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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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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세상에서 맞는 게 채찍이라면

자립지원금 500만원, 보증금 삼아 집을 구해도 그 이후에는…
등록 2014-01-14 14:22 수정 2020-05-03 04:27
일러스트 기부 구연수

일러스트 기부 구연수

저는 현재 서울의 한 보육시설에서 생활하는 김준영(24·남)이라고 합니다. 올해 1월 대학 졸업과 함께 퇴소를 앞둔 상태입니다.

저를 포함해 시설에서 생활하는 많은 아이들이 시설을 떠난 이후의 자립 생활에 대해 두려움을 지니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걱정거리는 집 문제입니다.

시설이 서울에 있어 자립지원금으로 500만원을 받게 되는데요. 대부분의 아이들이 퇴소 뒤 이 자립지원금으로 보증금을 낸다고 합니다. 저 또한 자립 뒤에는 지원금을 보증금으로 사용하려 합니다.

하지만 서울시내에서 보증금 500만원을 손에 쥐고 집을 구한다는 건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어렵습니다. 설령 운 좋게 집을 구한다고 해도 모든 게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자립지원금이 사실상 저희가 퇴소할 때 손에 쥐는 돈의 전부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시설을 떠난 뒤 교통비며 식비며 모든 생활비를 감당하는 데 큰 어려움이 있습니다. 사정이 이런 탓에 자립과 퇴소를 앞둔 저를 포함한 아이들은 퇴소하기 전에 반드시 취직을 해야 한다는 ‘절실함’과 돈을 모아둬야 한다는 ‘부담감’을 가지고 자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퇴소한 선배들이 자주 들려주는 말은 ‘돈 관리를 처음 해보기 때문에 돈에 대한 개념을 세우거나 씀씀이를 스스로 통제하기가 어려웠다’는 것입니다. 가계부 작성법이나 집 계약서 보는 법 등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많은 내용을 교육해주지만, 막상 현실과 맞닥뜨리면 교육받은 내용과는 전혀 다른 어려움을 겪는 게 사실입니다. 제 또래의 일반 가정 아이들은 대학을 졸업하기 전에 취직에 대한 고민이 가장 크다 말하고, 취직이 거의 유일한 고민처럼 이야기하는데, ‘취직’과 ‘자립’이라는 두 가지 고민을 한꺼번에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에 하루하루 불안함 속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퇴소를 원치 않는 것도 아니고, 집을 달라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시설을 떠나 사회에 나갔을 때 오로지 ‘채찍’만을 경험하게 된다면, 또래들보다 뒤처지거나 더디게 성장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희는 항상 생각합니다. ‘편안하게 지낼 집이라도 있다면 짐을 좀 덜 수 있을 텐데….’ 퇴소를 하고 자립을 앞둔 시설 아동들이 사회에서 건강하게 성장하기 위해 자립센터 등의 지원이 좀더 많아졌으면 합니다. 그렇다고 모든 것을 지원에만 의존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만 최소한의 자립 발판이 우리에게 큰 힘이 된다는 점을 알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항상 꿈꿉니다. ‘또래 아이들과 나중에는 동등한 위치가 되는 것’, 그것이 꿈이고 목표입니다.

참여 문의 www.beautifulfund.org/dream18, 전화 02-766-1004, 무통장 입금 기부 참여 하나은행 272-910016-30604(예금주: 아름다운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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