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아이들 중에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를 모르는 아이는 거의 없을 거예요. 툭하면 각종 매체에서 일베가 이랬다더라, 이런 말을 했다더라 하니까요. 저도 원래 일베가 뭔지 몰랐지만 어느 날 한 포털 사이트 메인에 관련 기사가 뜬 걸 보고 처음 알게 되었죠. 그땐 별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그 뒤로도 일베 기사는 잊을 만하면 쏟아지듯 올라와 보고 싶지 않아도 볼 수밖에 없었어요. 일베가 했던 만행을 알고 싶지 않아도 알게 된 것이지요.
기사들은 스스럼없었죠. 그걸 퍼다 나르며 ‘일베가 이랬다더라!’ 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였어요. 그들이 쓰는 말을 그대로 옮겨적어, 본인은 그런 의도는 아니었겠지만 저로서는 똑같이 불쾌하게 느껴질 뿐이었어요. 도대체 뭐가 다르나 싶었다고 해야 할까요. 아무튼 그랬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일베의 존재를 접하게 된 모든 청소년들이 저와 같이 느끼는 건 아니더라고요. 그 대신 마치 TV만 틀면 이 채널, 저 채널에서 나오는 유명 연예인처럼 일베를 받아들이고 생각하는 것 같았어요. 무슨 일이 터지면 실시간 검색어 1위에는 기본으로 오르는데다 기사도 수십, 수백 개는 뜨니까요.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죠.
어느 날이었습니다. 학교에 몇몇 남자애들 무리가 복도에서 그들만의 용어를 아무렇지 않게 쓰더군요. 또 한 여자애는 친구들 앞에서 대단한 자랑이라도 하듯 일베에 대해 설명해주고 있었고요. 충격이었죠. 일베가 지금 청소년들 사이에선 이슈의 중심에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저는 달갑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정치적 성향을 운운하며 자신들의 언행에 당위성을 부여하지만, 과연 저와 같은 또래 또는 저보다 더 어린 학생들이 그들이 말하는 정치적 성향을 정말 가지고 있을까요? 분명 아닐 거예요. 오히려 일베의 영향을 받아 자기도 모르게 그런 성향을 받아들이고 있는지도 모르죠.
더 이상은 학교에서, 친구들의 입에서 그런 얘기를 듣고 싶지 않아요. 그러니까 일베에 최대한 관심을 갖지 말아주세요. 검색어에 오르지 않도록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가 뜨더라도 클릭하지 말고 댓글에 직접 혐오감을 드러내기보다 그저 무관심한 태도로 무시해주세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그들의 얘기가 떠돌아다니지 않도록 그것들을 알리고 공유하려 하지 말아주세요. 제발 제 또래 친구들이나 더 어린 친구들이 여기저기서 쉽게 일베를 접하지 않게 해주세요.독자 B양
*‘레디 액션!’은 조금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소소한 제안을 하는 코너입니다. 독자 여러분에게도 문이 활짝 열려 있습니다. 제안하고 싶은 ‘액션’을 원고지 6~7장 분량으로 써서 han21@hani.co.kr로 보내주세요. 채택되신 분께는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레디 액션!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활주로 끝에 콘크리트 벽이 왜 있나…범죄 수준의 시설물”
[단독] 노상원 “노태악은 내가 확인…야구방망이 사무실에 가져다 놓아라”
군용차 막아선 김동현씨 “누구든 도와줄 거라 확신했어요” [인터뷰]
사상 첫 현직 대통령 체포영장…발부되면 경호처에 압박될 듯
‘내전으로 번진 내란’이 묻는다, 당신들은 어느 쪽 한국인이냐고
가족 마지막 본 유족들 “끔찍해 겁났지만…고통 없었길”
“같이 여행한 18명 중 나 혼자 살아”…방콕서 헤어진 유족 오열
조종사, ‘메이데이’ 3번 외친 뒤 “조류 충돌, 다시 착륙하겠다”
정치학자 542명 “최상목 대행, 헌법재판관 즉각 임명하라”
내년부터 예금보호 1억까지…의원·약국서도 실손보험 청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