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3월16일 부산 황령산 동쪽에 있는 실내스키장 스노우캐슬. 2007년 개장했지만 운영난에 1년 만에 문을 닫았다. 이 공간 활용 등을 명분으로 부산시는 케이블카, 상가, 숙박시설, 전망대 등 2조2천억원 규모 개발계획을 추진 중이다.
“이런 숲이 (식생보전) 4등급이라는 게 말이 되는 소리입니까.”
2026년 3월16일 부산 황령산(해발고도 427m) 정상부에서 만난 이성근 부산그린트러스트 상임이사가 말했다. 바위 옆으로 3m 이상 자란 청록빛 사스레피나무 군락 속에 황록색 꽃망울이 올망졸망 맺혀 있었다. 1980년대 인공조림한 사방오리나무·벚나무·리기다소나무는 이제 절반쯤 남았을까. 굴참·졸참·갈참·떡갈 등 참나무류가 10m 이상 커져 있었고, 쥐똥·들꿩·때죽 같은 떨기나무는 물론 광나무·꽝꽝나무·구골나무와 같이 남부 해안과 제주도에서만 볼 수 있는 늘푸른넓은잎나무(상록활엽수)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런 풍경 위로 전포동부터 정상부까지 이어지는 530m 길이 케이블카가 놓이고, 지하 2층~지상 25층(112m) 규모의 거대한 식당·카페·기념품숍·전망대를 포함한 전망타워(전체 부지 22만㎡) 공사가 2026년 10월 착공할 예정이다. 환경영향평가에서 이 지역은 보전 가치가 낮은 ‘4등급’(인위적으로 조림된 식재림)으로 평가됐다. 시민사회가 크게 반발했지만, 2023년 9월 부산시는 이 계획을 승인했다.

2026년 3월16일 사진 속 금색 지붕은 부산 황령산 동쪽에 있는 실내스키장 스노우캐슬이다. 2007년 개장했지만 운영난에 1년 만에 문을 닫았다. 이 공간 활용 등을 명분으로 부산시는 케이블카, 상가, 숙박시설, 전망대 등 2조2천억원 규모 개발계획을 추진 중이다.
2022~2023년 부산 지역 시민·환경단체들은 4등급 평가에 대해 “공동조사”를 요구했지만 부산시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부산시 관계자는 한겨레21과 한 통화에서 “(기후에너지)환경부에서 조건부 통과된 사안이다. 법 위반도 안 되지만 법 과잉도 안 되는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시민단체와의 공동조사가 법 과잉이라는 주장인데, 부산시는 해당 환경영향평가서의 적정성을 검토하고 주민 의견을 수렴해야 할 주체라는 점에서 책임 회피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뿐만이 아니다. 산꼭대기에 부산시청사(25층) 높이의 건물이 들어서는데도, 자연과의 조화와 야간 조명, 봉수대와의 관계를 따지는 건축경관심의는 2023년 11월 이를 통과시켰다. 황령산지키기범시민운동본부(시민운동본부)가 방향과 거리에 따라 30개 지점을 정해 경관 영향을 조사한 뒤 “고유 경관이 왜곡·파괴된다. 야행성 철새이자 천연기념물인 솔부엉이와 소쩍새, 뻐꾸기와 큰오색딱따구리 등 텃새 서식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2025년 2월 내린 결론과 정반대였다. 그리고 정작 개발업자가 수행한 환경영향평가에서 보호종들은 등장하지도 않는다.
“여기 타워가 들어선다고요?”
이날 정상부에서 만난 한 시민이 되물었다. 황령산은 동쪽에 부산진구(2025년 인구 36만 명), 북쪽으로 연제구(21만 명), 남쪽에 남구(26만 명), 동쪽으로 수영구(17만 명)가 둘러싸고 있다. 부산 인구의 30%가량인 100만 명이 이 숲을 향유하며, 공기 정화, 열섬현상 완화 등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 정작 많은 시민이 이번 관광단지 개발사업에 대해 잘 모른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5년 3월 시민운동본부가 시민 513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5%가 황령산 개발계획에 대해 ‘잘 모른다’고 했다. 이 사업 자체가 2021년 4월 보궐선거로 당선된 박형준 부산시장이 취임 4개월 만에 특정 개발업체와 ‘황령산 유원지 개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면서 결론을 정해놓고 시작한 전형적인 ‘관 주도 속도전’ 사업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대해 부산시는 “여론조사는 하는 방식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사실 ‘전망타워’와 ‘530m 케이블카’ 공사는 황령산에서 이뤄지는 1단계 사업에 불과하다. 여기서 능선을 따라 광안리 쪽으로 2.2㎞ 길이의 2단계 케이블카 공사가 이뤄지고, 그 도착 지점의 한쪽 사면을 밀어버린 뒤 그곳에 3단계 대규모 숙박시설을 짓는 계획이 예정돼 있다. 총사업비 2조2천억원 규모로 국내 케이블카 관련 사업 중 가장 크다.

