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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이 소셜미디어에 올려서는 안 되는 세가지
등록 2018-10-06 18:56 수정 2020-05-03 04:29
일러스트레이션/ 이우만

일러스트레이션/ 이우만

정치인 한 명을 ‘언팔’했다. 페이스북에서의 일이니 ‘언프렌드’를 했다고 하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언팔과 언프렌드는 소셜미디어를 하는 당신의 권리 중 하나다. 나 역시 수시로 언팔과 언프렌드를 한다. 소셜미디어는 나의 세계, 당신의 세계다. 그 세계는 온전히 당신이 꾸려나가는 것이다. 누군가를 ‘팔로’하고 ‘친구맺기’를 한 다음 언팔하고 언프렌드하는 것도 당신의 자유다.

트럼프처럼

다만 정치인을 언프렌드한 건 처음이었다. 나는 정치인 계정을 다수 팔로한다. 그들이 좋은 말을 하건 나쁜 말을 하건, 기사화할 수 있는 말이 종종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정치인은 내가 ‘정치인이 소셜미디어에 올려서는 안 되는 일’로 꼽는 세 가지를 모두 포함하고 있었다. 첫째, 자기를 새끼손톱 밑에 마지막으로 남은 때만큼 좋게 거론한 기사를 모조리 링크로 올리며 “좋은 기사네요”라고 칭찬하고 ‘좋아요’ 받기. 둘째, 자신과 척진 정치인은 아군이든 우군이든 관계없이 조리돌리기. 셋째, 내가 얼마나 옳고 바른 일을 하는 정치인인지 지속적으로 어필하기. 나는 사실 이 세 가지에 모두 해당하는 정치인을 한국 소셜미디어에서 볼 거라고는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다.

다들 알다시피 미국에는 그런 인물이 있다. 도널드 트럼프다. 지금 세상에서 가장 소셜미디어를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게 다루는 정치인은 트럼프다. 그가 트위터에 올리는 막말들은 곧 기사화가 된다. 모든 매체가 트럼프의 트위터 한마디 한마디에 귀를 기울인다. 그중 많은 말은 그냥 막말일 뿐이다. 그가 내뱉은 말이 미국이라는 거대하고 복잡한 시스템을 가진 국가의 정책으로 곧바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트럼프는 배설한다. 사람들은 분노한다. 우리는 받아쓴다. 그걸 보고 트럼프는 또다시 “페이크 뉴스! 소 배드!”라며 트윗한다. 그러면 사람들은 분노한다. 우리는 받아쓴다. 트럼프는 또….

어쩌면 소셜미디어는 정치인에게 그다지 좋은 도구가 아닐 수도 있다는 걸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일대일로 지지자들을 만난다는 느낌도 다소 환상에 가까울 것이다. 소셜미디어에 빠지는 순간 많은 정치인이 ‘나는 지지자들 혹은 반대자들과 직접 소통한다’는 착각에 빠지곤 한다. 이 ‘소통’이라는 단어는 한국의 모든 영역에서 사람들을 홀린다. 그놈의 소통이란 무엇인가. 솔직히 말하자면 여러분이 지지자들과 나누는 대화는 대개 염치없는 자기 자랑과 자만에 가까울 때가 많다. 그들의 ‘좋아요’ 중 상당수는 당신이 올린 글을 제대로 읽지도 않고 누르는 ‘좋아요’일 것이다. 반대자들과 나누는 대화? 아무리 좋게 봐야 키보드 배틀(싸움)이다.

진짜 '소셜’한 일

사실 당신들 역시 외로운 것일지 모른다. 우리가 소셜미디어를 적극적으로 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외롭기 때문이다. 정치인인 여러분도 외로울 것이다. 트럼프도 황금으로 두른 맨해튼 아파트를 떠나 낡고 하얗고 작은 집에 사느라 정말 외로울 것이다. 다만 당신의 정치적 외로움을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소셜미디어 운용이 아니라 정말 바깥으로 나가서 필요한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다. 그게 기삿거리가 된다면 매체들은 기사화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셜미디어를 열심히 운용하는 것이 훌륭한 정치인의 2018년적 조건 중 하나가 이미 되어버렸다면? 나는 여의도에 누구보다 어울리는 훌륭한 소셜미디어 중독 키보드 배틀러(온라인에서 자주 싸우는 사람, 줄여서 ‘키배러’) 몇 명을 알고 있다. 알고 싶으신 당 관계자 여러분은 전자우편 주시길. 당신 당의 미래를 책임질 굉장한 공력의 키배러들이니 매우 만족하실 것이다.

김도훈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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