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제 사용, 물 낭비, 모두 맞는 말입니다. 다회용품을 사용해도 일부 환경오염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죠. 그렇다면 일회용품과 다회용품 가운데 어느 게 더 환경에 안 좋은지 비교해보면 되겠군요.
우선 일회용 컵은 나무를 베고, 옮기고, ‘펄프→종이→컵’ 공정을 거치고, 제품을 배달하고, 사용 뒤 태우거나 묻는 과정을 거칩니다. 각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배출되고, 화학약품이 사용되기도 하겠죠. 또 다회용품의 경우엔 수돗물과 세제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배출되고, 컵 세척 과정에서 폐수가 나오겠군요.
이와 같은 과정을 전 과정 평가(LCA·Life Cycle Assessment)라고 한답니다. 해당 물품의 전 생애에 소요되는 에너지와 배출되는 오염물질 데이터를 총괄해 작성해보는 것이죠. 그런데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서 일회용 컵과 다회용 컵을 비교·분석한 LCA 연구는 아직 없는 것 같습니다. LCA에 근거한 탄소라벨링(물품마다 생산 과정에서 나온 이산화탄소 총량을 조사해 표기하는 일) 작업을 연구한 임송택(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박사과정)씨는 “종이컵 1개의 무게가 5g가량인데, 나무→펄프→종이→컵→소각 등 전 과정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종이컵 1개당 11g가량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합니다. 유감스럽게도 다회용 컵에 대해선 관련 연구가 이뤄지지 않아 정확한 비교는 힘든 상태라고 합니다. 하지만 임씨는 “일반컵이 종이컵보다는 훨씬 적을 것”이라고 덧붙입니다.
자원순환사회연대 김미화 사무총장도 비슷한 의견입니다. “다회용 컵 사용도, 일회용 컵 사용도 환경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치지만, 그 영향의 정도 차이가 크다”는 것입니다. 임송택씨도, 김미화 사무총장도 양비론에 빠지는 것을 경계합니다.
임송택씨는 이와 관련해 1990년대 국제적인 이슈가 됐던 ‘천기저귀-일회용 기저귀 논쟁’을 소개합니다. 천기저귀 옹호론자들이 일회용 기저귀의 반환경성을 비판하자, 세계 최대 일회용 기저귀 제조업체인 P&G에서 “천기저귀는 물을 오염시키지 않느냐. 어느 쪽이 더 환경에 안 좋은지 정량적으로 측정해보자”고 맞대응에 나섰다는군요. 그 결과, 일회용 기저귀는 폐기물을, 천기저귀는 폐수를 더 배출한다는 당연한(?) 결론이 나왔답니다. 결국 논의는 흐지부지되고 말았다는데, 누가 이득을 봤는지는 말씀 안 드려도 아시겠죠?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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