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 사과 풍년이 들었습니다. 11월12일 빨갛고 단단한 사과가 세 상자나 도착했습니다. 강아무개 독자가 보낸 사과 두 상자, 정아무개 독자가 보낸 사과 한 상자. 전혀 다른 지역에 사는 두 독자분이 약속이라도 한 듯 같은 날 보낸 사과 상자에 잠시 어리둥절했다가 이내 마음이 훈훈해졌습니다. 깊어가는 가을에 고향 부모님께 받은 선물처럼 고맙고 힘이 되고 뭔가 미안해지는 사과. 마감을 하며 식구들과 실컷 나눠먹었는데도 아직 반이 남았습니다. 독자분들은 때론 매섭게 질책하다가도 한편으론 이렇게 정을 보여주시더군요. 미우나 고우나 버릴 수 없는 자식 같은 느낌인 걸까, 회초리로 때리고 돌아서서 마음이 쓰여서 어루만지는 느낌인 걸까, 깊어가는 가을에 넘겨짚어봅니다.
변지민 기자 dr@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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