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참교육’은 교육감 선거 정상화로부터

등록 2026-06-26 15:58 수정 2026-06-29 14:59
일러스트레이션 이강훈

일러스트레이션 이강훈


 

지방선거 후폭풍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다. 이왕 참정권 문제가 부상한 김에 교육감 선거도 좀 짚고 넘어가면 좋겠다. 지방선거를 치를 때마다 교육감 선거는 대체 왜 하는 거냐는 (냉소나 질타도 아닌) 의문이 쏟아지는데도 매번 유야무야 넘기기 일쑤였으니 말이다. 교육감 선거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교육자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다. 중앙정부의 획일적 정책 대신 지역 실정에 맞는 교육정책을 직접 설계해서 학생과 교사, 학부모가 민주적으로 실행하자는 것이 바로 교육자치다. 그래서 대통령이 임명하는 교육부 장관과 달리 각 시·도의 교육감은 해당 지역 주민들이 직접 선거로 뽑는다.

 

피상적이고 정파적 이벤트로 전락

 

교육감은 교육부 장관의 부하도 아니고 광역자치단체장의 러닝메이트도 아니다. 그 자신이 독립된 지방자치기관이기에 관련 법령에 따라 지역 내 초·중등 모든 교육기관을 관할하며 재량대로 교육정책을 집행할 수 있다. 가령 오세훈 시장이 서울시의 일반행정을 총괄한다면, 정근식 교육감은 서울시의 교육행정 전반을 도맡는 식이다.

문제는 현재의 교육감 선거가 요식행위로 전락해버렸다는 데 있다. 직책의 특성상 정치적 중립을 유지하기 위해 후보들은 당적을 가질 수 없고, 투표용지에는 기호도 표시되지 않으며, 선거구별로 후보의 표기 순서도 달라진다. 그러나 대부분의 유권자가 이를 알지 못하거니와 후보들 역시 거대 양당의 적자를 자처하며 어떻게든 진영색을 드러내려 안간힘을 쓴다. 많은 후보가 교육정책보다 진영 내 후보 단일화에 사활을 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전형적인 깜깜이 선거이기 때문이다.

인기 드라마 ‘참교육’에 나온 말마따나 대한민국은 “수능날 듣기평가 때문에 날아가는 비행기를 붙잡아두는 나라”이고 “교육 문제만큼은 국민도 여야, 좌우, 위아래가 없다”는데 정작 교육감 후보 선거는 가장 피상적이고 정파적인 이벤트로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진 지 오래다. 학생, 학부모, 교육 종사자 등 직접적인 관계자뿐 아니라 공동체 구성원 모두의 권리를 침해하는 중요한 문제다.

 

단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은 참교육

 

준비된 후보가 시민의 지지를 받아 교육감 자리에 오르면 지역사회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우리는 이미 훌륭한 선례를 알고 있다. 고 노옥희 교육감은 2018년, 울산 최초의 진보교육감으로 당선된 이래 2022년 갑작스레 세상을 뜨기 직전까지 ‘단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울산 교육’이라는 자신의 교육철학을 실현하고자 분투했다. 무상급식과 무상교육을 전면 시행하고 교육현장 비리를 엄단했으며 야간자율학습을 폐지하고 초·중학생의 수학여행 비용을 지원했다. 울산에 정착한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 가정의 아이들이 현지 초등학교에 입학하던 날, 아이 손을 꼭 잡고 함께 등교하며 통합의 의지를 보여준 이도 그다. 학교 교육을 통해 ‘무슨 일을 하든 자기가 하는 일에 자존감을 가지고 타인이 하는 일을 존중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다수의 평범한 시민은 바로 그런 교육을 참교육이라고 생각한다.

버려지는 표와 세금도 골칫거리지만 우리 아이들의 교육권과 시민들의 참정권을 위해서라도 지금의 교육감 선거는 폐지하든 뜯어고치든 특단의 조치가 절실하다. 다시 드라마 대사를 차용해보자면, 선출직이 유권자를 안 무서워하면 세상은 망한다. 입시 경쟁, 교권 추락, 혐오문화, 인공지능(AI) 리터러시(활용·이해 능력) 격차 등 교육현장에 산적한 과제는 도외시하고 오로지 진영논리로 표만 계산하던 정치꾼이야말로 ‘참교육’이 필요한 시점이다.

 

신성아 ‘탐욕스러운 돌봄’ 저자

한겨레 저널리즘
응원으로 지켜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