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김봉규 선임기자
먹구름이 몰려오더니 후드득 비가 떨어진다. 비가 오면 주위의 모든 소리가 재촉을 하며 빨라진다. “선아야, 비 온다. 세숫대야 처마 밑에 갖다놓아라.” ‘쓸데없이 더러운 비는 왜 자꾸 받으라시는 거야.’ 아이는 입을 삐쭉거리며 여전히 못마땅한 마음으로 양은 세숫대야를 바닥에 툭 내동댕이친다. “그렇게 해서 깨지겄냐. 더 세게 던져야재.” 할머니는 보지도 않고 세숫대야 놓는 소리만으로 귀찮고 심술맞은 내 마음을 귀신같이 읽으셨다.
‘탱~탱~탱~’ 좀전에 갖다놓은 세숫대야에 빗물이 두드리는 소리가 물이 채워질수록 점점 ‘턱~턱~턱~’ 둔탁한 소리로 변하더니 비는 금세 바닥에 넘치고야 만다. “선아야, 더 큰 함박 가져오니라.” “빗물 모아서 뭐하게요?” 다시 한번 귀찮은 마음이 턱까지 올라왔다. “뭐하긴 다 차면 걸레도 빨고 마당에 흙먼지 일 때 뿌리기도 하고 수챗구멍 청소할 때도 써야재.” “수돗물 놔두고 왜 더러운 빗물로 해야 하는데요?” 결국은 울먹이는 목소리로 툴툴대기 시작했다. “빗물로 걸레를 빨믄 얼매나 잘 진다고. 세상엔 허투루 쓰이는 건 없는 거여. 이 생에서 쓰고 싶은 거 다 쓰고 먹고 싶은 거 다 먹고 버리다보면 다음 생에 가서 그 업을 다 받아야 하는 거여.” “맨날 그 소리 지겨워~. 다음 생이 있다고 누가 그래요~.” 여전히 볼멘 목소리로 못마땅하게 아까보다 더 큰 함박을 바닥에 내동댕이친다. “ 저, 저, 저 가스나 성질머리하고는.” 비가 그치고 해가 나면서 금세 툇마루에 뽀얀 먼지가 앉았다. 받아놓은 빗물로 더러워진 걸레를 빨아 엉덩이를 높이 쳐들고 마루의 처음과 끝을 신나게 미끄러지듯 달린다.
어릴 적 빗물은 할머니와의 신경전으로 시작된 추억이었다. 추억으로만 그치기에는 빗물의 다양한 용도에 대해 몸소 조기교육을 받아온 터라 비가 오면 빗물을 받을 함박부터 찾아놓는다. 지금은 흙먼지 날릴 마당이 없으니 화분에 물을 주거나 청소할 때 쓰고 양이 많다 싶으면 두고두고 쓰기 위해 숯 하나를 넣고 모기가 알을 낳지 않게 뚜껑을 덮어놓는다. “엄마, 더러운 빗물은 뭐하시게요?” “청소도 하고 화분에 물도 주려고.” “수돗물이 있는데 왜요?” “세상에 허투루 얻어지는 게 없듯이 허투루 쓰이는 게 없다고 오래전에 우리 할머니가 말해주셨거든.” 아이는 여전히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거린다.꿈바라기 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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