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스트레이션 슬로우어스
나는 진해 사람이다. 지금은 경상남도 창원시 진해구가 된. 태어난 곳은 대구이지만 네 살부터 성인이 되기까지는 진해에 살았다. 이제는 수도권에서 산 기간이 진해에서의 세월을 넘어서지만, 어쨌거나 성격 형성기를 줄곧 지낸 그곳을 나는 고향으로 친다. 어디 가서 ‘수도권 사람’이라고 안 한다는 뜻이다.
해군기지가 있는 진해는 외지인이 많다는 특수성 때문에 다른 경상도 내 지역에 비해 사투리가 덜한 편이다. 덜하다기보다 이래저래 섞였다고 하는 편이 맞을 것이다. 우리 집만 해도 제주 출신 엄마, 대구 출신 아빠가 일찍이 고향을 떠나 전국을 오가며 살았기에 오묘한 억양의 경상도 사투리를 쓴다. 나와 동생도 이런 두 사람의 자장 안에 있음은 물론이다.
‘여성 아이돌과 피디가 사이좋게 노노 주고받고 있어 무척 속상했음’이라는 김현지 엠비시(MBC)경남 피디의 트위트로부터 시작된 ‘논란’을 보고 해당 유튜브 영상을 봤다. 걸그룹 리센느의 멤버 원이의 채널인 ‘안원잘부’(안녕하세요원이입니다잘부탁드립니다)다. 먼저 든 생각은 일련의 해방감이었다. 소싯적 내가 쓰던 사투리보다 훨씬 센 억양을 지닌 그의 발화가 영상의 기본값인 데서 오는 카타르시스였다. 나에게 사투리란 서울로 대학을 온 이래 숨겨야 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특히나 경상도 사투리가 지역 방언에서 머조리티(Majority)의 자리를 점하는 가운데 미디어에서 남자들의 경상도 사투리는 자주 재현돼도, 여자들의 언어는 그렇지 못한 데서 오는 반가움이 컸다. 그것은 개그맨 김대희의 유튜브 채널 ‘꼰대희’에 출연한 에스파의 윈터가 “김민저이~”라는 ‘꼰대희’의 유사 사투리를 “김민졍”(경상도 특유의 ‘ㅡ’와 ‘ㅓ’ 사이의 발음)으로 바로잡았을 때 느낀 희열과 맞먹었다.
김 피디의 트위트는 ‘리센느 일베 몰이’라는 타이틀로 조명되며 집중포화를 맞았다. 결과적으로 그 글은 오해를 낳을 여지가 충분했고, 실제 상황이 그렇게 전개됐다. 직접적으로 이름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누구인지 특정 가능한 방식이었는데, 누구나 그렇듯 특정인의 언어적 기원을 타인은 알기가 어렵다. 게다가 사투리 사용도 시대나 지역, 개인마다 다를 수 있다는 데서 더욱 그렇다. 영어 문법처럼 따로 배운 적은 없으되, 감탄문을 포함한 의문사가 있는 의문문에는 ‘~노’, ‘예, 아니요’로 답하는 의문문에는 ‘~나’라는 용법을 체화하고 있는 나 또한 영상 속 “무섭노”나 “도시노”는 낯설다. 그러나 그것은 1990년대와 2000년대 일부를 지금의 창원시 언저리에서 보낸 나의 경험에 국한된 일이다. 몇몇 국문학자가 말하듯 ‘와 이리’가 생략된 형태의 ‘노’도 경상도에서 쓰인 바가 있다.
여러 ‘논란’을 차치하고 자명한 것은, 일베발(發) 무분별한 ‘노’가 십수 년의 역사를 거쳐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와 경합하고 각종 밈(Meme)의 시초가 되면서 일베식 ‘노’와 경상도 사투리의 ‘노’를 구별하기가 어려운 지경까지 왔다는 사실이다. 이 상황이, 경상도인의 한 사람으로 개탄스럽다. 그러나 현시점에서 특정인에 대한 왈가왈부와 ‘노’ 구별에 관한 설왕설래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일베의 자장 속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하는 일이다. 혐오가 범람하는 오늘이 되기까지 꼭 일베 탓만 하기도 어려울뿐더러, 혐오를 방기한 우리의 책임이 크다는 것도. 그것이 김 피디에게 돌을 던지기 전에, 먼저 생각할 일이다.
이슬기 칼럼니스트·‘우리는 우리가 놀랍지 않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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