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사각 소리의 충만함매 학년 초, 모든 교사는 그해 담당할 동아리를 선택한다. 보통 나는 영어 관련 동아리를 개설한다. 그동안 ‘영어 노래 패러디반’ ‘영자신문반’ 등을 운영해봤고, 지난해에는 ‘영어야, 놀자반’을 담당했다. 모두 영어를 재미 또는 실생활과 연결 지어 학생들에게 긍정적 영...2026-06-05 22:02
주 4.5일제에 여성 노동은 없다경기도를 비롯해 6·3 지방선거에서 공약으로 주 4.5일제 도입을 내세운 지방자치단체가 적지 않다. 지난 대선에서도 주요 의제로 떠올랐지만, 법정 노동시간 단축은 결코 쉽지 않은 문제다. 주 48시간에서 40시간으로 노동시간을 줄이는 데도 무려 반세기 넘는 시간이 필요...2026-06-04 11:50
‘남태령’이 동사가 되려면안다는 것은 무엇일까. 항상 앎에 고픈 나는 이제껏 기자로 산다. 내 관심은 늘 이미 일어난 일을 뒤쫓는 데 있으며, 주로 ‘why’(왜)에 시선이 꽂혀 있다. 2024년 12월21일부터 22일까지 경기도 과천에서 서울을 잇는 고개인 남태령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서도 같...2026-05-28 13:46
방광염이 직업병인 사람들 참는 것은 나의 몇 안 되는 재능. 추위, 더위, 허기, 피로, 통증. 때로는 미움과 사랑까지도. 이 한번 악물면 사라지고 또 살아진다. 어금니에 골이 패도록 이를 악무는 버릇을 고쳐야 만성두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지만 한번 난 이골은 쉽게 아물지 않는다.이 ...2026-05-16 08:28
아빠의 자격 아기가 태어나기 전엔 내가 아빠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막연한 걱정이 앞섰다. ‘아빠 과업 체크리스트’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아기를 품에 안기 전에는 자신 있게 체크할 항목이 단 하나도 없었다. 아기가 두 돌이 지난 지금, 체크된 항목은 꽤 늘었다. 하...2026-05-09 16:06
온실로 위장한 정글로 아이들 내모는 나라 맑고 화창한 날들이 이어진다. 1년 중 한 달이나 될까 싶을 정도로 귀한 시기에 나들이 가기 딱 좋은 날씨인데 제일 신나게 놀아야 할 초등학생들이 정작 소풍을 안 간다. 대다수의 초등학교가 현장체험학습도, 수학여행도 가지 않는다. 요즘은 체육대회를 해도 승패...2026-05-05 07:32
시를 사랑한 습작생의 부고일간지의 문학기자로 일한 적이 있다. 문학소녀임을 자부한 세월이 꽤 길었건만 기사를 쓸 때마다 즐겁지는 않았다. 아니, 괴로웠다. 문학기자의 본령이 그것은 아니었겠지만, 매번 백일장에 출전한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주지하다시피 문학 기사에는 여타 기사에 비해 기...2026-04-26 18:56
손가락 잃고 받은 500만원…끝 손가락과 이별한 사람을 알고 있다. 그의 유난히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은 사람들로 하여금 돌림노래 같은 말을 부르게 했다. “참 게으른 손이다!” 그 게으른 손 덕분에 그는 한때 기타리스트를 꿈꾸기도 했지만, 못갖춘마디처럼 허름한 통장 잔고를 견디다 못해 결국...2026-04-20 18:37
손끝이 곧 나의 시선벚꽃이 떨어지는 계절에 지금의 아내를 만났다. 사랑하는 아기도 이 계절에 태어났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날 밤, 우리 부부는 동네 벚꽃길을 걸으며 어느새 다가온 미래를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기다렸다. 아이가 태어나 포대기에 싸인 채 내 손에 건네졌을 때 비로소 나는 그 미...2026-04-12 15:55
안 보이는 것, 애써 찾아내야 할 것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는 보는 것과 보이는 것에 항상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가령 올해 초 달성한 역대 최고 고용률 지표 앞에서는 이면의 청년 실업률과 단기 노인 일자리 수 등을 먼저 확인했다. 또 팔레스타인땅 가자지구의 참상이 전쟁영화의 한...2026-04-08 14:13
ABS 시대, 돌이 되어버린 야구 심판 이야기야구를 직관하는 사람들에는 두 종류가 있다. 여럿이서 온 사람과 혼자 온 사람, 먹을 것을 ‘구븨구븨’ 펴놓은 사람과 별다른 걸 먹지 않는 사람, 목 놓아 응원하는 사람과 그라운드만 노려보는 사람, 승산 없는 경기에 일찍 자리를 뜨는 사람과 오래오래 욕하며 보는 사람…...2026-03-27 18:43
새 학기에 교과서가 없는 선생 점자는 내 첫 번째 문자체계다. ‘강아지'라는 단어를 생각하면 내 머리엔 구부러진 초성 기역과 오른쪽으로 가지를 뻗은 모음 ‘ㅏ', 동그란 모양의 이응 받침이 떠오르는 게 아니라, 여섯 개의 점을 한 칸으로 하는 점형 ‘⠫⠶⠣⠨⠕'의 이미지가 먼저 떠오른다....2026-03-16 10:18
서울경찰청 앞 CCTV 탑, 성남 샤니 공장 굴뚝…거기에 사람이 있었다서울경찰청 앞 교통 통제 시시티브이(CCTV) 탑, 구미 코오롱 공장 내 송전탑, 광주 삼성전자 3공장 내 송신탑, 성남 샤니 공장 내 굴뚝, 서울 올림픽대교 주탑, 서울 구로역 교통 통제 CCTV 탑, 서울 망원한강공원 송전탑, 부산시청 앞 옥외 전광판…. 이것들이 ...2026-03-05 17:23
어느 날 동료가 챗지피티로 대체됐다두 사람이 있었다. 어떤 일을 영희 혼자 하면 10일이 걸리고, 철수 혼자 하면 15일이 걸린다. 둘이 함께 그 일을 하면 며칠이 걸릴까?이것이 수학 문제라면, 중학생 정도면 망설임 없이 풀 수 있는 간단한 문제. 일을 다 하는 데 10일이 걸리는 영희는 하루에 전체 ...2026-02-25 07:35
호날두의 축구화를 만져본 날난 여느 남자아이들처럼 운동을 좋아했다. 2002년 월드컵 키드로 자라 축구를 몹시 좋아했다. 비록 시각장애로 인해 또래 친구들과 어울려 시합하진 못했지만 틈만 나면 놀이터나 학교 운동장에서 공을 차며 놀았다.그 시절, 공을 차는 것만큼이나 나를 전율케 한 건 새벽에 ...2026-02-12 1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