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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이 쥔 건 칼일까 부메랑일까

등록 2022-10-30 04:12 수정 2022-12-09 06:53

문재인 정부를 전방위적으로 감사하고 있는 감사원에 대한 반격이 시작됐다.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은 2022년 10월26일 브리핑을 열어 권익위 유권해석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혐의로 검찰에 자신을 수사 의뢰한 감사원의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전 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제20대) 출신으로 문재인 전 대통령 때 임명됐고 윤석열 정부 들어 자진사퇴를 거부했다.

전 위원장은 “실무 직원이 최초로 작성한 초안과, 과장·실장·처장·위원장과 보고·협의 절차를 거쳐 작성된 최종본의 결론은 다르지 않다”며 감사원이 제기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했다. 이어 전 위원장은 감사원이 직원 65명을 대상으로 직접 조사하거나 자료를 요구했고, 업무용 컴퓨터 6대를 디지털 포렌식 하는 등 권익위를 ‘탈탈’ 털었지만 위법사항을 찾아내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10월27일에는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과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서훈 전 실장은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을 당시 안보실이 ‘자진 월북’으로 몰고 갔다는 감사원의 감사 결과에 대해 “근거 없이 월북으로 몰아간 적도 없고 그럴 이유도 실익도 없다. 자료 삭제 지시도 없었다”고 반박했다. 앞서 국정원은 10월26일 국회 국정감사를 통해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당시 국정원이 합동참모본부보다 먼저 공무원 이대준씨의 표류 사실을 알았다는 감사원 발표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감사원은 10월14일 검찰에 수사 요청을 하면서 국정원이 합참 발표 51분 전 이씨의 표류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전방위적 감사 드라이브 뒤에는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있다는 게 감사원 안팎의 시각이다. 유 총장은 10월5일 국무회의장에서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에게 ‘오늘 또 제대로 (기사) 해명자료가 나갈 겁니다. 무식한 소리 말라는 취지입니다’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게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된 바 있다. 유 총장과 윤석열 대통령실이 밀접하게 유착해 있다는 의혹이 이는 대목이었다.

제1435호 표지이야기에서 감사원이 정책 분야인 소득주도성장도 정조준하고 있음을 다뤘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뒷받침하는 연구결과를 내놨던 국책연구기관 연구자들은 ‘컴퓨터를 열어달라’는 감사원의 요구까지 받아야 했다.

어렵게 전화통화를 했던 전직 감사원 관계자는 감사원이 칼이 아니라 ‘부메랑’을 잡고 있을 수 있다고 했다. <한겨레21>은 감사원을 계속 취재할 계획이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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