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점주 내팽개친 ‘만월경’의 수상한 자금 대여… ‘청년 성공 신화’의 배신

무인 카페 프랜차이즈 ‘만월경’ 매장 모습. 만월경 유튜브 갈무리
30대 대표가 언론과 유튜브 등에 ‘청년 성공 신화’로 소개되며 유명세를 탄 전국 최대 규모의 무인카페 프랜차이즈 ‘만월경’이 수십 명 규모의 ‘직영투자’ 계약자들에게 수천만원씩의 투자금을 받고도 약속한 점포 문을 열지 않거나 수익금과 임차료 등을 지급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 과정에서 만월경이 자기자본금을 웃도는 규모의 돈을 다른 업체에 빌려줬다가 그 업체가 파산하면서 대여금을 돌려받지 못할 위기에 처했음에도 투자 계약을 이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만월경은 2026년 7월 채권자의 신청으로 회생절차에 들어갔다.
2026년 9월2일 한겨레21 취재를 종합하면, 만월경은 2021년 창업한 지 5년 만인 2026년 8월 기준 전국 지점이 617개나 되는 최대 규모 무인카페 프랜차이즈다. 이 프랜차이즈를 창업한 김재환(36) 대표는 언론과 유튜브 등에서 ‘청년 성공 신화’로 자주 소개되며 유명세를 탔다.
ㄱ씨는 김 대표가 출연한 부동산 투자 관련 유튜브 영상 등을 보고 만월경을 알게 됐다. 2026년 3월 지역의 한 상가를 경매로 낙찰받은 ㄱ씨는 이후 만월경과 ‘직영투자’ 계약을 맺었다. 일반적인 프랜차이즈는 가맹본부가 상표 사용권, 경영 노하우, 매뉴얼을 제공하고 가맹점은 점주가 창업비용을 부담한 뒤 직접 매장을 운영하면서 가맹비와 로열티, 유통마진 등을 가맹본부에 내고 남은 매출을 가져간다. 만월경도 이런 방식의 운영을 한다. 하지만 만월경은 2025년께부터 직영투자 방식도 함께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 방식은 계약자가 6천만원 안팎의 시설비를 만월경에 내면 만월경이 직접 매장을 운영하고 관리하면서 계약자에게 매달 최소 120만~150만원의 수익금을 보장하는 것이다. 계약자가 상가를 보유하고 있으면 만월경이 수익금 외에 임차료도 지급하고 계약자가 상가를 보유하고 있지 않으면 만월경이 직접 점포를 임차했다. 그러니까 만월경 가맹점은 무인카페를 직접 운영하고 관리하며 돈을 버는 구조이지만, 직영투자 계약자는 투자만 하면 매달 수익금을 정산받는 구조인 것이다.
ㄱ씨는 이 방식에 매력을 느껴 상가를 구입하고 투자에 뛰어들었다. 그는 “만월경이 아니었다면 상가를 살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ㄱ씨는 이후 만월경에 5940만원을 주고 직영투자 계약을 맺었지만, ‘한 달 안에 점포를 열겠다’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인테리어 공사도 좀처럼 진행되지 않았다. 이유를 묻자 만월경 쪽은 ‘이란과 미국 간의 전쟁 탓에 페인트 수급이 어렵다’는 등의 이유를 들며 개점 시기를 차일피일 미뤘다. 결국 2026년 9월 현재까지 매장은 문을 열지 못했다. ㄱ씨는 “600개 가까운 매장을 운영하는 회사 대표가 설마 거짓말을 하겠느냐고 생각했다”며 “계약금이 들어간 뒤에는 쉽게 빠져나올 수도 없었다”고 말했다.
ㄴ씨도 비슷한 경우다. ㄴ씨 역시 2026년 3월 만월경과 직영투자 계약을 맺고 6천만원 가까운 돈을 지급했다. 김 대표가 ㄴ씨가 사는 지역까지 찾아와 사업을 설명한 것도 신뢰의 이유가 됐다. 하지만 ㄴ씨가 보유한 상가도 지금까지 아무런 변화가 없다. 처음에 두 차례 정도 상가 임차료만 지급하더니, 그마저도 끊겼다. ㄴ씨는 2026년 6월 ‘이럴 거면 계약을 해지해달라’고 만월경 쪽에 요구했지만, 제대로 된 답을 받지 못했다.
