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가팔라지고 있다.
고공농성 8개월(1월23일 기준 242일째)을 넘어선 스타케미칼(경북 칠곡군 석적읍) 굴뚝을 향해 사 쪽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쌍용자동차 고공농성이 대주주 아난드 마힌드라 회장의 관심과 사회적 연대 물결로 변화의 기운을 만들어가는 것과도 대비된다.
사 쪽은 지난 1월13일로 예정된 3차
교섭을 일방적으로 중단했다. 스타케미칼 해고자들을 대신해 교섭에 나선 금속노조는 고공농성 200일을 훌쩍 넘긴 지난해 12월17일에야 사 쪽과 처음 만났다. 12월30일엔 김세권 사장이 나왔다. 1월13일 3차 만남을 앞두고 사 쪽은 약속된 일정을 돌연 취소했다.
스타케미칼은 폴리에스테르 원사 제조업체다. 2007년 파산한 옛 한국합섬을 인수해 2011년 재가동했다. 1년8개월 만인 2013년 적자와 경기침체를 이유로 공장 문을 닫고 철수했다. 권고사직을 거부한 29명은 해고됐다. 헐값에 공장을 인수해 상품가치를 높인 뒤 팔아치울 의도였다며 해고자들은 ‘먹튀’ 의혹을 제기한다. 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는 고용 승계와 노조 인정, 단협 체결을 요구하고 있다.
사 쪽 관계자는 에 “교섭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했다. “회사가 수백억 적자를 내고 문을 닫았다. 공장을 재가동하고 고용 보장을 하라는데 논의가 진척될 수 있겠나. 회사가 들어줄 수 있는 요구가 아니다. 지금은 회사가 약자지 노동자가 약자가 아니다. ‘회사 안’이란 것도 있을 수 없다. 다만 희망퇴직원을 쓰고 그만둔 사람들에겐 1인당 평균 1천여만원의 위로금을 지급했다. 회사가 그 정도도 안 하겠다는 말은 아니다.”
해고자들은 사 쪽의 교섭 중단을 ‘노조 압박 전략’으로 보고 있다. 사 쪽은 지난해 6월 해고자 11명을 상대로 법원에 ‘업무방해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굴뚝과 공장 앞 농성장 철거, 현수막 철거, ‘고용승계·먹튀·위장폐업’ 표현 사용 금지 등을 어길 경우 1인당 1회에 100만원씩 물린다는 내용이다. 1월9일 법원에서 최종 심문이 있었다. 이날 해고자 쪽 변론을 맡은 김유정 변호사는 “교섭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면 남은 수단이 농성밖에 없는 해고자들의 교섭력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재판부의 신중한 판단을 호소했다.
이날 사 쪽은 금속노조에 연락해 3차 교섭 취소를 통보했다. “재판부에 교섭의 여지가 없다는 사인을 보내기 위해서인 것 같다”고 굴뚝의 차광호 해복투 대표는 말했다. 사 쪽 관계자는 “‘교섭’은 그쪽 표현일 뿐이다. (해고자 쪽 변호인의) 준비서면을 보면 교섭이 잘되고 있으니까 결정을 늦춰달라는 취지로 쓰여 있다. 그런 목적으로 교섭을 요구하는구나 싶어 휘말리는 것 같았다”고 했다. 사 쪽은 공장 앞 농성자들이 사용하던 외부 화장실도 단전·단수했다.
지난 1월16일 해고자들이 제기한 해고무효소송 1심에서 대구지방법원은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사 쪽은 농성 중인 해고자들에게 2억원의 손해배상 소송도 제기해둔 상태다. 스타케미칼 해고자들은 사 쪽의 변함없는 태도와 드문 사회적 관심으로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차광호 대표는 최근 발에 동창이 생겼다. 지난해 말부터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심리치료도 받고 있다. 평택에서 쌍용차 노사의 ‘교섭 시작 합의’ 소식이 들려온 날 스타케미칼 굴뚝엔 비가 내렸다. 그는 평소 잘 사용하지 않던 표현을 섞어 말했다.
“외롭다…. 그래도 무너지진 않겠다.”
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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