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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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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라는 큰 선물

함께 걸은 <한겨레21> 기자들
등록 2014-08-08 17:17 수정 2020-05-03 04:27

유가족 순례단과 함께 걸은 기자는 12명이다. 최우성 편집장과 구둘래 편집팀장이 7월20일 내려와 전북 부안~고창을 걸었다. 송호진 정치팀장은 13개월 된 딸 수아양을 안고, 송채경화 기자는 남편의 손을 잡고 7월27일 진도 실내체육관에 들어섰다. 세월호 참사 100일째인 7월24일 딸과 함께 순례단을 찾았던 김현대 편집인은 7월28일엔 진도 팽목항에 도착하는 순례단을 찾아왔다. 김경아 디자인주 팀장도 7월21일과 27일에 다녀갔다. 정은주 기자가 기사를 마감하느라 빠진 날, 황예랑 경제팀장(7월19일)과 이완 기자(7월22일), 이정연 기자(7월16~17일)가 대신 순례길을 뛰어다녔다. 김연희·서지원 인턴기자는 첫날(7월8일)과 마지막 날(7월28일)을 함께했다. 기자들이 길 위에서 느낀 소감을 보내왔다.

김연희 인턴기자: 7월8~9일, 7월11~12일
“둘쨋날, 우리는 경기도 화성 산업국도변을 걷고 있었다. 길은 험했다. 덤프트럭이 추월해 지나갈 때마다 내뿜는 바람에 쓰고 있던 모자가 뒤집힐 정도였다. 내리쬐는 땡볕 속에서 배낭의 무게를 견디며 땅만 봤다. 머릿속에 ‘여긴 어딘가, 나는 누군가’라는 물음만 맴돌았다. 나는 감히 두 아버지의 슬픔을 헤아려볼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어쩌면 슬픔을 나누겠다는 자세부터가 자만인지 모르겠다. 그저 함께 걸으며 잊지 않겠다는 다짐을 되새기는 것, 그리고 두 아버지가 순례 뒤에도 오래도록 건강하시길 기원했다.”

이정연 기자: 7월16~17일
“안산 단원고에서 출발해 일주일을 꼬박 걸은 그들의 얼굴에서 느낀 첫 번째 감정은 슬픔이 아니었다. 웅기군 아버지는 함께 걷기 전 말했다. ‘여기서 심각한 표정 지으면서 뭐 물어보지 말아요. 헛소리도 좋고 웃으면서 그렇게 걷자고요.’ 걷다 지쳐 열 오른 발을 식힐 때면 웃음은 오간 데 없었지만, 필수 섭취 식품인 ‘봉지 커피’를 들고 환하게 웃다가 다시 또 걸었다. 아직 대전 월드컵경기장까지 상행 순례길이 열흘 남짓 남았다. 다시 그들과 함께할 시간이 생겼다. 여전히 기대감에 차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렇길 바란다. 그 웃음 띤 고행의 길에서 고통 아닌 고마움을 느낀다.”

최우성 편집장: 7월20일
“가던 길 멈추고 틈틈이 쉴 때 억지로 농담을 걸어오거나 우스갯소리를 하다가도, 어느새 돌아서 하염없이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거나 명상하듯 심호흡을 하며 스스로를 다독이던 두 아버지의 여린 표정이 내내 잊히지 않는다.”

송채경화 기자: 7월27일
“이번엔 꼭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세월호 참사에 분노한 시민으로서 무려 100일이 지나는 동안 ‘나는 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나’ 하는 자책감이 짓누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두 아버지가 걸어온 거리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짧은 거리를 걷는 동안, 그 뜨거웠던 길이 오히려 우리에게 위로가 돼 돌아왔다. 세월호 참사가 너무 슬프고 안타까워 이제는 외면하고 싶다는 이들에게 말하고 싶다. 함께하자고. 그러면 당신의 상처가 조금은 아물 수도 있다고.”

김현대 편집인: 7월24일, 28일
“마침내 진도 팽목항에 도착했을 때, 딸 태은이가 1살 많은 아름이한테 천천히 다가가더니 오래오래 꼭 껴안아주었다. 다음날 아름이한테서 카카오톡이 왔다. ‘태은이한테 고맙다고 전해주세요. 짧은 만남이었지만 너무 좋았어요.’ 아내는 그날 팽목항에서 드렸던 천막 미사가 가슴에 깊이 새겨지는 모양이다. 마지막까지 순례 행렬을 돌보았던 신부의 말씀이 감동적이었다. ‘여러분은 겨자씨 한 알을 뿌렸습니다. 안산을 출발할 때 한 걸음이었던 것이 열 걸음이 되고, 그 열 걸음이 다시 백 걸음이 되는 것을 보았습니다.’”

서지원 인턴기자: 7월27~28일
“마치 2인3각, 아니 30각, 300각을 보는 것 같았다. ‘내가 가도 될까’ 고민하며 동행자들은 참여했다지만 그 조심스러운 마음이 순례단을 어우러지게 했다. 서울로 돌아와보니 4·16 특별법은 여전히 침몰할 듯 위태롭고 국회와 광화문 단식농성장에도 별다른 변화가 없다. 또다시 답답해지려 하지만 예전만큼 냉소하진 않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세월호를 잊지 않기 위해 각자의 순례길을 걸어가고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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