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호(제1226호) 표지는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장식했다. 그는 비서에게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재판에 넘어갔고, 8월14일 무죄를 선고받았다. 모든 언론이 판결문에 집중할 때, 은 피해자의 검찰 진술조서를 단독 입수해 보도했다. 온·오프라인에서 그 반향은 상당했다. 보도를 주도한 진명선 기자를 모셨다.
‘안희정 사건’에서 피해자의 진술을 유일하게 확보했다. 어떻게 자료를 입수했나.8월14일 1심 선고 시각이 오전 10시30분이라 출근했다가 법원에 갈 생각이었다. 한겨레 사옥에서 서부지법까지는 10분이면 가니까. 9시쯤 출근해 ‘분위기나 보자’고 서부지법 먼저 들렀는데, 이미 인산인해였다. 안 전 지사가 지지자들에 둘러싸여 법정으로 들어가는 것도 봤다. 피해자는 못 봤다. 성폭력 혐의를 받는 피고인의 동선은 공개되고, 피해자는 여전히 숨어다닐 수밖에 없다는 게 아이러니하더라.
있다보니 지지자들이 박수를 치며 “다 무죄야!” 하고 나오더라. 뒤이어 여성단체연합 활동가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권김현영 페미니즘 연구자들이 넋이 빠져서 나왔다. 기민하게 재판부가 선고문이라고 판결문 요약본과 보도자료까지 친절하게 나눠줬다. 거기엔 2차 피해가 될 만한 내용(객관적 증거도 아니고 피고인 쪽 증인들의 증언 수준)이 버젓이 들어 있었다. 아무리 읽어도 납득이 안 가더라. 이후의 일은 이해되지 않는 일을 이해하기 위한 과정이었다. 전정윤 기자와 이춘재 기자가 선고문과 보도자료에 대한 피해자의 입장을 듣는 게 급선무라고 조언했다. 안희정성폭력사건공동대책위원회 쪽에 접촉해 피해자의 이야기를 듣는 과정에서 진술조서를 입수하게 됐다.
마감 전날 커다란 보따리를 들고 온 게 인상적이었다. 그 많은 분량을 어떻게 읽고 그 짧은 시간 안에 기사를 썼나.목요일 오전 10시부터 보기 시작해 피해자 검찰 진술조서와 전임 수행비서, 전전임 수행비서 비공개 증언 녹취서 500쪽 정도를 다 본 게 목요일 밤 12시 정도였고 이후 금요일 오후 2시까지 기사를 썼다. 원래 잠이 많은 편인데, 그날은 각성 상태였다.
진술서에서 가장 주목해서 본 부분은.피해자의 증언을 법원이 증거조사와 증인신문을 통해 재판 과정에서 당연히 배척할 수 있다. 그런데 재판부의 선고문과 보도자료 어디에도 피해자가 모두 합해 40여 시간 검찰에서 진술한 내용을 합리적으로 배척하는 과정이 없었다. 피해자 진술조서를 읽다보니 재판부가 상상한 다른 사건, 다른 피해자가 있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그런 공백과 누락을 메우는 느낌으로 썼다.
기사가 나간 뒤 취재원이나 주변 동료, 독자들의 반응은.
이런저런 울컥하는 피드백을 많이 받았는데, 여기서 하고 싶은 말은 따로 있다. ‘안희정을 악마화’하는 데 동원되지 말라, 2심도 무죄 나올 거다, 왜 피해자 편을 드냐는 의견을 이른바 평소 ‘진보적’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하는 걸 봤다. 나는 피해자를 편들기 위해서 기사를 쓰지 않았다. 부조리와 불합리, 몰상식한 일을 목격했고, 그게 잘못됐다 지적한 것이다. 왜 여성·성폭력 이슈 기사는 피해자 편을 드는 편향된 기사를 쓴다며 틀에 가두려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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