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안마을(경남 밀양시 산외면 괴곡리) 주민들이 송전탑 공사장으로 오르는 한국전력 쪽 차량을 막으며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ㄱ(74) 할아버지 가문은 10대조부터 위양마을(경남 밀양시 부북면 위양리)에 살았다.
물려받은 땅에서 대대로 농사를 지어왔다. ㄱ 할아버지는 농사일로 몸이 성치 않아 매일 침을 맞지만 아들 넷을 전부 대학에 보낸 것이 큰 자부심이다. 6월11일 행정대집행 때는 선산을 지키려 아픈 몸을 끌고 나가 장동움막에서 경찰과 몸싸움을 벌였다. 오물과 고춧가루를 뿌리다가 들려나갔다. 할아버지는 경찰도 밉지만 친동생과 사촌동생도 많이 밉다.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며 함께 싸웠던 동생들은 어느 날부터 찬성 쪽으로 돌아섰다. 할아버지는 더 이상 동생들과 말을 섞지 않는다.
행정대집행 이후 ㄱ 할아버지의 둘째아들은 경남 창원에서 밀양으로 출퇴근한다. 아들은 해군에서 헬기를 몰다 전역한 뒤 경남도청에서 일한다. 그는 요즘 송전탑 건설자재를 헬기로 공사 현장에 실어나른다. 할아버지는 아들을 질책하지 못한다. “그래도 우얍니까. 일 때려치라고 할 수도 엄꼬. 가(그 아이)도 여(여기)로 다시 와 살고 잡아서(싶어서) 돈 버는 긴데….” 둘째아들은 이미 위양마을에 집까지 마련해둔 상태다. 송전탑은 행정대집행 이후 밀양의 마을과 마을을, 이웃과 이웃을, 가족과 가족을 더욱 잘고 섬세하게 찢고 있다.
한전의 계산법대로라면 위양마을은 송전탑 건설에 합의한 마을이다. 위양마을 130여 가구 중 100여 가구가 합의했다. 그러나 지난 1월 마을 이장 선거에서 반대 쪽 후보가 당선됐다. 언뜻 이해하기 힘든 결과다. 이장 선거는 박수로 추대하는 것이 관례였으나, 이번 선거에선 찬반 주민들 간에 전례 없이 치열한 선거전이 펼쳐졌다. 결국 밀양시 선거관리위원회에서 기표소와 투표함 등을 빌려 ‘절차’를 갖춰 선거를 치렀다. 결과는 55 대 30으로 반대 쪽 주민들의 승리였다. 어쩔 수 없이 합의하긴 했으나 한전의 사업 방식에 불만을 품은 주민이 많다는 뜻이다. 지난해 말 한전은 “연말까지 합의를 안 하면 개별 보상을 마을발전기금으로 주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러나 개별 보상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요즘은 합의서나 계좌이체 약정서 작성 없이 계좌번호만 알아내면 송금하고 합의한 것으로 처리해 반발을 사고 있다.
한전의 ‘밀어붙이기 공사’ 과정에서 받은 충격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는 사람도 속출하고 있다. 여수마을(상동면 옥산리) 주민 김영자(58)씨는 “합의하지 않은 30여 가구 중 10여 명의 상태가 특히 심각하다”고 전했다. 그들은 가슴이 답답하고 심장이 벌렁거리고 머리 위로 헬기가 지나갈 때마다 집 안에서 뛰쳐나오는 증상을 호소하고 있다. 여수마을 농성장을 진압하러 온 경찰에게 한 주민은 “이리 시들시들 말려 직이지(죽이지) 말고 총으로 쏴서 직이라”고 소리 지르기도 했다.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다 최근 합의한 이재목 노인회장은 “500년 이상 된 마을에 이런 분열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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