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푸른 섬에서도 고공이 솟았다.
4월9일. 거제도의 조선소에서 해고노동자가 하늘로 올랐다. 강병재 대우조선하청노동자조직위원회(하노위) 의장. 그의 두 번째 하늘이다. 4년 만이다. 2011년 3월부터 6월까지 그는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송전탑 농성을 벌였다. 하노위 결성을 주도하다 해고된 지 2년이 흐른 뒤였다. 부당해고 판정을 받았다. 그가 일했던 하청업체는 폐업했다. 그는 해고에 ‘원청 개입’을 주장하며 고공에서 복직을 요구했다. 88일째 사내협력사협의회 대표로부터 ‘2012년 12월까지 채용’을 ‘확약’받고 땅을 밟았다. 4년 동안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다시 오른 고공은 60여m 선박 조립용 크레인(조선소 N안벽 앞)이다. “약속 이행이 되지 않으면 여기서 죽을 각오”라고 했다. 집에 홀로 남은 딸(고등학교 3학년)에게 미안해 전화기 너머 그의 목소리는 이어지지 않았다. 4년 전에도 딸은 아버지 없는 88일을 견뎠다.
스타케미칼 굴뚝은 날마다 신기록이다. 차광호(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 대표)의 고공농성은 322일(4월13일 기준)을 넘어섰다. 최근엔 전에 없던 어지럼증에 시달리고 있다. “눈이 아프고 멀미 증상이 온다”고 했다. 4월7일 대구지방법원은 공장 정문에 업무방해 가처분 통고문(위반 ?? 11명에게 각 50만원씩)을 붙였다. 금속노조에서 6개월간 지원하던 생계비도 3월 말로 끊겼다.
LG유플러스·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광고탑엔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지부와 협력사들은 다단계 하도급 구조 개선, 격주 토요일 휴무, 고정급 보장 등을 합의했다. 4월7일과 8일 조합원 총투표에서 71.4% 찬성으로 가결됐다. LG유플러스 쪽은 계속 답보 상태다. 최대 쟁점인 하도급 개선을 사 쪽이 거부하고 있다. 강세웅은 “답답하다”고 했다.
하늘 노동자들이 세월호 가족 응원 메시지를 사진으로 찍어 에 보내왔다. 고공의 노동자들이 하루하루 몸에 쌓아온 고통은 세월호 가족들이 1년 동안 심장에 쌓아온 고통과 멀지 않다. “세월호는 한국 사회 자본과 권력의 실체를 보여주는 총체”라고 차광호는 말했다. “세월호의 진상이 규명되는 사회가 돼야 노동자들이 하늘에 오르지 않는 사회도 온다.” 그는 “진실을 인양하자”고 수첩에 썼다.
광고탑의 강세웅·장연의도 ‘세월호 인양’과 ‘잊지 말 것’을 호소했다. 강세웅은 말했다. “진실이 밝혀지지도 않았는데 돈으로 얼렁뚱땅 마무리하려는 정부 태도를 보며 한없이 절망스러웠다. 힘없는 노동자들이 고통을 떠안아야 하는 현실과 다르지 않다.”
고공은 솟고 진실은 가라앉는다. 푸른 봄 새파란 독이 돋는다.
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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