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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윤이와 함께 읽을 그날까지

등록 2015-12-22 22:58 수정 2020-05-03 04:28

보채는 서윤이(생후 27개월) 돌보랴 독자 인터뷰하랴 김은주(33)씨는 정신이 없었다. ‘뽀로로’ 영상을 틀어 딸의 시선을 뺏으려는 전략도 잘 통하지 않았다.
“엄마가 미안해….” 서윤이는 자꾸 엄마를 불렀고, 엄마는 거듭 딸에게 사과해야 했다. 민망함을 무릅쓰고 ‘바쁜 엄마’를 30여 분이나 정신없게 만들었다. 딸을 달래러 달려갔다 전화기로 돌아오길 수차례 반복하면서도 그는 한국의 교육과 에 대한 생각을 친절하게 들려줬다. 그는 육아휴직 중인 ‘사회 선생님’이다. 3년여의 휴직을 마치고 내년 봄 학교로 돌아간다.

김은주 제공

김은주 제공

서윤이가 한창 왕성할 때인 것 같다.

엄청나게 뛰어다닌다. 어린이집에서 돌아오면 저녁 먹기 전까지 놀아달라고 엄마를 많이 찾는다. 내년 복직에 대비해서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다. 엄마와 떨어져 지내는 시간을 연습 중이다.

아이 떼어놓고 출근하려면 눈에 밟히겠다.

서윤이 이름을 내가 지었다. 내 이름이 너무 흔해서 아이에겐 너무 평범하지도 너무 튀지도 않는 이름을 선물하고 싶었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서윤’이란 이름이 여자아이 선호 이름으로 1위(2014년 4월 기준 대법원 출생신고 집계)에 꼽혔다. 흔한 이름이 된 듯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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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직을 앞두고 있는데 기분이 어떤가.

설레기도 하지만 긴장도 된다. 휴직 전까지 근무했던 두 학교가 모두 특성화고등학교였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특성화고 정책을 홍보하지만 고졸 학력자에 대한 사회적 차별은 여전하다. 최근 이 ‘고졸 노동자’ 시리즈로도 다뤘지만 바뀌지 않는 현실이 학생들과 학교를 모두 힘들게 한다.

을 10년이나 구독해주셨다.

2006년 초임 교사 때 구독 권유 전화를 받고 ‘반강제’로 보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평생 안고 갈 친구’라고 생각한다. 사회 교사로서의 정체성을 갖추는 데도 큰 힘이 됐다. 서윤이가 좀더 커서 같이 읽는 날이 오면 좋겠다.

최근 기억에 남는 기사가 있다면.

역대 국정교과서를 분석한 기사(제1083호 ‘하나로 되겠나’)를 유심히 읽었다. 중학교로 발령 나면 나도 역사를 가르칠 수 있다.

고민이 많겠다.

내가 알고 있는 사실과 다른 내용의 교과서를 손에 들게 되면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다. ‘일베’ 등에서 얻은 정보로 역사를 잘못 이해하고 있는 학생도 많다. 정확한 사실과 그에 바탕한 진실을 가르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하고 모색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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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소리도 해달라.

이슈를 풀어내는 방식이나 문장이 어려울 때가 있다. 좀더 쉽게 써주면 좋겠다. 요즘엔 카카오톡으로 친구 메시지가 오더라. 나도 열혈 독자이고 싶어 친구가 됐는데 아직 내용이 풍부하진 않더라. 잘 준비해서 더 알찬 소식으로 만날 수 있길 기대한다.

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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