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와 달리 땅에서의 목소리는 많이 가라앉아 있었다. 101일간의 고통과 피로가 목소리에 한꺼번에 얹힌 듯했다.
70m 굴뚝에서 ‘착륙’(3월23일)한 다음날 밤 이창근(전 쌍용자동차지부 정책기획실장)은 병원에서 전화를 받았다. 그는 하늘에서 내려서며 “땅을 밟으면 (병원이든 경찰서까지든) 걸어갈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었다. 경찰은 그가 땅을 밟자마자 구인해 차에 태웠다.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겠다”는 바람도 무산됐다. 경찰은 동료들과 기자들이 기다리는 정문을 피해 후문으로 빠져나갔다.
단답인 것도 하늘에서와는 달랐다.
피곤하다. 목소리가 많이 다운된다. 그간의 피로가 밀려오는 느낌이다.
건강은 어떤가.시력이 너무 떨어졌다. 침침하고 가까이 있는 것도 잘 안 보인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시력 외엔 뭐가 불편한가.다 불편하지. 다 불편하다.
땅으로 내려올 때 기분이 어땠나.만감이 교차했다. 마무리를 보고 내려왔어야 했는데 그러질 못했으니까.
사다리 중간에서 한참 멈춰 있었다. 많이 어지러웠나.내려올 때는 별로 안 어지러웠는데, 내려온 뒤 병원에 오는 과정에서 심하게 어지러웠다. 구토가 나오려는 것을 씹어 삼켰다.
언제부터 내려가야겠다고 생각했나.
90일(김정욱 사무국장이 89일 만에 내려갈 시점) 즈음부터였던 것 같다.
바람대로 농성 해제의 결단이 교섭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 같은가. (※그는 착륙 직전 말했다. “노-노-사가 교섭 중이다. 굴뚝에서 내려가야 교섭의 속도가 붙을 것이다. 굴뚝에 올라와서 공장 안 동료들과 임직원들을 믿는다고 했다. 굴뚝에 계속 있는 것은 못 믿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들을 믿고 올라왔듯, 그들을 믿고 내려간다.”)알 수 없다. 내려가서 더 잘 될지, 내려갔기 때문에 더 안 될지. 그런 거 생각하지 않고 신임 사장 믿고 내려왔다. (※그가 내려온 다음날 쌍용차 주주총회가 열렸다. 이유일 사장이 물러나고 최종식 신임 사장이 자리를 이었다.)
지난 100일을 어떻게 평가하나.그냥 그렇다. 굴뚝이나 땅이나 다 고생이었다.
김정욱 사무국장이 내려간 뒤 혼자서 힘들었나.힘들고 외로웠다. (※굴뚝농성 100일 직전 했던 말과는 달랐다. “외롭거나 심심하지 않다. 하루 종일 전화 통화하느라 대화 상대도 많다”고 했었다. “괜찮다. 이 정도면 괜찮다”고 그는 다짐하듯 말했었다.)
회사가 고소를 취하했는데도 검찰은 3월25일 그에 대한 구속영장(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및 업무방해 혐의)을 청구(법원에서 기각)했다.
쌍용차지부는 “이젠 회사가 화답할 차례”라며 사 쪽의 전향적 결단을 촉구했다. 3월26일 경영위원회(고엔카 이사회 의장-사 쪽-기업노조)가 열렸다. 이튿날엔 쌍용차지부가 참여한 7차 노-노-사 실무교섭이 있었다. 이창근이 내려온 뒤에도 교섭은 타결로 다가가지 못하고 있다. 그가 내려온 직후 회사는 굴뚝으로 오르는 사다리 하단부를 잘라냈다.
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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