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혈세로 적자 보전?… “울산, 시내버스 공영제가 답”

[우리동네뉴스] 시민 불편에도 재정지원 매년 증액되는 악순환… 김상욱 시장 “더는 폭탄 돌리기 하지 않겠다” 의지 피력
등록 2026-09-24 22:41수정 2026-09-26 08:18
울산 울주군 청량읍 덕하공영차고지에 운행 대기 중인 시내버스가 줄지어 있다. 한겨레 주성미 기자

울산 울주군 청량읍 덕하공영차고지에 운행 대기 중인 시내버스가 줄지어 있다. 한겨레 주성미 기자


‘울산 사람들은 고래를 타고 다닌다.’

잊을 만하면 등장하는 밈(Meme·유행 콘텐츠)입니다. 최근에는 오토바이처럼 고래를 타고 출퇴근하는 사람을 인공지능(AI)으로 만든 영상도 있습니다. 이는 도시철도가 없는데다 유일한 대중교통인 시내버스마저 불편한 현실을 반영합니다. 울산은 넓은 면적에 견줘 인구가 일부 지역에 밀집한 사실상 ‘1도심 형태’입니다. 대기업 공장과 산업단지로 집중된 출퇴근 동선에는 통근버스가 쉴 새 없이 다닙니다. 불편한 대중교통을 보완하려 다니는 통근버스로 인해 승객이 줄어든 시내버스는 더 다니지 않는 악순환이 펼쳐집니다. 통근버스가 없는 노동자들은 결국 자가용 운전대를 잡을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울산 시내버스의 해묵은 현안이 터져나오고 있습니다. 구조적 배경과 복잡하게 얽힌 문제들입니다. 이런 문제가 시민들이 직접 느끼는 불편으로 드러난 것은 2024년 말부터입니다. 울산시가 27년 만에 처음으로 시내버스 노선을 전면 개편한 때입니다. 울산시는 운행 거리나 배차 시간이 긴 노선을 조정하고 환승제도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노선 개편을 단행했습니다. 시내버스 운영 효율을 높인다는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정해진 버스 차량 수와 인력, 다시 말해 한정된 자원으로 배차 간격을 획기적으로 좁히지는 못했습니다. 때를 잘못 맞추면 꼼짝없이 수십 분 동안 다음 버스를 기다리는 일이 반복됐습니다. ‘한 번에 가는 버스’를 잃고 목적지까지 가는 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리는 외곽 지역 주민들의 불만이 빗발쳤습니다.

 

시내버스 전면 개편 뒤 불편 가중

 

울산시가 노선 개편으로 ‘효율’을 따진 배경에는 ‘민영제’인 시내버스 운영 방식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울산은 전국 특별·광역시 가운데 유일하게 ‘재정지원형 민영제’로 시내버스를 운영합니다. 인건비 등을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부담하는 ‘준공영제’와 달리 버스업체의 손실을 일정 보전하는 방식입니다. 수익이 나지 않는 적자 노선을 유지하고, 버스요금 인상을 제한하는 대신 손실보전금을 주는 겁니다.

손실액을 단순화하면 표준운송원가에서 운송수익금을 뺀 금액입니다. 표준운송원가는 인건비, 연료비, 보험료 등입니다. 여기에는 버스업체의 적정이윤 35억원이 포함됩니다. 운송수익금은 버스요금, 지자체 정책으로 시행하는 무료사업 보조금, 내·외부에 게시하거나 영상·음성으로 송출되는 광고 등입니다.

울산시는 해마다 손실 보전 비율을 조금씩 높이고 있습니다. 2020년 93%, 2021년 95%, 2022~2025년 96%, 올해는 97% 수준입니다. 덩달아 보전금도 커지고 있습니다. 2020년 802억원, 2021년 942억원, 2022년 1183억원으로 2년 만에 1.5배가량 늘었습니다. 2023년 8월 요금을 1250원에서 1500원으로 약 8년 만에 20% 인상한 영향으로 그해 보전금은 1178억원, 이듬해인 2024년에도 1176억원으로 낮아지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2025년 1402억원으로 껑충 뛰었고, 2026년에는 1519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합니다.

