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으는 교실”로의 시간 여행“안녕? 나는 날으는(나는) 빗자루 선생님이야. 우리 반은 날으는 교실이고.”(맞춤법과 다르지만 말 그대로 옮겼다.)초등학교 6학년 새 학기 첫날, 선생님을 처음 대면하는 자리. 스페인 영화감독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영화 속 등장인물들처럼 원색의 목폴라를 입고 쇼트커트를...2025-03-22 19:39
너무 반가워 우는 어르신…‘죽음 관리’보다 필요한 건 무얼까“저 의사 참 귀엽네.”막 문을 나서는데 어르신이 요양보호사에게 건넨 말을 들어버렸다. 문을 나오니 좀 부끄럽기도 하고 웃기기도 했다. 처음 만났을 때 어르신은 90대 중반으로 고령이었다. 공직 생활을 오래 해선지 자기 관리가 철저했다. 집안 곳곳에 메모한 흔적이 보였...2025-03-16 15:59
잘못은 ‘핫이슈지’에 있지 않다 유튜브 채널 ‘핫이슈지’의 대치맘 패러디 영상을 두고 논란이 여전하다. 풍자라기에는 특정 계층을 지나치게 희화화했다는 것이 비판의 요지인데 근거가 좀 모호하다. 본래 패러디는 실제를 모방하되 우습게 변용하여 재현한다. 지나치게 희화화했다는 말은 곧 지나치게 ...2025-03-08 20:01
마흔한 살 황유미에 기대다올해로 마흔한 살. 아니다.윤○열 나이로 계산해야 하나. 그래도 사십 줄이다. 마흔한 살은 흰머리가 나기 시작하는 평균 나이라고 들었다. 신빙성 있는 정보는 아니다. 그래도 마흔한 살 황유미에게 흰머리 몇 가닥 정도는 있겠지. 그 모습이 상상이 안 된다. 황유미를 ‘소...2025-03-01 21:18
듣고, 관찰하고, 불꽃이 일고2024년 여름의 나는 몸도 마음도 좀 지쳐 있었다. 10여 년 동안 해왔던 다양한 활동들을 일단락하고, 다른 진로를 택하려 시간을 쓴 일이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 물살을 거슬러 헤엄치는 느낌이 들었지만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몸이 먼저 거부반응을 보였다. 일종의 위험신호...2025-02-22 20:51
남은 고민“장례 비용이 걱정이네요.”오래된 빌라 4층에서 부모님을 돌보는 아들은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 소식을 전하며 장례 비용 걱정부터 했다. 두 달 전 주민센터 의뢰로 처음 찾아간 이 집은 아들이 파킨슨 증상으로 거동이 어려운 어머니와 알코올 남용 등의 문제로 치매 증상이...2025-02-15 20:26
누구도 기록하지 않는 ‘작은’ 죽음이쪽을 밟으면 살고 저쪽을 밟으면 죽는 곳이 있다. 지옥이 아니다. ‘이판사판 공사판’이다. 2023년 한 해 산재 사망자는 2016명. 그중 건설 현장에서 사망한 수는 356명이다. 이곳에선 하루에 한 명꼴로 사람이 죽는다. “350여 명이면 참사예요.” 하지만 현실...2025-02-01 19:56
민주주의를 감각하기연말부터 새로운 운동을 배웠다. 근력과 근지구력 향상을 주목적으로 하는 웨이트 트레이닝과는 다르게, 신체의 복합적인 움직임과 총체적 기능성 향상에 목적을 둔 펑셔널 트레이닝(Functional training) 관점에서 가르치는 선생님을 만났다. 그 관점에서 바라본 나...2025-01-18 13:18
누구를 위한 대통령입니까 다음날의 빡빡한 방문진료 일정을 생각하며 잠을 청하던 중이었다. 잠들기 전 휴대전화로 잠시 뉴스를 보다가 이상한 속보를 확인했다. 비상계엄 선포. 기사가 미처 기록되지 않은, 제목만 달린 기사를 여러 언론에서 게재했다. ‘이상하네, 우리나라 대통령이 전두환이...2025-01-11 21:32
20년째 반복되는 이 장면널찍한 체육관 여기저기서 통곡 소리가 울려 퍼진다. 맨바닥에 사람들이 주저앉아 있거나 실신한 듯 누워 있다. 안쪽 단상에는 수많은 영정사진과 위패가 도열해 있다. 단상 옆으로 ‘대구지하철참사희생자가족대책위원회’ ‘삼풍유가족협의회’ 등의 명의를 단 근조화환이 늘어서 있다...2025-01-04 22:36
서로가 서로의 풍경 되기“제주를 걷고 싶을 때 내가 즐겨 찾던 곳은 사계리 해안에서 형제섬을 바라보면서 한반도 최남단 산인 송악산에 올라 멀리 마라도와 가파도를 조망하고 모슬포 알뜨르 들판으로 내려오는 해안길이었다.”‘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서 유홍준 교수가 언급한 이 길은, 제주올레 10코스...2024-12-21 20:26
금실로 이어진 시민들원래는 이번 지면에 김소영 작가가 ‘어떤 어른’ 출간을 기념해 진행한 북토크에 다녀와 느낀 것을 쓰려고 했다. “어떤 어른이 돼야 할까?”를 질문하는 이 책은 비양육자 시민인 내가 어린이와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를 일깨우며 마음을 뒤흔들었다. 어린이 청중과 함께한 다정한...2024-12-15 12:05
보이지 않는 ‘어린이들’어딜 가든 캐럴이 들리고, 크리스마스트리가 번쩍인다. 공인된 축제 중 하나라지만 유독 크리스마스에는 마음껏 기분 내기가 어렵다. 어릴 적 TV에서 본 만화 ‘플란다스의 개’ 탓이 크다. 네로와 파트라슈의 비극이 어찌나 충격적이었는지 마지막 장면이 여전히 잊히질 않는다....2024-12-08 09:51
관계를 쌓아가는 일“선생님은 제가 기억하죠. 다른 사람들은 몇 번 오다 마는데 선생님은 계속 오시네요.”50대 후반인 경준(가명)님은 15년 전 뇌졸중 발병 뒤 편마비 증상이 후유증으로 남았다. 발병 뒤 충분히 재활하지 못했고 마비 증상이 심해 거동이 어려워졌다. 가족이 있지만 헤어지고...2024-12-01 08:50
대형 크루즈가 남기는 폐기물과 탄소, 그리고 질문“근본적으로 고급호텔이란 200명에게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지도 않은 것에 터무니없는 호된 값을 치르게 하기 위해 100명이 죽어라 일하는 곳이다.”100여 년 전, 조지 오웰이 ‘파리와 런던의 따라지 인생’에서 한 이야기. 엊그제 누가 한 말이라 해도 어색하지 않다. ...2024-11-23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