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이 국익이다.’ 송지우 변호사는 “야다나 사례에서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겨레21> 김정효 기자
버마(현 미얀바) 서부 해안가, 벵골만과 맞닿은 아라칸주에서 한국의 ‘자원외교’가 한창이다. 대우인터내셔널과 한국가스공사가 주축이 된 컨소시엄이 개발 중인 ‘슈웨 천연가스전’ 프로젝트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본격적인 생산을 눈앞에 두고 있다. 사기업인 대우인터내셔널엔 ‘에너지 및 자원사업 특별회계’ 지원금이 대거 투입됐고, 공기업인 한국가스공사는 지식경제부(옛 산업자원부)의 ‘지휘’와 ‘지원’을 받아왔다.
10월21일 국제민주연대가 주최한 ‘다국적기업 인권기준 워크숍’에서 발제에 나선 송지우 변호사(미 하버드 법대 국제인권클리닉)가 주목한 것도 바로 이 점이다. 그는 법대생 시절인 지난 2004년부터 슈웨 가스전 사업을 추적해왔다.
“슈웨 가스전에서 생산될 천연가스는 중국으로 수송된다. 이를 위해 버마 만달레이와 초퓨를 거쳐 중국 윈난 지역의 쿤밍까지 총연장 1800km에 이르는 대규모 파이프라인 공사가 예정돼 있다. 과거 버마에서 파이프라인 공사가 벌어졌을 때, 현지 주민들은 극심한 인권유린에 시달려야 했다. 슈웨 가스전 사업이 본 궤도에 오르면, 한국 기업은 물론 정부까지 인권유린에 연루됐다는 오명을 뒤집어쓸 가능성이 높다.”
송 변호사는 1990년대 진행된, 버마 서부 해안에서 남부를 거쳐 타이까지 잇는 야다나 파이프라인 건설 공사를 ‘반면교사’로 꼽았다. 당시 파이프라인 공사에 앞서 버마 군부는 ‘치안 유지’를 명목으로 공사 전 구간에 걸쳐 군 부대를 파견했다. 군 주둔과 함께 강제노동·토지몰수·강제이주가 잇따랐고, 군인들에 의한 성폭행·고문·폭력·살인 등 온갖 인권유린이 자행됐다. 송 변호사는 “야다나 파이프라인 시공사였던 미 에너지기업 유노컬과 프랑스의 토탈도 인권유린에 연루된 책임을 면치 못했다”며 “소송에 휘말려 거액의 피해보상금을 지불한 것은 물론 ‘인권탄압에 연루된 기업’이란 낙인이 찍혀 두고두고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1990년대 말 야다나 파이프라인 건설현장을 따라 들어선 버마군 주둔기지 모습. ERI 제공
실제로 유노컬과 토탈에 투자했던 일부 주주들은 야다나 사건이 알려진 뒤 투자금을 회수했고, 유럽 각국의 연기금펀드도 두 업체에 투자한 자금을 빼내갔다. 송 변호사는 “이미 노르웨이 연기금펀드 윤리위원회는 지난해 10월 자국 재무부에 보낸 서한에서 버마에 진출한 20여 개 기업 가운데 대우인터내셔널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며 “슈웨 가스전 사업과 관련해 인권유린이 벌어졌다는 증거가 나오면, 언제든 투자금을 빼내갈 것이 뻔하다”고 말했다.
슈웨 파이프라인 공사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과거의 경험은 인권유린 가능성이 ‘명백’하며 시기도 ‘임박’했다고 가르친다. 한국 기업뿐 아니라 정부까지 ‘멍에’를 뒤집어쓸 사세다. 이미 미국의 환경·인권단체 ‘어스라이츠인터내셔널’(ERI)이 현지 인권단체들과 함께 “대우인터내셔널 등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을 위반했다”며 한국 연락사무소(NCP)에 제소할 준비를 하고 있다.
송 변호사는 “2005년 아라칸주 현지를 방문했을 때 주민들은 한국산 텔레비전 앞에 모여 한국 드라마를 보고 있었다”며 “한국 기업과 문화에 친숙한 현지 주민들이 한국 기업의 이윤 추구 과정에서 인권유린의 희생자로 전락하도록 내버려두는 게 정말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 따져봐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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