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원익씨. 본인 제공
사람을 만나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신다. 이건 특별한 일일까, 평범한 일일까? 수입이 일정치 않은 모델 일을 하며 배우를 꿈꾸던 서른 살 청년은 이 평범함이 사무치도록 그리웠다. 그래서 꿈을 포기하고 공인중개사 시험을 보기로 했다. 적어도 그 시험에는 답이 있으니까. 매일 아침 6시30분에 일어나 30분간 달리기하고, 사과를 먹은 뒤 책상 앞에 앉았다. 오전 10시30분까지 공부하고, 오전 11시에 크로스핏 체육관으로 가서 운동한 뒤 점심을 먹고 30분 낮잠을 잤다. 밤까지 공부하다 밤 9시30분부터 10시까지는 불을 다 꺼놓고 가만히 있었다. 그렇게 있다보면 가끔 눈물이 났다.
“평범한 삶을 산다는 게 쉬워 보이지만 사실 어려운 거잖아요. 그래서 더 절실했던 것 같아요.” 8개월 뒤, 시험에 합격한 그는 빌딩을 중개하는 법인에 취업했다. 그러던 중 계약이 끝난 소속사 사장님이 넷플릭스 ‘솔로지옥' 출연을 제안했다. 가벼운 마음으로 본 미팅이었지만, 면접을 거듭할수록 하고 싶어졌다.
“10명이 넘는 제작진 앞에서 미팅하고, 정신과 상담도 하고, 생활기록부와 범죄 이력 열람, 친구들 전화번호까지 물어 제 평판을 조사하니 더욱 욕심나더라고요.” 하지만 합격의 기쁨도 잠시, 촬영이 시작되자 뜻대로 상황은 흘러가지 않았다. 호감을 표현하고, 거절당하고, 그 모습이 콘텐츠가 되어 평가받고. 마음고생이 꽤 심했다. “솔로지옥 나온 친구들 보면 다 멋있잖아요. 밖에서는 얼마나 인기가 많겠어요. 저도 사람들이 어느 정도는 날 좋아해주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쉽지 않더라고요.(웃음)”
10일간의 촬영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그는 메모했다. ‘내 마음을 상대에게 확실하게 표현하는 게 중요하구나. 겁이 많아서, 상대방이 나를 싫어할까봐, 말 안 해도 알 거란 생각에 용기가 없었구나.’ 하지만 이런 프로그램에 나간다는 것 자체가 용기 있는 행동이며, 몰랐던 스스로의 모습을 보는 것이 성장의 계기가 됐다.
“마이너스 1이 나은 것 같아요, 0보다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서 상처받지 않는 것보다는, 도전하고 실패하며 부족함이 드러난 상태가 더 나은 것 같아요. 그래야 뭐라도 움직이니까. 요즘 제 부끄러움은 글쓰기인데요.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는 게 너무 어려워요. 그래서 일부러 더 자주 써보려고 해요. 아쉬움에 욕을 먹는다 해도, 더 잘하고 싶은 일이니까.”
그는 앞으로 패션, 부동산, 독서 관련 콘텐츠를 더 만들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 얘기를 들으니 기대되면서도 한편으론 많은 사람이 인플루언서가 되려 하고, 성공을 꿈꾸고,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 하는 현상에 대해 나 역시 원하면서도 피로를 느낀다고 했다. 그러자 그는 답했다.
“저도 공감하고, 그 지점이 항상 고민이에요. 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성공, 그러니까 제 가치관은 제 몫을 잘하는 거예요. 사실 1인분의 역할만 잘해도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전까진 1인분조차 못했어요. 누구의 도움을 받아야만 겨우 살아갈 수 있었죠. 하지만 이제 겨우 조금씩 제 앞가림을 하는 단계인 것 같아요. 그래서 이걸 잘 유지하고 싶어요. 유지하는 게 성과를 내는 것과는 다르겠지만, 사실 유지하는 것조차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그러니 잘해내고 싶어요. 이젠 정말 내 앞가림 잘하는구나, 1인분의 몫을 잘하는구나. 그게 정말 성공이지 않을까 싶어요.”
정성은 비디오편의점 대표PD·‘궁금한 건 당신’ 저자

유튜브 채널 ‘빠더너스’ 영상 갈무리
① 빠더너스 https://www.youtube.com/@bdns
인문학, 예능, 코미디 등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이는 채널. 특히 상훈님 특유의 편안한 분위기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영상이 많다. 보이지 않는 선을 아슬아슬하게 넘나들며, 품격 있는 코미디를 보여주는 것이 이 채널의 매력! 도파민이 과하게 넘치는 유튜브 세상 속에서, 마치 사려니숲길 같은 청량하고 무해한 느낌을 주는 채널 중 하나다.
② 안될과학 https://www.youtube.com/@Unrealscience
과학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과학 덕후’ 아저씨들이 모여 만든 채널. 특히 궤도님은 방송을 통해 꾸준히 과학의 매력을 전파하며, 더 많은 사람들이 과학에 관심을 갖도록 만들었다. 확고한 취향과 개성 있는 콘텐츠로 많은 이에게 영향력을 미치고 있으며, 다양한 게스트를 초대해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점도 인상적이다. 과학을 쉽고 재미있게 즐기고 싶다면 강력 추천!
③ 작가 송희구 https://www.youtube.com/@thewriter-song
부동산 관련 콘텐츠를 다루며, 비슷한 조건의 아파트를 비교해주는 채널. 구독자들이 쉽고 직관적으로 두 부동산을 비교할 수 있도록 돕고, 사연을 바탕으로 실질적인 정보와 유용한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스스로 부동산에 대해 공부하도록 돕는 점이 가장 큰 장점!
*남플리, 남들의 플레이리스트: 김수진 컬처디렉터와 정성은 비디오편의점 대표PD가 ‘지인’에게 유튜브 영상을 추천받아, 독자에게 다시 권하는 칼럼입니다. 격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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