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인시장 아트게이트. 사진 박영채 제공
서울시와 종로구가 ‘디자인 혁신’ 사업을 추진하면서 ‘대한민국 공공디자인 대상’을 받은 건축물을 철거할 수 있게 허용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서울시는 2025년 2월28일 ‘통인시장 디자인 혁신 전통시장 조성 디자인 및 설계 공모 지침서’를 공고했다. 이 사업은 2026년 상반기까지 75억원을 들여 종로구 통인시장 아케이드와 보행로 200여m의 디자인을 바꾸는 사업이다.
그런데 이 공모 지침 중에 ‘기존 동서 측 주출입구 아트게이트 존치, 철거 여부는 설계 의도에 따라 제안한다’는 대목이 문제였다. 설계 공모 지침서를 보면, 아트게이트는 이 사업의 범위인 ‘통인시장 아케이드와 보행로’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그런데 굳이 응모자들에게 ‘아트게이트의 존치, 철거 여부를 제안하라’고 지침을 준 것이다.
‘아트게이트’는 2012년 통인시장 동서 출입구에 설치된 대문 겸 처마와 같은 건축물로, 2012년 문화체육관광부의 제1회 대한민국 공공디자인 대상을 받았다. 아트게이트는 서촌의 오랜 역사를 고려해 서까래와 지붕, 처마 등 전통 건축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적용했다. 10년 이상 통인시장의 얼굴이었고, 2019년 패션 브랜드 루이비통이 만든 책 ‘트래블 북’ 서울 편에도 소개됐다.
이 설계 공모 지침이 알려지자, 아트게이트를 설계한 황두진 건축가는 즉시 서울시와 종로구에 항의했다. 황 건축가는 “설계 공모 지침서를 작성할 때 설계자를 만나서 이 사업을 설명하고 상의해야 했다. 아트게이트가 종로구의 소유물이라고 해도 건축가에겐 여전히 저작인격권이 있다”고 말했다.

2019년 루이비통의 ‘트래블 북 서울’에 실린 통인시장 아트게이트. 루이비통 트래블 북 갈무리.
이에 대해 서울시의 민선희 상권활성화과장은 “존치, 철거를 제안하라는 것은 종로구의 의견에 따른 것이다. 가능성을 열어놓고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받으려는 것이다. 법률 검토를 해보니 아트게이트는 소유권자인 종로구가 철거를 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종로구의 송인경 지역경제과장은 “상인회에서 존치나 철거나 모두 상관없다고 해서 그 내용을 넣었다. 철거를 전제한 것이 아니고 존치할 수도 있다”며 “응모하는 건축가들이 낸 아이디어에 따라 심사위원회에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 건축가 쪽의 이지은 변호사는 “아트게이트는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예술 작품이다. 예술 작품에는 창작자의 저작 인격권이 있으며 이것은 양도되지 않는다. 예술 작품은 동일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므로 소유자라도 함부로 그것을 변경하거나 훼손할 수 없다. 종로구가 이를 마음대로 철거하려 한다면 저작 인격권을 보호받기 위한 법적 조처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기황 시시한연구소 대표(건축가)는 “공무원들이 공공 건축물을 역사, 문화 자원으로 존중하지 않는다. 마치 자신들의 소유물처럼 마음대로 없애거나 고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공공 건축에 대한 논의를 공무원이 아니라 시민과 전문가들이 할 수 있도록 독립된 위원회와 같은 단위로 넘겨야 한다”고 말했다.
김규원 선임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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