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이우만
월레 소잉카: “특히 희망적인 것은 아프리카 대륙의 뛰어난 작품이 여성 작가들에게서 나오고 있다는 점이지요. 아프리카인들이 문학에 기대는 건 절망하지 않기 위해섭니다. 글을 쓴다는 건 어려운 정치·경제적 상황으로 무너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입니다.”
고은: “지금 미디어에서 문학은 연예보다 뒷전입니다. 제가 한 살, 소잉카 선생이 갓 태어난 1934년 영국에서는 ‘시는 끝난다’는 예언이 나왔지요. 그런데 시는 아직 죽지 않았습니다. 시인의 세속적 위상은 밑바닥이지만, 시는 항구적으로 별처럼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11월 초,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아시아의 아침’을 내건 제1회 아시아문학페스티벌에 다녀왔다. 광주 5·18 민주화운동에서 금남로의 아픈 기억을 품은 공간이었기 때문일까. 문학으로 그 상처를 위무하는 듯했다. 세계문학의 거장들이 육성으로 시를 읊었다.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실천적 행동으로 문학을 살고 있는 아프리카 대륙의 첫 노벨문학상 작가 월레 소잉카와 고은 시인의 대담. 앞의 대화는 그 가운데 한 구절이다.
동시대를 사는 두 거장은 독재정권에 맞서 저항하다 투옥된 고통의 경험을 공유하고 있었다. 그들의 대화는 파도 타듯 문장이 되어 나왔다. 소잉카는 대담 전에 한 기조강연의 첫 문장을 “누군가가 창의적인 소명에 헌신할 때, 그는 한 사람의 탐험가가 되는 권리를 주장하는 것입니다”는 말로 시작했다. 그는 또 문학이 가진 상상력의 성역과 자유, 경계할 권력을 파헤칠 문학의 소명을 이야기했다. 이 대화가 진행되는 시점, 한국 문화예술계에선 블랙리스트 적폐 청산이 화두가 되고 있었다.
캄캄한 어둠 속에서 문학은 보이지 않는 힘이다. 우리는 그 힘을 저 뜨거웠던 광장, 촛불의 시에서 보았다. “인생이라는 긴 여정 중 살아 있고 싶어지는 순간이 어떤 것인지 알고 싶다면 시를 읽어야 한다”(스탠리 쿠니츠)고 했던가. 우리가 촛불광장에서 진정 밝히려던 것은 무엇인가.
문화는 한 나라의 지적 역량과 위엄을 상징한다. 그런데도 박근혜 정부는 앞장서 문화예술계의 상징적 존재들까지 블랙리스트란 이름으로 옥죄었다. 도종환 장관 체제의 문화체육관광부는 산처럼 쌓인 적폐를 청산하고 있다.
이번 국정감사에선 도서 선정과 지원 등 출판계 적폐 의혹이 새로 불거졌다. 한국문학번역원은 지원사업에서 이 땅의 중견 원로 문인들을 대거 제외했고, 출판문화를 진흥해야 할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앞장서 특정 도서의 선정을 배제하는 등 출판문화를 후퇴시켰다. 그로 인해 상처 입은 문학인들은 깊이 절망했다.
박근혜 정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로 부당하게 지원이 배제됐던 예술인이 속속 복권되고, 2015년부터 정부의 눈 밖에 나면서 지원이 끊기다시피 한 문예지 지원 사업도 재개되는 모양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명박 정부가 반정부 성향의 문화인사가 주도하는 단체를 무력화하기 위해 “특정 이념에 치우치지 않는 순수문학에 대해서만 지원한다”는 기준도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제 적폐 청산의 칼끝은 이명박 정부를 향하고 있다.
그와 함께 문화계는 문체부가 현재 공석인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등 공공 산하기관장을 어떻게 선임하는지 눈여겨보고 있다. 정부기관들은 심의위원을 선발할 때도 공정해야 한다. 어디든 사람이 일을 한다. 적재적소에 인재를 배치하는 것만으로도 절반의 성공이다. 진정 일할 만한 사람은 손을 들지 않는다. 그런 사람들을 일하게 하는 것도 역할이다. 이상하게도 관의 ‘장’ 자리에 오르는 순간 본뜻을 망각하는 것을 종종 본다. 자리가 권력이라 생각하는 순간, 적폐 대상이 된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현실문제가 어려울 때? “그럼에도, 작가들이 비판적 사고를 유지하며 계속 글을 쓰는 수밖에 없다.” 두 작가가 문학에 거는 전망은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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