ㄱ씨와 ㄴ씨 뿐만 아니다. 한겨레21이 확인한 피해 투자자는 최소 24명이다. 직영투자 계약자들이 100명이 넘는 만큼 피해 규모는 더 클 것으로 보인다. 한겨레21이 확인한 사례 중에서는 2025년 말 계약한 투자자의 개점이 수개월씩 미뤄졌거나, 2026년 1월 개점은 했으나 월 120만원 수익금이 세 차례 정도 지급된 뒤 더는 지급되지 않거나 하는 등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었다.

무인 카페 프랜차이즈 ‘만월경’ 매장. 만월경 누리집 갈무리.
논란은 회사의 자금 운용 과정에서도 제기된다. 만월경이 수천만원씩을 받고 직영투자를 확대하던 2025년 회사에서 거액의 자금이 외부로 빠져나간 것이다.
한겨레21이 회생 관련 서류 등을 확인한 결과, 만월경은 재무제표상 ‘단기 대여금’ 항목으로 2025년 기분 29억6천만원을 커피기계 공급업체 ‘릴리즈테크’라는 곳에 빌려줬다. 이 돈은 2025년 말 기준 만월경의 자기자본 29억9400만원을 웃도는 규모다. 해당 재무자료를 검토한 한 회계 전문가는 “회사의 자산 규모를 고려하면 단기 대여금 규모가 30억원대에 이르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이 수상한 거래의 정체는 무엇일까. 김 대표는 2024년 3월 한 언론 인터뷰에서 릴리즈테크를 두고 “(만월경의) 자회사가 됐다”고 말했고, 이후 만월경이 릴리즈테크를 60억원에 인수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릴리즈테크 대표였던 ㅈ씨가 만월경의 사내이사를 맡은 적도 있다. 이 때문에 만월경이 측근 인사가 운영하는 회사를 통해 회사 자금을 미리 빼돌린 것 아니냐는 의혹이 피해 투자자들 사이에서 제기된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정책위원인 권정순 변호사는 “자금 대여 상시 회사의 자산과 현금 흐름, 상대 회사의 상환 능력, 이자 약정과 담보 여부, 이사회 의결 과정 등을 함께 봐야 한다”며 “특히 만월경 사내이사가 대표를 맡은 회사에 거액을 빌려줬다면 이해충돌 여부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만월경과 김재환 대표 쪽은 회생절차 개시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법원 심문 과정에서 릴리즈테크에 대한 단기 대여금이 기술개발과 운영자금 등에 투입됐다는 취지로 답했다. 김 대표는 한겨레21과 한 통화에서도 ‘만월경이 실제 릴리즈테크 지분을 취득한 것은 아니고 두 회사의 합병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기술개발비와 운영자금 등을 지원한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문제는 릴리즈테크가 2026년 5월22일 파산 선고를 받았다는 점이다. 선고 두 달 전인 3월20일 파산 신청이 접수됐다. 이후 만월경의 29억6천만원 대여금은 그대로 손실이 됐다. 만월경은 회생 법원에 “(릴리즈테크의 파산으로 단기 대여금이) 현금으로 전환되지 않는 구조가 확정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만월경의 직영투자 유치는 릴리즈테크의 파산 신청이 있었던 2026년 3월 이후에도 계속됐다. 한겨레21이 계약서와 입금 내역, 투자자 인터뷰 등을 통해 확인한 결과 최소 4명의 투자자가 2026년 3월 이후 만월경과 직영투자 계약을 맺거나 투자금을 지급했다. 이들 가운데 만월경의 재무적 어려움이나 릴리즈테크에 투입한 거액의 단기 대여금이 회수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는 설명을 들은 사람은 없었다. 오히려 일부 투자자는 만월경 쪽이 “2025년 이익이 났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실제 만월경의 2025년 당기순이익이 15억200만원인 것은 맞지만, 돌려받지 못하는 단기 대여금 29억6천만원을 고려하면 회사는 이미 자본잠식 위기에 있던 상황이었다. 권정순 변호사는 만월경 쪽의 법적 책임을 두고 “신규 투자금을 받을 당시 회사가 실제로 점포를 열고 약속한 수익을 지급할 능력이 있었는지가 중요하다”며 “그 시점의 재무상태와 현금흐름 등을 객관적으로 따져봐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법적 책임 여부도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만월경이 가맹점 운영에서도 부실한 관리를 해왔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특히 가맹점과 직영투자점 모두에서 만월경이 공급한 커피 기계의 잦은 고장과 사후 관리 문제가 쟁점이 됐다. 만월경 무인카페를 2~3년 가까이 운영해 온 가맹점주들은 시스템 멈춤 오류와 결제·음료 제조 오류 등을 지속해서 겪어 무인카페임에도 수시로 매장에 나가거나 영업을 중단해야 했다고 입을 모았다. 가맹점주 ㄷ씨는 여름철 제빙기가 작동하지 않아 얼음 음료를 판매하지 못하는 식의 고장을 여러 차례 겪었다며 “고장이 나면 가맹점주가 직접 문제 해결 방법을 익혀야 그나마 운영할 수 있는 구조였다”고 말했다.
