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 시대, 돌이 되어버린 야구 심판 이야기야구를 직관하는 사람들에는 두 종류가 있다. 여럿이서 온 사람과 혼자 온 사람, 먹을 것을 ‘구븨구븨’ 펴놓은 사람과 별다른 걸 먹지 않는 사람, 목 놓아 응원하는 사람과 그라운드만 노려보는 사람, 승산 없는 경기에 일찍 자리를 뜨는 사람과 오래오래 욕하며 보는 사람…...2026-03-27 18:43
새 학기에 교과서가 없는 선생 점자는 내 첫 번째 문자체계다. ‘강아지'라는 단어를 생각하면 내 머리엔 구부러진 초성 기역과 오른쪽으로 가지를 뻗은 모음 ‘ㅏ', 동그란 모양의 이응 받침이 떠오르는 게 아니라, 여섯 개의 점을 한 칸으로 하는 점형 ‘⠫⠶⠣⠨⠕'의 이미지가 먼저 떠오른다....2026-03-16 10:18
서울경찰청 앞 CCTV 탑, 성남 샤니 공장 굴뚝…거기에 사람이 있었다서울경찰청 앞 교통 통제 시시티브이(CCTV) 탑, 구미 코오롱 공장 내 송전탑, 광주 삼성전자 3공장 내 송신탑, 성남 샤니 공장 내 굴뚝, 서울 올림픽대교 주탑, 서울 구로역 교통 통제 CCTV 탑, 서울 망원한강공원 송전탑, 부산시청 앞 옥외 전광판…. 이것들이 ...2026-03-05 17:23
어느 날 동료가 챗지피티로 대체됐다두 사람이 있었다. 어떤 일을 영희 혼자 하면 10일이 걸리고, 철수 혼자 하면 15일이 걸린다. 둘이 함께 그 일을 하면 며칠이 걸릴까?이것이 수학 문제라면, 중학생 정도면 망설임 없이 풀 수 있는 간단한 문제. 일을 다 하는 데 10일이 걸리는 영희는 하루에 전체 ...2026-02-25 07:35
호날두의 축구화를 만져본 날난 여느 남자아이들처럼 운동을 좋아했다. 2002년 월드컵 키드로 자라 축구를 몹시 좋아했다. 비록 시각장애로 인해 또래 친구들과 어울려 시합하진 못했지만 틈만 나면 놀이터나 학교 운동장에서 공을 차며 놀았다.그 시절, 공을 차는 것만큼이나 나를 전율케 한 건 새벽에 ...2026-02-12 15:18
설 민족대이동? 승차권을 사도 타질 못하네올해 설 연휴 기차표 예매는 2026년 1월19일 아침 7시에 개시됐다. 우물쭈물하다 조금 늦게 접속했더니 이미 내 앞에 대기자만 42만여 명이었다. 나보다 5분 먼저 들어간 남편이 결국 표를 구했다. 꼭 마음에 들지는 않았으나 그럭저럭 만족할 만한 시간대였다. 알람까...2026-02-05 05:20
너와 헤어진 뒤에도 울리는 휴대전화이것은 쓰라린 상실감을 견디며 쓰는 편지. 헤어진 후에야 나는 내가 얼마나 너에게 의지했는지 알았다.매일 밤 10시30분이면 알람이 울려. 나는 그때를, 온종일 쓰던 글자들에서 잠시 벗어나 너에게 쓸 시간으로 정해두었다. 그마저도 깜박 잊기 일쑤라 알람을 맞춰놓았어. ...2026-01-21 08:02
교육감 선거, ‘남의 집 잔치’는 그만 몇 년 전 새 학교에 부임했을 때의 일이다. 학기가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교장선생님이 나를 교무실로 부르셨다.“김 선생, 혹시 필요한 게 있으면 말해보게.”처음엔 으레 하시는 말씀이겠거니 생각해 그저 잘 지낸다고만 답했다. 며칠 뒤 교장선생님은 다시 나...2026-01-11 11:34
김병기 도려낸다고 끝이 아니다통일교 정치권 로비 파문에 다소 묻히기는 했지만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비리 논란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심각한 문제다. 그는 자신과 자기 가족에게 과도한 의전과 특혜를 요구했고 보좌진에게는 자녀의 직장 업무까지 시키는 등 사적인 잡무를 강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2026-01-03 10:59
방어 맨손잡기 체험, 사람들은 웃는데 방어 표정은 모르겠다 무순을 키운 적 있다. 그릇에 물 적신 솜을 넣고 그 위에 무씨를 올려놓으니 쑥쑥 자랐다. 며칠 지나지 않아 마트에서 보던 무순이랑 똑같았다. 뿌리가 있다는 것만 빼고. 잘라 먹으면 된다고 했다. 자르라고? 줄기를 싹둑 자르면 마트 팩에 담긴 그 모습이 된다...2026-01-01 19:18
의원님들, ‘인증샷’ 없이 몸을 써보세요부산공동어시장에서 고등어 선별 작업을 하는 박영희(62·가명)씨의 걸음걸이는 언뜻 사뿐사뿐 경쾌해 보인다. 하지만 그가 발끝으로 종종거리며 걷는 것은 무릎이 아파서다. 저녁마다 배가 들어와 시장 바닥에 고등어 수만 마리를 쏟아놓고 가면 여성 노동자 500여 명이 바닥에...2025-12-26 09:02
모두를 환대하는 대화법“저는 오늘 청재킷에 통이 넓은 바지를 입었습니다. 제가 근무하는 곳에서는 날씨가 추워도 통 좁은 바지를 입는 사람이 한 명도 없거든요!”최근 한 송년 모임에서 사단법인 무의의 홍윤희 이사장이 자신을 소개하며 이렇게 입을 뗐다. 그 자리에 함께 있던 나를 위해 의도적으...2025-12-18 13:58
개미 투자자를 기만하고 지배하는 ‘테헤란로 이데올로기’ 요즘은 만나면 다 주식 얘기다. 대통령이 ‘주식으로 생활비 버는 나라’를 만들겠다는데 당연한 반응이다. 유례없는 ‘불장’에 코스피지수도 한때 4천을 돌파하자 빚내서라도 투자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대세다. 그래서 초보자답게 투자 정석에 따라 시장의 흐름과 산업 ...2025-12-10 16:27
쿠팡식 ‘답정너’를 거부한다 다음 지문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마을 인근에 발전소가 세워졌다. 이후 하늘은 탁했고, 매캐한 냄새가 떠나지 않았다. 두통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었다. 사람들은 자주 콜록거렸고, 감기가 들면 잘 낫지 않았다. 하늘에서 백색 가루가 떨어지는 일도 있었다. 주민...2025-12-03 17:55
공장식 노동자 ‘김영희’에게 오류가 떴다2024년 5월, 한겨레21에 연재 중이던 ‘무적의 글쓰기’ 칼럼을 읽다가 나는 다음 문장을 썼다. ‘영희는 공장 노동자다.’‘공장 노동자’란 말을 들을 때 사람들은 어떤 이미지를 떠올릴까? 아마도 푸른 작업복을 위아래로 갖춰 입고, 쉴 새 없이 돌아가는 기계의 리듬에...2025-11-25 1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