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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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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로 같은 분열의 장

취재일기
등록 2014-08-08 15:27 수정 2020-05-03 04:27

취재 전 우리에게 괴곡리의 분열은 송전탑 문제에 합의한 사람과 합의하지 않은 사람 사이의 문제였다. 송전탑을 둘러싼 갈등이라고만 지레짐작했다. 그러나 취재를 할수록 틀이 무너졌다. 주민들 간에 너무나 넓은 스펙트럼이 존재했다. 합의했지만 송전탑 반대를 지지하는 사람, 합의하지 않았지만 같이 싸우진 않는 사람, 그리고 합의하지 않았었지만 최근에 합의한 사람. 지난한 시간이었다. 1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르는 동안 주민들의 갈등 양상은 다양해졌다. 더는 송전탑 때문만이 아닌 문제로 갈등을 빚기도 했다.
우리는 취재 내내 헤맸다. 이분법적으로 누구는 올바르지 않고 누구는 장하다고 쓸 수 없었다. 모두 피해자인데 그 안에서 비난할 대상을 찾아내는 일 자체가 부당해 보였다. 막상 한 번도 마을이 분열된 적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았다.
농활 내내 우리는 우리 또래를 만났다. 비슷한 나이대로 보이는 의경, 그리고 한전 경비로 일하러 가던 젊은 남자들을 말이다. 같은 세대인 우리는 모두 다른 위치에서 다른 국면을 맞고 있었다. 저들이 바라보는 괴곡리의 분열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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