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사이버 망명’이 이어지고 있다.] 검찰이 제멋대로 엿볼 수 있다는 국내 모바일 메신저 다음카카오톡 대신 독일산 텔레그램으로 옮기는 기나긴 행렬 말이다. 제1차 사이버 망명은 몇 해 전 다른 사람과 주고받은 전자우편을 검찰과 경찰이 거의 제한 없이 들여다볼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구글 지메일로 누리꾼이 ‘집단 이주’한 사태를 가리킨다.
[전자우편 감청은 그래도 양반이었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편지 형식의 전자우편에서는 최소한의 격식은 따지게 마련이다. 카카오톡 등 모바일 메신저는 어떤가. 숱한 ‘뻘글’과 일상적 잡담을 기발한 이모티콘에 섞어 수시로 주고받는 공간이 바로 모바일 메신저다. 또한 상당수 언론사 기자는 단체대화 기능을 활용해 카카오톡을 간이 회의 채널로도 쓰고 있다. 일상적 대화와 귀한 정보가 모두 오가는 길목이라는 이야기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통령 모독’ 발언 한마디가 나왔다고 이런 ‘꿀정보’를 권력기관에 통째로 넘겨준다면, 카카오톡은 이미 ‘가카와톡’과 다를 바 없게 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가카=각하).
[이번 텔레그램 망명 사태의] 일차적 책임은 박근혜 정부와 검찰에 있지만, 이용자와의 ‘의리’를 지키지 않은 카카오톡한테도 일정한 책임이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석우 다음카카오 공동대표는 검찰의 사이버 명예훼손 관련 대책회의에 카카오 쪽도 참석한 사실이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검찰이 오라는데 안 갈 수 없는 것 아니냐. 국가의 정당한 법 집행에 따른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법원 영장을 토대로 요구한 것이라면, 이를 거부할 근거가 없는 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기업 이미지라는 게 논리와 이성의 토대 위에서만 쌓이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카카오톡은 이번 사태를 통해 ‘준법 기업’의 이미지를 얻었는지 모른다. 동시에 입이 무거운 듬직한 친구라기보다, 일러바치기 좋아하는 ‘고자질쟁이’ 이미지도 덤으로 얻었다. 그래서 나는 텔레그램으로 망명했다.
최성진 사회정책부 기자 csj@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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