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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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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0-08-06 20:15 수정 2020-08-06 20:15
한겨레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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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간된 돼지 껍데기(껍질)가 석쇠 위에 눕습니다. 그 아래에선 연탄이 노랗고 은은한 불꽃을 뿜어냅니다. 열 받은 껍데기가 제 몸을 도르르 맙니다. 고루 익으라고 젓가락으로 펴줍니다. 노릇해졌습니다. 한 점 집어 들어 콩가루 종지에 한 번 콕, 그 옆 간장양념에 다시 한 번 콕 찍어 입에 넣습니다. 고소한 콩의 향기와 끈적한 젤라틴의 식감이 잘 어울립니다. 행복합니다.

마감에 쫓겨 내가 자판을 두드리는 건지 자판이 내 손가락을 깨무는 건지 헷갈릴 즈음이면 ‘원조마포껍데기집’ 문을 열고 싶습니다.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 본사 바로 앞에 있습니다. 테이블 4개뿐인 작은 가게인데도 <한겨레21>만큼 유명합니다. 드라마 <미생> <하이에나> <도시경찰>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까지 영화·드라마 10여 편을 여기서 찍었습니다. 관광객이 가게 앞에 시끌벅적댈 때도 있습니다.

‘원조마포껍데기집’이 8월5일 개업 20년을 맞습니다. ‘굿이라도 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주인과 업태가 자주 바뀌는 회사 근처 상권을 고려하면 이 집은 ‘엄지 척’ 노포 맞습니다. 전남 나주가 고향인 나옥님(69) 사장님한테 소감을 묻자 “한겨레 식구들이 참 고맙다”면서도 최근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발길이 줄어 “요즘엔 신문 구독료 내기 힘들다”며 인쇄 매체 주변 상인다운 농담을 합니다. 생일날 뵙겠습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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