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신소영
20대가 되자마자 자취 생활을 시작했다. 생활의 많은 것이 바뀌었다. 가장 큰 변화는 먹는 것이었다. 하숙집이라도 들어갔으면 주인 아주머니가 해주시는 따뜻한 밥이라도 한 끼 먹고 다녔을 텐데, 남자 대학생 자취생의 먹거리는 편의점 간편식으로 점철되어 있었다.
어머니가 챙겨주시는 맛있는 밥을 먹다가 부실한 삼김(삼각김밥)만 주야장천 넣었더니 몸은 비실비실해져갔다. 그렇다고 먹거리에 큰 변화를 줄 환경은 못 됐다. 그 뒤 군대에 가니 차라리 나았다. 맛은 없어도 세끼 꼬박꼬박 밥다운 밥을 공급했더니 점점 몸이 회복되는 듯했다.
제대 뒤 다시 시작된 자취 생활. 다시 그 몸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최대한 밥을 챙겨먹으려 노력했다. 여기에 추가된 것이 바로 ‘비타민’이었다. 그즈음 한창 비타민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하루에 한 알로 챙기는 건강이라니! 아주 간편한 방법 아닌가. 약국에 가서 비타민 1천mg이 들었다는 영양제를 하나 샀다. 그 뒤로 내내 비타민을 챙겨먹는 습관을 길렀다.
자취 생활과 맞먹는 또 하나의 위기. 직장 생활이었다. 잦은 회식, 상사로부터 받는 스트레스, 남들과의 연봉을 비교해가며 느는 흰머리…. 배부른 소리라고 친구들로부터 지탄받기는 했지만, 그 지탄에도 화가 날 정도였다. 돈을 버니 먹거리의 질은 높아졌지만 건강은 더 나빠진 것 같았다. 그러다 꼬박꼬박 챙겨먹던 비타민을 어쩔 수 없이 두 달 정도 못 먹었다. 주말에는 시체처럼 잠만 자다가 비타민 쇼핑할 시간도 내지 못했다.
비타민을 끊었더니 나타나는 몸의 변화? 그런 거 없었다. 희한한 일이었다. 내가 그렇게 믿어 마지않던 비타민을 먹지 않았는데, 그냥 똑같다니. 내가 이제까지 뭘 먹은 거지? 먹는 것에 그다지 관심 없이 비타민만 챙겨먹던 나는 나의 식생활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빈곤한 자취 생활 때부터 비참한 직장 생활 때까지 가격은 점차 높아졌지만 밖에서 무엇인가를 사서 먹는 것이 내가 먹는 것의 거의 전부였다. 물론 비타민을 포함해서.
그래서 시작했다. 밥까지는 아니더라도 비타민은 과일 등을 통해 해결해보자는 것. 과일을 사다가 챙겨먹은 지 이제 두 달이 되어간다. 비타민 영양제를 두 달 끊었을 때는 없던 변화가 과일 두 달을 먹으니 나타난다. 물론 긍정적인 변화다. 무엇보다 맛있다. 그리고 장운동에도 정말 좋다. 장점은 더 많을 것이다. 그러나 그 장점은 각자 다를 것이다. 비타민 영양제를 아침마다 챙겨먹는 당신, 이제 몸에 신선한 비타민을 선물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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