울산시는 2024년 9월부터 7~12살 어린이의 버스요금 무료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2025년 7월 75살 이상 어르신한테도 버스요금을 지원했는데, 2026년 2월부터는 그 나이를 70살 이상으로 낮췄습니다. 울산시가 어린이·어르신 버스요금 무료 사업에 쓰는 예산은 한 해 약 200억원 수준입니다. 이처럼 울산시가 적잖은 예산을 쓰고 있지만, 시내버스는 ‘현상 유지’ 수준입니다. 2020년과 견줘 지원 예산이 곱절로 커진 사이, 노선은 175개에서 191개, 버스 면허 대수는 900대에서 949대로 찔끔 느는 데 그쳤습니다.

대중교통으로서 한계도 드러납니다. 국토교통부가 마지막으로 발표한 2023년 울산 시내버스 교통수단 분담률은 10.5%에 불과합니다. 시민 10명 중 1명만 시내버스를 탄다는 겁니다. 하루 평균 버스 이용객 수는 2023년 21만6천 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전면 개편된 노선이 본격적으로 운행된 2025년에는 21만1천 명까지 떨어졌다가, 요금 무료 사업 확대 등 영향으로 2026년에는 23만 명까지 늘었습니다.

버스업체들은 경영난을, 버스 노동자들은 불안을 호소하는 상황도 반복됩니다. 미적립 퇴직금 813억원이 대표적입니다. 진작에 업체들이 모아뒀어야 할 돈이 구멍 난 겁니다. 해마다 임금은 오르고 노동자의 근속 기간도 늘어나니, 미적립 퇴직금은 눈덩이처럼 불어납니다.

그동안 민간 업체의 퇴직금 문제에 울산시는 별다른 태도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해마다 노사가 벌이는 임금협상에서 예산을 지원하는 울산시가 사실상 열쇠를 갖고 있는데도 앞에 나서지 못한 것과 같습니다.

 

김상욱 울산시장이 2026년 8월27일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시내버스 재정지원 확대 계획을 설명하며 파업 자제와 원만한 협상을 호소하고 있다. 울산시 제공

김상욱 울산시장이 2026년 8월27일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시내버스 재정지원 확대 계획을 설명하며 파업 자제와 원만한 협상을 호소하고 있다. 울산시 제공


 

버스회사 도덕적 해이 해결하려면

 

그런 울산시가 2026년 노사 협상을 앞두고는 2026년 15억원, 2027년부터는 해마다 45억원씩 추가로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골칫거리인 미적립 퇴직금을 13년에 걸쳐 해결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겠다는 겁니다. 김상욱 민선 9기 울산시장은 취임 전부터 시내버스 현안을 두고 “더는 폭탄 돌리기를 하지 않겠다”고 말해왔는데, 그 의지를 ‘재정지원 확대’로 보인 겁니다. 김 시장은 장기적으로 울산교통공사를 세우고, ‘공영제’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입니다.

덕분에 2026년 울산 시내버스는 파업 없이 노사 협상이 타결됐습니다. 하지만 여론은 크게 들썩였습니다. ‘적정이윤’까지 지원받고도 노동자의 퇴직금은 나 몰라라 한 업체들의 도덕적 해이가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울산시는 확대한 지원금으로 퇴직금을 적립하도록 권고할 뿐, 사용처를 강제할 수는 없습니다.

울산시가 약속한 재정지원 확대가 2027년부터 실현되려면 시의회 조례 제·개정, 중앙부처 유권해석 등이 필요합니다. 교통공사 설립도 행정안전부와 협의, 타당성 검토, 시의회 심의·의결 등을 거쳐야 합니다. 공영제 전환을 위해 개별 업체가 가진 노선 면허권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도 검토해야 합니다. 현실적으로 시민의 공감대 없이는 한 발짝도 나아가기 힘듭니다.

울산=주성미 한겨레 기자 smoody@hani.co.kr

 

최근 울산시가 시내버스 업체 6곳의 누적 미적립 퇴직금 813억원 등을 해결하기 위해 내놓은 재정지원책. 울산시 제공

최근 울산시가 시내버스 업체 6곳의 누적 미적립 퇴직금 813억원 등을 해결하기 위해 내놓은 재정지원책. 울산시 제공


 

한겨레 저널리즘을
응원으로 지켜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