한 커피 기계의 부품 변경과 관련한 문제도 확인됐다. 한국제품안전관리원은 가맹점주들의 문제 제기에 따라 2026년 7월 만월경에 공급된 일부 커피 기계를 조사한 결과, 실제 매장에 설치된 기계의 주요 부품이 안전확인 신고 당시 부품과 다른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안전확인은 전기용품의 안전성을 확인하는 국가통합인증마크(KC) 인증 제도의 하나로, 주요 부품을 변경할 때도 신고를 해야 한다. 관리원은 이를 지키지 않은 제품을 판매한 만월경에 대한 행정조치를 의뢰한 상태다.
아울러 가맹점주들은 만월경 쪽이 각 점포에 공급하는 원두 가격을 일방적으로 인상해 마진을 크게 낮추거나 손실을 보게 했다고도 입을 모은다. 가맹점주들은 반복되는 기계 고장과 사후관리 미흡, 원두 공급가 인상과 등의 과정에 불공정 행위가 있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만월경을 신고하기도 했다.

무인 카페 프랜차이즈 ‘만월경’ 로고.
김 대표는 한겨레21과 한 통화에서 단기 대여금 손실을 앞둔 유동성 위기 상황에서도 직영투자 계약을 계속 맺은 데 대해 “수주를 멈춰야 한다고 하는 건 회사 문 닫으라는 얘기”라며 당시에는 신규 점포를 계속 열어 회사를 정상화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주장했다. 또 직영투자금 대부분은 임차보증금과 기계, 인테리어 등 실제 점포 개점 비용에 사용됐다는 입장이다.
김 대표는 또 릴리즈테크에 투입된 29억6천만원이 회사 자금을 빼돌린 것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그는 “릴리즈테크는 저희가 합병을 하려고 했던 회사”라며 “개발 자원과 공장 임차료 등을 만월경에서 계속 지원하면서 대여금이 쌓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직영투자금 일부가 릴리즈테크 대여금에 포함됐을 가능성에 대해선 “들어갔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직영투자금은 출점비로도 빠듯하다”며 대부분은 임차보증금과 기계·인테리어 등 실제 점포 개점 비용에 사용됐음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릴리즈테크 대표를 만월경 사내이사로 선임한 것도 합병을 추진하기 위한 조처였다고 해명했다.
김 대표는 기계 고장과 관련해 “대부분 사용자 과실에 의한 고장”이라며, 매뉴얼 상 일정 주기마다 교체해야 하는 소모품을 제때 바꾸지 않아 발생한 사례가 많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가맹점주들은 “사용자 실수나 소모품 교체 문제라면 점주가 직접 해결하지, 영업 손실을 감수하면서 본사에 수리를 요청하지 않는다”며 “수리에 최소 수일에서 길게는 수주가 걸리는 경우도 많았다”고 반박했다. 김대표는 원두 공급가 인상 역시 국제 생두 가격 상승에 따른 불가피한 조처였다고 설명했다.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권지담 기자 gon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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