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한겨레21> 윤운식 기자
10년이다. 강산도 변하게 한다는 그 시간이 어느 순간 돌아보니 지나 있었다. 우연찮게 입사 10년에 맞춰 하게 된 한 달 휴직이 아니었으면 이마저도 모르고 지나쳤을지 모른다. 별것 아닐 수도 있는 시간이지만 한번 돌아보고 싶었다.
새로운 밀레니엄에 대한 불안과 희망의 교차로 시작해, 먼 나라에서 들려온 엄청난 테러 소식에 놀랐고, 광화문과 시청 앞의 붉은 함성 속에서 함께 흥분했다. 두 번의 거대한 촛불 물결을 카메라에 담으며 분노했고, 두 분 전직 대통령의 마지막 길을 보며 가슴 아파했다. 청계고가도로가 없어졌고 그 자리에 청계천을 복원한 분이 대통령이 됐다. 서울시청 앞에는 누구나 마음대로 이용할 수 없는 ‘광장’이 생겼고, 광화문에는 도로에 갇힌 ‘광장’이 들어섰다. 대추리에서는 사람들이 쫓겨났고, 용산에서는 안타까운 죽음이 있었다.
결혼을 했고 세 번의 이사를 했다. 두 분 할아버지가 돌아가셨고, 하나뿐인 조카는 올해 열살이 됐다. 대학 때 활동했던 연극동아리 후배들과 합동공연을 했고 그들과는 여전히 만나 술을 마신다. 갸름하던 턱선은 점차 사라졌고, 허리는 30인치에서 32인치로 ‘등업’했다. 묶을 수 있을 만큼 길렀던 머리는 다시 짧아졌지만 한 선배와 같이 삭발을 해보자던 약속은 아직 지키지 못했다. 금주와 함께 시작했던 자전거 출퇴근은 3개월 만에 막을 내렸고, 1년여 만에 다시 시작하려던 시도는 불발로 끝났다. 9년 만에 일간지에서 주간지로 옮겨왔고, 대학 졸업 뒤 뒤늦게 진학한 대학원에서 10년 만에 시험이라는 것도 다시 봤다. 여러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친구가 됐지만, 그들 중 몇몇과는 시간이 지나면 다시 멀어지게 될 게다. 나이듦에 대해 생각하게 됐지만 여전히 내 나이를 실감하지 못하며 살고 있다.
현대사를 꿰뚫는 대단한 일들이 생각날 것이라 생각하며 시작했지만 막상 쓰다 보니 별 신통치 않은 일들로만 채워진 것 같다. 지난 10년에 대한 기억이 대부분 최근 일들로 채워진 것을 보면 머리가 나쁘거나 잊고 싶은 일이 많았나 보다. 시간이 강산을 변하게 했는지는 몰라도 그다지 변하지 않은 이 사회 때문이라고 엉뚱하게 탓해보기도 하고, 그것도 아니면 새롭게 채울 좋은 기억을 위해 미리 자리를 내놓은 것이라고 위로도 해본다. 앞으로 맞게 될 새로운 내 10년은 어떤 모습일까? 그리고 내 주변의 10년은 어떻게 펼쳐질까? 지금보다는 더 좋은 기억이, 더 쓸모 있는 기억이 많이 남았으면 좋겠다.
김정효 기자 blog.hani.co.kr/hyo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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