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정용일
나는 불안하다. 남들도 나처럼 상당히 불안할 것이다. ‘불안하다’는 말, 대충 무슨 의미인지 와닿기는 하지만 정작 설명해보라면 횡설수설하기 마련이다. 그도 그럴 것이 ‘불안’의 범주는 너무 거대하기 때문이다.
‘현대인’과 ‘불안’이라는 단어의 조합은 이제 하나의 패러다임처럼 여겨진다. 현대인들은 불안하다. 하나 이 ‘불안’은 내가 시작 문장에 써놓은 ‘불안’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 ‘현대인들의 불안’에서 ‘불안’은 말 그대로 ‘안정적이지 못한 상태’를 뜻한다. 취업은 할 수 있을까, 결혼을 할 수 있을까, 자식은 키울 수 있을까, 노후 준비는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에서 오는 불안감이다. 나는 이 불안감을 ‘저급 불안’이라고 칭하고 싶다. 결국 경제적인 안정감을 얻느냐, 얻지 못하느냐에서 오는 불안감이니까. 세상 물정 모르고 하는 말일 수도 있겠지만, 그런 불안은 ‘그래, 열심히 살면 없어질 거야’라고 억지로 긍정하고 싶다. 그렇게라도 생각하지 않으면 인생, 너무 씁쓸하니까.
내가 말하고 싶은 불안은 바로 인간관계에서 오는 ‘상급 불안’이다. 하루에 많게는 몇 번씩이나 목에 걸린 생선 가시처럼 따라오는 그 불안감 말이다.
우리는 쉽게 불안해진다. 매번 인사하던 친구가 갑자기 ‘쌩’까면 불안해진다. 실수라도 하면 누군가 자신을 두고 뒷담화하지 않을까 불안해한다. 밥 같이 먹을 사람을 찾지 못해 불안해한다. 문자메시지에 답이 없어 불안해진다. 하이파이브 하자고 손을 내밀었을 때 외면당할까 불안하다. 이유는 저마다 다르지만 우리는 인간관계에서 오는 불안이라는 녀석에 쉽게 점령당하고 만다.
예전에는 많이 불안했다. 갓 대학에 입학했을 때 하루에 몇 번이고 불안함이 가슴속을 어지럽혔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때도 있었다. 지금은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사소한 일 때문이었을 것이다. 지금 기억나는 것은 단 하나, 불안한 날이면 종일 ‘내가 왜 불안해하는가’에 대해 고민했다는 것이다.
늦은 밤 내린 결론은 인간이기에 불안해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불안은 인간의 필수조건이라 여기게 됐다. 인간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대해, 놓여진 상황에 대해 불안해해야만 한다. 스스로 불안이 주는 고통을 느껴봐야 한다. 그래야만 남을 이해하고 배려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불안을 잘 느끼지 못하는 사람은 남을 위로할 수 없다. 불안은 더 이상 불필요하거나 없애버려야 할 것이 아니다. 불안감에 밤을 지새우고 있는가? 그 불안을 들여다보자. 그 안에서 당신이 인간관계에서 바라는 가치들을 더욱 뚜렷하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 마음으로 남을 더 깊이 이해하고 위로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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