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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퍼’와 ‘가짜뉴스’에 갈린 변지민 기자…떠나라
등록 2018-10-20 16:40 수정 2020-05-03 04:29

<font size="4"><font color="#008ABD">맷돌에 갈린 콩</font></font>

맷돌에 들어간 콩.

지난 두 달간 저는 그 콩이 됐습니다. 윗돌은 ‘크리스퍼’, 아랫돌은 ‘가짜뉴스’였습니다. 두 돌이 양쪽에서 돌아가며 멘털이 산산이 갈려 콩국물이 됐습니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특허 이전 문제점을 다룬 제1229호 표지기사와, 가짜뉴스의 뿌리를 추적한 와 공동 탐사기획 보도는 추석 전후로 사이좋게 나왔습니다. 어쩌다보니 두 기사에 모두 참여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두 기사의 마감 시점은 거의 같았습니다.

두 기사를 한꺼번에 할 생각은 당연히 없었습니다. 그런데 3차 남북 정상회담과 추석 등 주요 일정과 신문의 협업을 고려했을 때, 어쩌다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낮에는 특허 서류를 들여다보고, 밤에는 가짜뉴스를 보는 최악의 상황이 펼쳐졌습니다.

첫 보도 마감만 비슷했던 게 아니라 후속 일정도 비슷했습니다. 이해당사자의 반론이 나오고, 그것에 재반박을 하고, 후속 보도를 준비하고, 다른 기자들에게 취재당하고, 욕이 잔뜩 들어간 전자우편을 받고, 소송 압박에 시달리고, 이런 과정들이 한꺼번에 닥쳐왔습니다. 스트레스는 극에 달했고 온몸에 피가 팽팽 돌았습니다. 온종일 눈떨림이 멈추지 않았습니다.

윗돌과 아랫돌 중 좀더 힘들었던 건 윗돌입니다. 가짜뉴스 보도는 탐사팀 동료들과 함께해서 힘이 됐는데, 크리스퍼 보도는 주로 혼자 맡다보니 더 부담이 컸습니다.

편집장과 팀장을 붙잡고 ‘힘들어서 더는 못하겠다’고 하소연했습니다. 팀장은 조용히 종합비타민제를 카카오톡 선물로 보내줬고, 편집장은 슬며시 표지기사로 한 번 더 밀어넣었습니다. 두 분이 당근과 채찍을 적절히 조합한 것이리라 믿습니다.

좋은 점도 있었습니다. 주변의 응원도 두 배로 받고, 국정감사를 앞둔 국회의원실의 연락도 많이 받았습니다. 두 기사가 진행되는 과정을 비교하면서, 반성하고 발전시킬 부분을 찾기도 했습니다. 기자로서는 꽤 성장할 수 있었던 계기인 셈입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시간에 치여 독자들께 가짜뉴스 기사의 매력을 온전히 보여드리지 못한 것입니다. 지난주엔 두 번째 크리스퍼 표지기사를 쓰느라, 가짜뉴스 취재후기조차 직접 쓰지 못하고 김완 기자가 대신 쓰게 했으니까요. 물론 김완 기자가 써서 훨씬 재밌었지만 말입니다.

여력이 부족해 에 최적화된 가짜뉴스 기사를 보여드리지 못한 점은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다음번엔 의 매력을 듬뿍 느낄 수 있는 기사로 찾아뵙겠다고 약속드릴게요. 방전된 배터리를 조금만 충전하고 와서요.

변지민 기자 dr@hani.co.kr<font size="4"><font color="#008ABD">뉴스룸에서</font></font>
1월, 7월, 8월 민언련 '이달의 좋은 보도' 수상 (왼쪽부터).

1월, 7월, 8월 민언련 '이달의 좋은 보도' 수상 (왼쪽부터).

변지민 기자, 탐사팀 김완·박준용·장나래 기자가 쓴 ‘가짜뉴스의 뿌리를 찾아서’ 기획 기사가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의 9월 신문 부문에서 ‘이달의 좋은 보도’로 선정됐습니다. 민언련은 10월18일 누리집에서 “수많은 가짜뉴스와 복잡한 유통망 속에서 진원지를 찾아낸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한겨레는 기어코 ‘소수자 혐오 가짜뉴스’ 배후에 보수 개신교 세력인 ‘에스더’가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선정 이유를 알렸습니다. 시상식은 26일 예정입니다.

변 기자는 올해에만 네 번째 민언련 ‘이달의 좋은 보도’ 수상자입니다. 1월에 이어 7∼9월 3개월 연속 수상자이기도 합니다. 수상 기사는 ‘열심히 일한 당신 상품권으로 받아라?’(1월), ‘천안함 살아남은 자의 고통’(7월), ‘누가 폭염으로 숨지는가’(8월)입니다. 10월17일 변 기자의 네 번째 수상 소식이 전해지자 류이근 편집장은 “평생 민언련의 ‘이달의 좋은 보도’ 상을 한 차례도 받지 못하는 기자가 많다”며 축하했습니다. 다음달에도 의 좋은 보도를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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