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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보는 왜 철거되지 못했나

‘4대강 재자연화’ 미적거린 문재인 정부
윤석열 정부에선 바로 ‘폐기’ 움직임
등록 2024-06-15 10:13 수정 2024-06-18 11:26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2023년 7월20일 감사원의 4대강 사업에 대한 5차 감사 결과가 나오자, 그 지적 사항을 빌미로 금강, 영산강의 5개 보 처리 방안을 취소하는 초무리수를 뒀다. 그날 오전 호우와 홍수 피해를 본 충남 논산시의 한 제방 현장을 찾아간 한 장관. 환경부 제공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2023년 7월20일 감사원의 4대강 사업에 대한 5차 감사 결과가 나오자, 그 지적 사항을 빌미로 금강, 영산강의 5개 보 처리 방안을 취소하는 초무리수를 뒀다. 그날 오전 호우와 홍수 피해를 본 충남 논산시의 한 제방 현장을 찾아간 한 장관. 환경부 제공


2024년 6월12일 환경부는 금강과 낙동강 13개 지점의 수돗물과 공기에서 녹조 독소가 검출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2023년 환경운동연합이 8개 보로 막힌 낙동강의 수돗물과 공기에서 녹조 독소가 검출됐다고 밝힌 데 따라 이뤄진 정부 차원의 조사였다.

그런데, 환경부가 물환경학회에 맡긴 이 조사 결과에 대해 즉시 의문이 나왔다. 환경부는 수돗물 시료를 금강 대청호의 정수장 2곳에서 채취했는데, 환경단체가 녹조 독소가 검출됐다고 발표한 수돗물은 낙동강 물을 사용한 것이었다. 또 공기 시료는 녹조 극성기인 여름이 아니라 2023년 10월 채취했다. 환경운동연합은 “녹조 독소에 대한 경고가 거듭되는 상황에서 정권의 입맛에 따라 환경과학을 오염시켰다”고 비판했다.

“정권 입맛 따라 환경과학 오염”

4대강 사업에 따른 물 환경 파괴를 둘러싼 논란은 2012년 4대강 사업이 끝난 지 10년이 넘도록 계속되고 있다. 31조원의 예산과 공공자금을 낭비하고, 4대강의 수질과 생태계를 파괴한 원죄는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수심 6m, 수자원 8억t, 2009년 착공, 2011년 완공, 환경영향평가 축소 등 4대강 사업의 핵심 내용을 스스로 결정하고 집행했다.

이 전 대통령이 이 사업을 추진한 이유는 건설회사 대표로서의 성공, 서울시장 시절 청계천 복원 사업의 성공이 근거였을 것이다. 그 두 가지가 그를 대통령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애초 추진했던 ‘한반도 대운하 사업’이 시민 다수의 반대에 부딪히자 ‘4대강 살리기 사업’이라고 이름만 살짝 바꿔 그대로 추진했다.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바로잡을 기회는 있었다. 2017년 5월 취임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통령 시절이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즉시 4대강 보의 개방을 지시했고, 4대강 재자연화를 국정 과제로 채택해 추진했다. 그러나 문 정부 초기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4대강 재자연화는 매우 더디게 진행됐다.

재자연화의 핵심 과제였던 금강, 영산강의 5개 보 처리 결정은 취임 4년이 다 된 2021년 1월에야 이뤄졌다. 5개 보의 처리를 위한 구체적 계획은 문 대통령 임기 안에 만들어지지 못했다. 낙동강, 한강의 11개 보는 개방 실험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진보적 학자이자 환경운동가였던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당시 “절차를 무시하고 4대강 사업을 강행한 이명박 정부와 달리 문재인 정부는 모든 절차를 정상적으로 밟아서 보 처리를 결정·집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것은 민주당 정부가 10년 이상 장기 집권한다는 조건에서나 가능한 일이었다. 눈앞에서 녹조가 창궐하고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하는 상황에서 무책임한 이야기였다.

윤석열 정부는 전임 문재인 정부가 결정한 금강, 영산강 5개 보 처리 방안을 취소해 버렸다. 이에 따라 환경부는 2017년 5월 이후 열려 있는 세종보의 수문을 다시 닫으려 하고 있다. 4대강 재자연화의 최후 보루가 된 세종보의 모습. 2024년 6월10일 모습(오른쪽 아래). 류우종 기자.

윤석열 정부는 전임 문재인 정부가 결정한 금강, 영산강 5개 보 처리 방안을 취소해 버렸다. 이에 따라 환경부는 2017년 5월 이후 열려 있는 세종보의 수문을 다시 닫으려 하고 있다. 4대강 재자연화의 최후 보루가 된 세종보의 모습. 2024년 6월10일 모습(오른쪽 아래). 류우종 기자.


왜 문재인 정부는 4대강 재자연화에 적극 나서지 않았을까? 문재인 정부 시절 국가물관리위원회의 간사위원으로 활동한 염형철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대표는 “문재인 정부도 4대강 문제를 국민의힘을 공격하는 데만 활용했고, 진정으로 4대강을 복원하려는 생각이 없었던 것 같다. 민주당 정부도 여전히 개발과 성장에 발목 잡혀 있다. 오히려 정당들보다 더 높은 국민의 환경 의식은 정치적 갈등으로 인해 정책에 반영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의 중장기 보 처리 계획은 윤석열 정부에서 바로 뒤집혔다. 2022년 2월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는 문재인 정부의 4대강 재자연화 정책을 폐기하겠다고 공약했다. 2023년 7월 감사원은 “문재인 정부가 4대강 사업의 평가에서 모델링을 사용하지 않았고, 4대강 조사평가단의 위원 선정이 공정하지 않았다”고 4대강 5차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결과를 빌미로 환경부는 보 처리 방안을 취소했고, 국가 물관리 기본계획에서 ‘강 자연성 회복’ 내용을 삭제했다. 환경부는 하천 환경에 악영향을 주는 댐 신설과 하천 준설도 다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 환경의식 반영 못하는 정당

이철재 환경운동연합 생명의강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은 “윤 정부는 민주당 정부를 공격하려고 비상식적인 일을 벌이고 있다. 보 개방을 통해 녹조가 사라지고 다양한 멸종위기종들이 돌아온 것은 명확하다. 이제 국민에게 보 철거가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좋은 방법이고 경제적으로도 유익하다는 점을 잘 설명해야 한다. 정당들도 결국 국민의 뜻을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환경부 김구범 수자원정책관은 “지난번 보 처리 방안 취소와 국가 물관리 기본계획 변경은 감사원의 지적에 따른 것이다. 감사원이 모니터링 기간이 짧았다고 지적했으므로, 앞으로 장기간 수질과 수생태, 홍수, 가뭄 등을 관찰·분석해서 물 정책을 세워나가겠다”고 말했다.

제22대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에 선출된 민주당 안호영 의원은 “윤 정부에서 문 정부가 장기간 신중하게 결정한 보 처리 방안을 졸속으로 취소한 것은 문제가 있다. 환노위에서 4대강 문제를 다루겠다. 문 정부에서 결정한 정책이라도 합리적인 것은 윤 정부에서 계승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규원 선임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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