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414호 표지이야기에서 윤석열 1기 내각 구성원을 분석했다. 내각은 검찰·MB(이명박 정부 출신)·서울대·지인·경제관료 일색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인선 기준은 다른 것 없이 해당 분야를 가장 잘 이끌어주실 분인가에 기준을 뒀다”고 설명했다. 1기 내각 주요 인사 114명 가운데 여성은 단 10명에 그쳤다. 약 9%. 문재인 정부 1기 내각(15%)보다도 낮아졌다. 이를 분석한 기사에는 이런 댓글이 달렸다. “여성은 아직 능력이 안 된다잖아. 여성분들, 좀더 노력해야 한다고 윤석열 대통령이 말했습니다.”
이랬던 윤 대통령이 2022년 5월26일, 두 부처 장관 후보자로 여성을 지명했다.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낙마한 자리엔 박순애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를,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낙마한 자리엔 김승희 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의원을 지명했다. 차관급인 식품의약품안전처장에는 오유경 서울대 약학대학장을 발탁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인선 발표 전 “최근 공직 후보자들을 검토하는데 여성이 있었다. 그 후보자의 평가가 다른 후보자들보다 약간 뒤졌는데, 한 참모가 ‘여성이어서 평가를 제대로 받지 못한 게 누적돼 그럴 것’이라고 하더라. 그때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말했다.
마음 한구석에선 “왜 지금 정신이 번쩍 들었을까”란 의문을 지울 수 없었다. 오랜 시간 공직생활을 해온 윤 대통령은 정말 ‘여성의 유리천장’ 문제를 고민해볼 기회가 없었을까. ‘정신이 번쩍 들’ 정도로 여성 문제가 생소한 주제였을까. 지난 대선에서 ‘젠더 갈등’은 화두였다. 윤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여성가족부 폐지’를 내걸기까지 했다.
다시 누리꾼 반응을 살펴봤다. 윤 대통령이 여성 장관들을 지명했다는 소식을 알리는 기사에는 ‘미국 기자 말은 잘 듣는다’는 댓글이 여럿 달렸다. 미국 <워싱턴포스트>가 5월21일 ‘한국의 대통령, 성 불평등에 대한 압박 질문에 곤혹스러운 모습 보이다’란 기사를 보도한 걸 지적한 것이다. 이 신문사 기자는 윤 대통령에게 “여성의 대표성 향상과 성평등 증진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할 생각인가” 물었고, 윤 대통령은 7초 동안 아무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고 보니 2021년 9월의 일이 생각났다. 윤 대통령은 한 인터넷 매체가 보도한 ‘고발사주’ 의혹에 입장을 밝히면서 “메이저(주류) 언론을 통해 문제를 제기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의 ‘특권의식’을 비판하는 기사가 쏟아져나왔다. 이번 사안은 어떤가. 미국은 주류 가운데서도 주류 국가다. ‘메이저 국가’의 ‘메이저 언론’인 <워싱턴포스트>가 지적했으니, 윤 대통령에겐 꽤 아픈 지적이었을까. 지난 1년여간 대선 과정에서 숱하게 ‘젠더 문제’를 얘기한 대한민국 여성의 목소리보다 미국 주류 언론인이 낸 한 번의 목소리가 소중했다고 생각하니 씁쓸해졌다.
윤 대통령의 변화를 폄하하고 싶진 않다. 하지만 한발 더 나아갔으면 한다. ‘여성이어서 평가를 제대로 받지 못한’ 사람이 있다면 ‘학벌이 꼬리표가 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사람도 있을 터다. 5월19일 기준 내각에 서울대 47명, 고려대 11명, 연세대 9명을 발탁한 윤 대통령은, 이번 여성 인사에서도 ‘메이저 대학’을 찾았다. 서울대 출신 2명(김승희 전 의원, 오유경 교수), 연세대 출신 1명(박순애 교수)이다. 메이저 관료(경제관료·검찰), 메이저 대학, 메이저 언론…. 여성 공직자에게 조금이라도 마음을 열었다면, 이번엔 ‘메이저 사랑’까지 변화시킬 수 없냐고 되묻고 싶다.
손고운 기자 songon1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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