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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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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에서] 쌀국수 향이 밴 영상

등록 2023-03-07 06:12 수정 2023-03-07 06:18
베트남 민간인 학살 피해자로서 국가배상소송을 내어 1심에서 승소한 응우옌티탄(63)님께 얻어먹은 베트남 닭국수요리 ‘미꽝가’. 신다은 기자

베트남 민간인 학살 피해자로서 국가배상소송을 내어 1심에서 승소한 응우옌티탄(63)님께 얻어먹은 베트남 닭국수요리 ‘미꽝가’. 신다은 기자

2023년 2월11일, 베트남 민간인 학살 피해자들을 만나러 베트남 다낭으로 취재를 다녀왔습니다. 다들 놀러 온 휴양지에 혼자 노트북가방 매고 서 있으니 좀 외롭긴 하더군요. 그러나 막상 취재를 시작하며 그런 감정은 싹 잊혔습니다. 기사 취재와 영상, 사진 촬영을 병행하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거든요.

취재를 떠나기 전 회사 카메라를 한 대 빌렸습니다. 취재하면서 가볍게 영상도 찍어보면 어떠냐는 <한겨레21> 선배의 제안을 받아들였지요. 처음엔 카메라를 잘 세워만 두 면 되는 줄 알았 습니다 . 그런데 인터뷰이가 몸을 움직이며 카메라 각도에서 자꾸만 벗어나더군요. 기사 쓰랴, 카메라 각도 조정하랴 손이 쉴 틈이 없었습니다 .

다음날도 실수 연발이었습니다. 베트남 하미마을 학살 생존자들이 한국 변호사들과 만난 자리에 동석했습니다. 가방을 열어보니 삼각대 부속품을 안 들고 왔더군요. 할 수 없이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사진을 찍었습니다. 생존자들이 울거나 서로 손을 꼭 잡는 모습을 찰칵찰칵, 열심히 담고서 호텔로 돌아와 보니 아뿔싸, 카메라에 메모리카드를 안 넣었구나…. 그날 찍은 사진과 영상은 다 날리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하미마을 학살 생존자 응우옌티본의 목소리를 영상(https://youtu.be/Bg8_MAWj-Vc)으로 담은 건 큰 수확입니다. 조그만 카메라 안에서 그는 55년 전 이야기를 자신의 목소리와 얼굴로 또박또박 말합니다. 좌충우돌하며 찍은 <한겨레21>의 국외 영상 취재, 아래 QR코드로 보실 수 있습니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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