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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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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0-08-01 04:28 수정 2020-08-01 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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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는 잘 있습니다. 어제 아침에는 저를 따라다니다가 엉덩이를 높이고 스크래처를 긁었습니다. 집에서 기르는 고양이 뉴가 월요일로 넘어가는 새벽에 붉은빛 도는 거품을 토하는 바람에 병원에 입원했습니다. 월요일, 그날따라 일이 많아 약속을 취소해야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많은 이가 괜찮냐고 물어봅니다. 저도 이제는 헤헤거리며 대답합니다.

남은 것은 피 토하는 듯한 영수증입니다. 원인을 알아내느라 엑스레이 찍고 초음파 찍고 피검사 하느라 돈이 ‘수억’ 깨졌습니다. 입원비에 수액에 약, 야간 할증까지. 넥칼라를 하는 바람에 그루밍을 못해서 퇴원하는 날은 화장실에 빠진 듯 냄새가 났습니다. 물로 축여서 닦아도 평소라면 뉴가 손을 물어버릴 텐데 아픈 탓에 그것도 가만히 두더이다. 약도 뱉고 먹여주는 물에도 입을 돌리고, 구석방 어둠 속에 웅크리고 있던 뉴는 하루 만에 맑아진 얼굴로 거실에 나왔습니다. 나은 게 수억 깨진 병원비 때문인지, 자기 치유력 때문인지 모르겠습니다. 인간만 동동거렸습니다. 이놈의 새끼야, 다시는 아프지 마라.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뉴가 갑자기 등장한 이유는 이 코너가 ‘뉴스룸’이어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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