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이런 거 처음이에요.”
중간고사를 앞두고 학원에서 공부 중이던 강채원(15) 학생은 “대박”이라는 말로 기자를 맞았다. 통화는 학원 수업을 마친 밤 9시께 이뤄졌다.
한가위 퀴즈에 응모해 당첨됐나. 가장 원했던 선물은 캐릭터 인형이었는데 상품권을 받았다. 그걸로 부모님 결혼기념일 케이크를 선물했다.
곧 시험이라고. 하고 싶은 게 많아서 공부하기 싫다. 친구들과 놀고 싶고, 유튜브도 봐야 해서 시간이 없다. 그래서 공부를 안 하게 된다. (웃음) 친구들과는 시내 가서 영화를 보거나, 그동안 재미있게 본 영화나 동영상, 좋아하는 아이돌 ‘몬스타엑스’ 이야기도 한다.
평소 좋아하는 과목은. 과학 중에 생물이 재미있다. 요즘 유전과 진화에 대해서 배우고 있는데 사람의 염색체가 46개라는 것도, 여성은 XX, 남성은 XY라는 염색체를 가지고 있다는 것도, 성별에 따른 유전병이 따로 있다는 것도 신기하다. 그리고 과학자들이 그걸 밝혀낸 것도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요즘 고민이 있나. 국제고에 진학하고 싶다. 그러려면 공부를 잘해야 하는데 내가 열과 성을 다해서 공부하는 사람이 아니다. 배우는 건 좋은데 시험 치르는 걸 싫어한다. 국제고에 가려는 사람이 많아서 떨어질까봐 걱정된다.
국제고 진학을 위해서 준비하는 건. 책도 읽고 뉴스나 신문도 찾아보고 있다. 신문만으로는 부족할 것 같아서 시사주간지를 알아보다가 을 발견했다. 엄마를 졸라서 올 3월부터 구독하고 있다. 부모님은 ‘읽지도 않을 거면서 구독하지 말라’고 했는데 지금은 부모님과 함께 읽고 있다. ‘플라스틱 로드’를 읽곤 부모님도 심각성을 느꼈는지 비닐과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재활용한다. (그 기사를 쓴 기자가 옆자리에 앉아 있다고 했더니 채원 학생은 “우와, 우와, 대박”이라고 말했다.)
기억에 남는 기사가 있나. 오빠 미투. 느낀 바가 많다. 연예인들이 ‘미투’ 할 때 용기를 낸 사람들이 멋지다고 생각했는데 ‘오빠 미투’는 상상도 못했다. ‘가족이니까 뭐 어때’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 이슈화가 안 된 것 같아서 마음이 아팠다.
장래 희망은. 심리상담사가 되고 싶다. 최근 라는 책을 읽었다. 남의 감정을 잘 이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게 됐다. 공감능력이 타고나는 게 아니라 후천적으로 습득하는 거라 심리학 서적을 많이 읽다보면 나도 공감능력을 더 발달시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중에 심리상담사가 되면 에 상담 관련한 외고를 써보고 싶다.
원고 기다리겠다. 정말 그때까지 꼭 기다려달라. 제일 먼저 에 보내겠다.
장수경 기자 flying710@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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