이 과정에서 부산시가 법을 위반한 무리수가 드러나기도 했다. 부산시가 2단계 케이블카 공사 구간에 있는 마하사(조계종 범어사의 말사) 부지 중 일부를 강제수용하려 한 것이 발단이었다. 관련 법에 따라 ‘공익사업’이더라도 전통사찰 보존지를 강제수용하려면 반드시 거쳐야 할 ‘문화체육관광부의 사전 동의 절차’를 밟지 않았다. 그럼에도 부산시는 이 사안을 3심까지 끌고 갔고, 결국 법 위반이 확정(2026년 2월12일)됐다.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교통영향평가심의위원회 등 관련 절차를 정상적으로 진행시키기도 했다. “졸속 추진된 황령산 개발사업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불가피하다”(2026년 2월12일 시민운동본부 성명서)는 지적이 나왔다. 그럼에도 부산시는 “토지 수용과 (유원지 조성) 계획 결정은 별개 문제”라며 “(케이블카) 사업자가 마하사 쪽과 협의 중인 것으로 안다”며 사업 강행 의지를 밝혔다.
부산 도심 한복판에 있어 늘 자본과 욕망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황령산을 둘러싼 개발 압력은 30년 넘게 이어져왔다. 1995년 온천 개발을 한다면서 동남쪽 사면 약 12만㎡를 절토한 것이 시작이었다. 이 과정에서 황령산살리기비상대책회의가 꾸려졌고 시민사회의 거센 반발이 2년가량 지속됐다. 이 사업은 인허가 비리 수사까지 이어진 끝에 1997년 전면 백지화됐다.
이후 온천 개발 부지 재활용을 명분으로 같은 자리에 2007년 스노우캐슬(실내스키장)이 개장했지만 자금난에 1년 만에 폐쇄됐다. 이후 횡령·불법대출 등으로 이 스키장 대표가 구속(징역 5년형 확정)되기도 했다. 이후 10여 년 동안 흉물 방치 논란이 이어진 끝에 나온 것이 바로 이번 ‘케이블카+상가+전망대+숙박시설’ 계획이다.

2026년 3월16일 부산 황령산의 케이블카와 전망대가 계획된 부지에서 큰오색딱따구리를 만났다.
이날 계획된 케이블카 노선을 따라 5시간가량 황령산 큰 숲을 걷고 기록했다. 화려한 큰오색딱따구리와 공중을 맴도는 황조롱이를 만났다. 30년 넘게 황령산 지키기 운동을 이어온 이성근 상임이사가 말했다. “온천 개발이 실패했으면 애초에 그 원인을 제공한 것이 잘못이라고 반성하진 못할망정, 이왕 이렇게 된 거 개발로 풀어야 한다는 논리가 되풀이돼왔어요. 지금은 누구나 자유롭게 다니고 조망할 수 있는 공간을 개발업자에게 넘기는 것이 관광개발로 포장되고 있어요. 관광개발이라면 팔 한쪽이라도 잘라내주겠다는 꼴이죠. 생태가치를 우선시하는 시대 조류에도 맞지 않잖아요. 개발업자와 더불어 산 하나를 도륙낼라 하는데 그건 부산시민을 바보로 취급하는 것입니다. 오는 6월 지방선거가 말해줄 것입니다. 황령산은 시민의 산입니다. 2007년 스노우캐슬 개장식 때 시장부터 부산에서 내로라하는 온갖 인사가 우르르 왔던 게 생각납니다. 1년 만에 폐장됐을 때 어떤 부끄러움을 느꼈을까요?”
부산=글·사진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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