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설 퀴즈큰잔치에 응모한 정병일(35)씨의 엽서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보이시나요? 몇 번이고 쓰고 지우길 반복했던 자국이오. 하면 떠오르는 어휘 ‘선비정신’입니다. 참 많이 고민했는데, 무엇도 적기가 수월치 않습니다.” 에 하고 싶은 말을 자유롭게 적는 난이었다. 썼다가 수정액으로 지운 흔적이 남아 있는 정씨의 엽서를 보고 전화를 걸었다. 긴장하고 전화를 했지만 정씨는 친절히 받아줬다. “말주변이 없어서인지 글로 표현하기 어려워” 엽서에 적지 못했다는 정씨는 30여 분 동안 에 대한 애정 어린 이야기를 털어놨다.
정병일 제공
엽서를 쓸 때는 에 화가 나 있었다. 반민족·반일 정당에 반감을 갖고 있는데 불필요하다 싶을 정도로 공정하게만 보도하려 했다. 물론 객관적 보도를 하는 것은 맞지만 워낙 우편향적 언론이 많지 않은가. 진보 쪽을 대변하는 곳은 빈약하고, 독자도 가끔 내가 생각하는 흐름에서 언론이 세상을 써내려가주길 바란다. 물론 그게 옳다 그르다를 떠나서, 너무 양반적인 기준이랄까 다소 섭섭했다. 같은 경우 국정교과서 광고를 싣기도 해서 화가 나 있어 혼이라도 내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기사를 읽어보면 제목과 내용이 다른 경우가 종종 보인다. 제목을 보면 비판적인데 기사는 잘 읽어보면 그렇지 않다. 인터넷에 오른 글을 보면 한겨레에 비판적인 사람도 있는데 다 틀린 말은 아니다. 치우치지 않아서 롱런하고 아직 언론사로 남아 있는 것 아닌가 생각도 한다. (화가 풀렸다는 말은 끝내 하지 않았다.)
옳은 말을 하는 언론이 너무 위축돼 있다. 공정보도를 하는 곳은 자본력이 부족하고 힘든데, 큰 힘은 안 되지만 나 하나가 봄으로써 보탬이 되고 싶었다. 사실 도 보고 있어서 굳이 봐야 하나 싶기도 했는데. (웃음) 신문은 들고 다니면서 시간 날 때 꺼내 보기가 어렵다. 출퇴근 시간이 왕복 3시간인데 그때 소설책이나 잡지를 많이 본다. 잡지가 됐든 책이 됐든 들고 다니며 읽으면 주변에서 바라보는 시선이 나를 높게 평가하는 것도 있다. (웃음)
‘바글바글 10’은 꼭 읽는다. 모바일 시대라고 해도 데이터가 넘쳐나는데 전부 흡수하기 쉽지 않다. 최근 이슈 가운데 뭐가 중요했는지 짚고 갈 수 있는 코너다. 간단히 알려주지만 모르는 이슈이면 호기심이 일어 다른 기사를 찾아보기도 한다.
비판하려다 만 응모엽서로 퀴즈큰잔치에 당첨됐나. 아름다운커피 카카오선물세트에 당첨됐는데 초콜릿이 맛있어서 좋았다. 따로 사서 먹고 싶을 정도였다. 나한테 독자 인터뷰 전화가 오면 뭔가 유익하고 좋은 영향을 줄 말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한 적도 있다. 내가 말을 잘했는지 갑자기 숨고 싶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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