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보라미 제공
전국의 법원을 자전거로 누비는 김보라미(49·법률사무소 디케·사진) 변호사는 언론인이 아닌데도 안종필자유언론상을 수상한 최초의 인물이다. 그는 언론자유부터 정보인권, 인공지능 윤리에 이르기까지 한 사회 안에서 ‘인간다움’을 지켜내야 하는 영역이라면 ‘꺾일지언정 굽히지 않는’ 자세로 뛰어든다. 그런 그가 ‘법조인으로서의 부끄러움’을 털어놓은 것은 ‘법꾸라지’ 윤석열 대통령을 체포하라는 응원봉 집회가 한창이던 2025년 초였다. 앞서 그는 한겨레21과 한 인터뷰(제1547호 참조)에서 “법적 절차는 ‘빠른 것’과는 거리가 먼데, 이런 느릿한 시간이 우리의 삶을 너무나 불안하게 만들어가고 있다”며 “정치적으로 편협한 대립, 적대감, 인간에 대한 혐오, 불신이 공동체를 극단적으로 갈라치기 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국내에선 법조인 출신 대통령이 철저히 법을 기만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정치의 정체’에 답답해하는 사이 바깥 세계에는 중국발 생성형 인공지능 ‘딥시크’ 열풍이 불어닥쳤다. 이 모든 문제에 대해 발언하는 데 몸을 사리지 않는 김 변호사에게 갈 길을 물었다.
—체포에 불응하다 헌법재판소에 출석해서도 ‘부정선거론’을 퍼뜨리는 데 골몰하는 대통령을 보고 있다.
“법조인인 나 자신도 평소 특권과 반칙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았는지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됐다. 법조인 출신들 스스로가 법적 시스템을 무력화하고 법을 지키지 않으며 사회를 혼란스럽게 하는 데 적극 기여하고 있어 무척이나 부끄럽고 죄송스럽다. 이를 회복하기 위해 이 추운 날 거리로 나가 노력하는 시민들의 모습을 보면서 부끄러움을 느낀다. 법조인들 한분 한분 어디 나가서 잘난 척하기보다는 살아온 날들과, 전문가로서의 역할을 되돌아보고 윤리의식을 더 강화해야 할 필요가 크다.”
—이번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 사태는 의미도, 남긴 숙제도 커 보인다.
“한국 사회가 이미 민주주의적 정당성에 따라 시민이 스스로 통치하는 사회시스템을 확립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 것은 큰 의미다. 쿠데타나 군대를 동원한 권력유지 방법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소수 극우 유튜버가 선동을 통해 헌법적 가치를 흔드는 시도가 계속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이에 대한 해결이 숙제로 남았다. 더불어 대통령제의 과도한 비대화를 심각하게 경험한 것 역시 향후 헌법개정이란 과제로 남았다고 생각한다.”
—재발 방지를 위해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대통령의 계엄 선포와 그 후 절차를 지켜보면서 시민들이 국가 및 정치·산업 엘리트의 힘을 제한하고 견제하는 능력이 절실히 필요함을 느꼈을 것이다. 현재 시민 의견이 배제된 공공시스템은 향후 시민들의 참여가 좀더 가능하도록 민주화돼야 한다.”
—우리 정치는 ‘멈춤’ 상태인데 세계는 중국발 생성형 인공지능 ‘딥시크 열풍’으로 소란스럽고 변화무쌍하다.
“세 가지를 강조하고 싶다. 우선 인공지능, 알고리즘 의존이 불러일으키는 사회적 변화에 대해 면밀히 살펴보고 시민들이 적극 참여해 정책을 만들어나갈 수 있어야 한다. 감시, 차별, 환경 침해, 노동 문제부터 인간의 삶에 도움이 되는 부분까지 고려해 전 사회의 여러 이해관계자가 함께 이 ‘위험이 넘치는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 그러나 여전히 이와 관련한 중요한 의사결정 과정에 대형 로펌들과 로비스트들이 개입하기 일쑤다. 둘째 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처럼 인권과 긴밀하게 연계된 독립적인 중요 위원회들이 다시 제구실할 수 있도록 망가진 조직을 정상화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치적으로 선동되어 근거 없이 소수자를 혐오하고 의견이 다른 이를 적대하는 현상에 사회가 적극 대응해야 한다. 빅테크(거대 기술 기업)가 제공하는 금전적 인센티브를 기반으로 한 극단적인 표현 속에서 정치적 공동체가 과도하게 대립하는 것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
—한겨레21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지금은 탄핵 이후 정국이 가장 큰 관심사일 것이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우리 곁의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삶에도 주목해주셨으면 한다. 특히 인공지능과 빅테크의 영향력이 커지는 가운데, 갈수록 복잡해지고 때론 뒷전으로 밀리는 인권과 민주주의 과제들도 일반 사람의 관점에서 꾸준히 챙겨줬으면 좋겠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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