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머리가 긴 편이다.
나를 알았거나, 알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에 대해 긴 머리의 인상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내가 어느 정도 자란 머리를 비교적 ‘단정하게’ 잘라버리는 때가 있어 그 어떤 주기의 시점에 나를 잠깐 봤던 사람들이라면 그들에게 나는 그저 ‘평범한’ 인상이었을 수도 있다. 그 시점은 얼추 연중행사에 가까웠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 상당히 오랫동안 그렇게 추수하듯 이발을 했다.
생각보다 자주는 아니지만 “머리를 왜 기르냐”고 묻는 사람이 있다. 솔직히 그럴듯한 이유를 대기는 쉽지 않다. 어릴 때는 겉멋으로 길렀고, 음… 지금도 그런 거 같다.
대학 시절엔 장발을 고집하는 친구들이 몇 있었다. 그중 내가 복학한 뒤에 수업을 같이 듣던 후배도 하나 있었는데, 아마도 그 친구의 머리 길이는 당시 우리 과에서 단연 일등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진지함을 찾기 힘든 친구였던 그 후배는 곧잘 엉뚱한 짓을 했다.
그중 하나.
어떤 수업이었는지 어떤 주제로 한 과제였는지 생각나지는 않는데 대략 이랬다. 그 어떤 과제에 대해 그는 넓은 종이에 자신의 긴 머리카락 몇 개를 잘라 붙이고 짧게 글을 썼다. 기억나지 않는 문장이지만 요는 머리 기르기 위해서는 많은 인내가 필요하다는 식이었던 것 같다. 머리카락이 인내라니. 머리 기르는 일이 인내일 거라 생각한 적이 거의 없었던지라 동의하긴 어려웠지만 의외였다. 그는 꽤 진지했다. 졸업 뒤 그가 오래 긴 머리를 유지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어른이 돼간다는 느낌이기도 했다.
표현이란 무릇 순수하게 자아와의 싸움 속에서 나와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한때 머리조차 검열받던 시절이 있지 않았나. 외적 조건이 생각을 지배할 거라는 두려움의 발로였으리라. 동의하는 부분이다. 머리를 기를 수 없다면, 우리가 그 심난한 머리들을 쳐다볼 수 없다면 표현은 참 답답해질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과장하면 요즘은 머리조차 기르지 못하게 하는 일까지 생기지 않을까 싶고, 실제로 곳곳에서 비슷한 일들이 생겨나는 듯하다. 하여 순수하게 자아와의 싸움이어야 할 그 표현조차 제약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든다.
답답하고 이상한 시절이다.
장광석 디자인주 실장· 디자인 디렉터 dizzzi@designz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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