도 출마할 수 있다. 150가구 이상의 공동주택 의무관리 대상이 아니어도 주민의 3분의 2가 동의하면 의무관리 대상으로 신청할 수 있고 입주자대표회의와 자치관리기구도 구성할 수 있다. 새로운 공동주택 관리 제도를 만드는 과정에선 추가 비용이 생길 수 있지만, 민주적으로 또 지속해서 공동주택을 관리할 수 있으니 지나고 보면 남는 장사일 것이다. 무엇보다 집 안팎에서 민주시민 교육이 시작되는 장이 열렸으니 그야말로 기쁘지 아니한家(가).
임경지 학생, 연구활동가
관심분야 - 주거, 도시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천하람 “‘병정 놀음’에 79억…국군의날 연습 장병 2명 중상”
번번이 한계 노출…‘정치초보’ 한동훈, 고립만 깊어졌다
“윤 정부, 해도 너무한다”…숭례문 도로 메운 시민들 ‘퇴진’ 외쳐
[포토] 푸바오 보낸 그날처럼…판다 부부 보내는 일본 ‘눈물바다’
이란 “이스라엘에 피의 복수”…레바논 파병 가능성까지 꺼내
‘김건희 명품백’ 불기소로 가닥…검찰, 주가조작 남아 갑절 곤혹
“현기차 누가 사, 전기차는 중국차”…수상한 댓글 출처 보니
9월 30일 한겨레 그림판
중학교 시험 지문에 ‘봉하마을, 뒷산 절벽서’…파문
지구 중력에 잡힌 10m ‘미니 달’ 어디서 왔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