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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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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이 있는 제주

등록 2016-08-02 14:59 수정 2020-05-03 04:28

팍팍한 서울살이를 뒤로하고 제주로 이주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제주에 가면, 조금 더 여유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때문일 터다. 제주살이 2년6개월차. 이른바 ‘제주 판타지’를 실현한 독자 정규상(46)씨와의 통화는 사뭇 진지하면서도 유쾌했다.

정규상 제공

정규상 제공

제주에 살게 된 계기는.

서울에서 정보기술(IT) 회사를 다니다가 제주에 있는 식품 제조회사로 이직하면서 가족과 함께 왔다. 보통의 경우, 이주에 가장 큰 걸림돌이 직장 문제인데 나는 우연히 잘 풀린 것 같다.

제주에 사는 것, 실제로는 어떤가.

서울보다 덜 번잡하다. 출퇴근 시간이 많이 단축돼서 하루에 2~3시간 정도 여유 시간이 확보됐다. 애월 쪽에 사는데 주변에 학교나 병원, 카페 등이 있어 크게 불편하진 않다. 소박하지만 저녁 있는 삶이 가능하다. 퇴근 뒤 애월 해안도로에서 드라이브를 하거나 아이들과 함께 바닷가를 거니는 것이 좋다.

배송 문제는 없나.

서울에선 월요일쯤 을 받았는데 제주에선 금요일이나 토요일 정도에 받는다. 일주일이 늦은 셈인데 주간지는 신문과 달리 속보성 기사 위주가 아니어서 조금 늦어도 괜찮다. 제주는 원래 다른 물건들도 배송이 늦기 때문에 개의치 않는다. 제주에 살다보니 조금 여유 있어진 것 같기도 하다. (웃음) 제주 소식도 다른 지역에 비해선 많이 다루는 것 같다. 나도 잘 몰랐던 지역 소식을 을 통해 알게 될 때도 있다.

언제부터 보기 시작했나.

대학 시절, 학생회실에 이 비치돼 있었다. 1994년 창간호부터 읽었다. 졸업 뒤엔 주로 가판대에서 구입해 읽다가 2000년부터 정기구독했다. 이제는 이 친구 같은 느낌이다.

이 제주 특집호를 만드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최근 4~5년 새 제주 이주 열풍이 불었다. 나도 이주한 사례고. 하지만 제주에 대한 신비나 판타지를 심어주는 것은 곤란하다. 휴양지에서 ‘휴양하는 것’과 삶을 ‘사는 것’은 다른 일이다. 실제로 너무 습하다.

이 다뤄으면 하는 주제가 있나.

부동산 문제를 다뤘으면 좋겠다. 부동산 가격이 3년 새 2~3배 정도 올랐다. ‘연세’(제주의 세입제도는 월세보다 연세가 주를 이룬다)도 많이 올라서 이주민이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지 않은 젊은 층은 힘들다. 직장 동료도 결혼을 앞두고 집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집값이 오르는 것에 주민들의 기대가 있다고 해도, 제주 지역 전체가 올랐기 때문에 집 문제에 어려움을 겪기는 매한가지다. 실제 살지도 않는 사람이나 외부 자본이 들어와서 괜히 땅값만 올려놓았다.

기억에 남는 기사가 있나.

김종대 의원 인터뷰(제1121호 표지이야기 ‘싸드는 싸대기’)를 재미있게 읽었다. 이전부터 김종대 의원에게 관심 있었는데 군사 분야에 전문성이 있고, 말을 재미있게 한다. 원래 ‘쾌도난마’나 ‘뽕빨이너뷰’ 같은 정치인 인터뷰를 좋아하는데 기사에서도 김종대 의원 특유의 구어체가 녹아 있어서 읽는 맛이 있었다.

에 바라는 점은.

나이가 들수록 문화 기사보다 정치 기사가 재미있다. 주목할 만한 정치인 인터뷰가 재미있다. 정치 이슈를 다루더라도 그 뒤의 사람 이야기도 전해주었으면 좋겠다. 정치에 관심 많은데 정치 기사 분량이 늘어났으면 한다.

이미 ‘제주의 꿈’을 이루신 것 같은데 다른 목표는 없나.

제주에서 살아보니 제주에 와야만 여유를 찾을 수 있는 건 아닌 듯하다. (웃음) 서울에서 살 때도 분명 여유를 찾을 순간이 있었는데 그땐 잘 몰랐던 것 같다. 다음엔 강원도 산골에서 살아보고 싶다. 행복이 공간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다들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남아름 ar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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