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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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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돼버린 아침 전쟁

농활일기
등록 2014-08-08 15:18 수정 2020-05-03 04:27

7월18일 “내 아지매 진짜 직이삔다.”
고성 소리에 잠을 깼다. 송전탑 경비를 서는 한전 쪽 일용직 남성 노동자 한 명과 골안마을 주민 천춘정씨가 맞부딪쳤다. 산 위 송전탑 공사장으로 올라가려는 남성의 차량을 맨몸으로 천춘정씨가 막고 있었다. 남성은 차에 올라 열쇠를 꽂았다 뺐다를 반복하며 “몸뚱아리를 차로 받아버리겠다”고 위협했다. 천춘정씨는 “들이받으라”며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시간이 지체되자 남성은 통사정을 했다. 자신은 한전 직원이 아니며 이날 송전탑 경비를 보러 온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일용직’이라고 했다. “내도 아내가 아파가 국가에 소송 건 사람입니더. 아지매들 사정 이해하고, 더러버서 두 번 다시 안 올라올랍니더. 오늘 하루만 제발 비켜주소.”
주민들 말에 따르면, 지난 7월6일부터 한전 직원 차량은 더 이상 올라오지 않는다고 했다. 대신 송전탑 건설 과정에서 어떤 결정권도 갖지 못했던 일용직 노동자들이 길에 올랐다.
전날 아침의 대치 상황도 떠올랐다. “여러분은 지금 도로교통법을 위반해 불법행위를 하고 있다”던 경찰의 말에 가만히 앉아 있던 ‘할배’ 한 분이 시퍼런 목소리로 물었다. “여보시오. 우리 여기 몸도 제대로 못 가누는 사람들이 왜 이러고 있는지, 왜 매일같이 이러고 있는지 그 이유는 좀 압니꺼.”
주민들에게 ‘불법’을 말했던 경찰은 말이 없었다. 경찰들의 얼굴은 푹 눌러쓴 모자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주민과 주민, 주민과 노동자, 주민과 경찰…. 송전탑이 꽂힌 땅마다 갈등도 분화하고 있다. 밀양에서는 출구 없는 싸움이 매일 아침 반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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