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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합시다] 소모임? 답사? 자원봉사? 취향 따라 실천 방법도 제각각

운동합시다
스텝 ③ 이상형 단체 찾아 이상적 참여 방식으로 실천 중인 시민들
등록 2009-12-30 17:40 수정 2020-05-03 04:25
운동합시다

운동합시다

<font color="#006699"> 찰떡궁합 시민단체도 소개받고 심연의 욕구도 파악했는데 아직도 망설이고 있습니까? 그럼 이제 ‘미래’를 엿보시죠. 여기, ‘이미 운동을 찾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동네 운동’에 나선 서울 토박이부터 ‘인권운동’에 나선 군인까지 사연도 가지각색입니다. ‘쇼핑몰 모델 자원봉사’부터 ‘천연 화장품 만들기’까지 방법도 다양합니다. 이들에게 운동하는 내 모습을 투영해보세요. 어느새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면,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길 안내를 종료합니다. 편집자</font>

“우리 나이에 같은 가치를 갖고 함께 갈 곳이 있다는 게 정말 행복한 일이다, 그치?”

염미숙(46)씨의 말에 피우진(54)씨가 맞장구를 쳤다. “맞아, 이렇게 모일 수 있다는 게 참 좋다.” 김은경(44)씨도 고개를 끄덕였다. 2009년 12월23일 저녁, 세 명의 중년 여성은 서울 중구 장충동 어귀를 거닐며 즐거워했다. 이들이 향한 곳은 인권연대 송년회장이었다.

인권연대를 찾은 ‘여군 3인방’의 웃음

이들은 같은 군부대 출신이다. 21년 전 처음 만났을 때 김씨는 김 소위, 염씨는 염 대위, 피씨는 피 소령이었다. 세 사람은 “상관 험담을 하며” 나이차를 뛰어넘어 친구가 됐다. 1989년 김씨가 전역했고, 10년 뒤인 1999년에 염씨가 전역했다. 또다시 10년이 흘러 2009년 9월, 피씨가 정년 전역을 했다.

21년 세월이 세 사람을 갈라놓을 수도 있었다. 이들을 묶어준 건 ‘운동’이었다. 군인 시절부터 인권에 대해 고민하던 이들은 군대 문화를 비판적으로 바라봤다. 지난 2006년 11월, 당시 중령이던 피우진씨가 유방암에 걸려 양쪽 가슴을 도려냈다는 이유로 원치 않는 퇴역을 하게 되면서 세 사람은 ‘인권운동’에 박차를 가했다.

국방부를 상대로 한 소송을 진행하면서 세 사람은 인권연대에 가입했다. 인권연대는 ‘인권이 무엇보다 소중하다는 생각을 실천에 옮기는’ 단체다. 운동을 함께하며 우정도, 인권 감수성도 키워나갔다. 든든한 동지들 덕에 피씨는 승소해 1년7개월 만에 복직했고 무사히 정년을 채울 수 있었다.

이제 옛 친구들은 옛 추억을 떠올리기보다 미래를 말한다. 인권연대 소식지를 같이 받아보고 단체에서 마련한 수요대화모임, 영화모임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도 참여하다 보니 얘깃거리도 끊이지 않는다. 피씨는 “인권연대에 오면 살아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옛 친구들과 함께 운동하며 늙어갈 인생이 기대된다.

인권연대 송년모임에서 ‘여군 3인방’이 환하게 웃고 있다. 왼쪽부터 피우진, 김은경, 염미숙씨, 그리고 염씨의 딸 김다진양. 이들 뒤로 인권연대 사진 소모임 회원들이 찍은 사진이 보인다(왼쪽). 공정무역을 추구하는 사회적 기업인 ‘페어트레이드코리아’에서는 인터넷 쇼핑몰 모델 자원봉사를 할 수 있다. 오른쪽 사진 왼쪽이 김성희씨. (왼쪽부터) <한겨레21> 윤운식 기자·페어트레이드코리아 제공

인권연대 송년모임에서 ‘여군 3인방’이 환하게 웃고 있다. 왼쪽부터 피우진, 김은경, 염미숙씨, 그리고 염씨의 딸 김다진양. 이들 뒤로 인권연대 사진 소모임 회원들이 찍은 사진이 보인다(왼쪽). 공정무역을 추구하는 사회적 기업인 ‘페어트레이드코리아’에서는 인터넷 쇼핑몰 모델 자원봉사를 할 수 있다. 오른쪽 사진 왼쪽이 김성희씨. (왼쪽부터) <한겨레21> 윤운식 기자·페어트레이드코리아 제공

황인수(32)씨는 서울 마포구에서 반찬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마포에서 태어나 초·중·고등학교를 모두 마포 지역에서 다닌 ‘마포 토박이’다. 지금도 마포구에 살고 있다. 축구를 좋아하는 그는 ‘FC 서울’의 서포터스이기도 하다. 그렇게 “별일 없이 살던” 황씨가 운동을 시작했다. 공덕시장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봐온 동네 시장마저 재개발 광풍에 휩싸이게 됐다는 소식을 3년 전부터 들었다. 황씨는 마음이 심란했다. 이미 공덕시장 인근에는 허름한 건물들이 헐리고 주상복합빌딩이 여기저기 세워지고 있었다. 동네는 점점 옛 모습을 잃어갔다. 황씨는 “지역 유산이자 사람들이 모여 소소한 정을 나누는 공간인 공덕시장을 왜 헐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는 공덕시장 상인들과 함께 문화연대에 가입했다. 문화연대는 ‘문화권리와 문화민주주의의 확대를 기획하고 실천’하는 단체다. 최근에는 재개발 대응 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후 황씨 스스로 대형마트를 끊고 공덕시장을 더 자주 이용했다. 문화연대가 공덕시장에서 캠페인을 벌이는 날엔 옆에서 박수를 크게 쳤다.

그가 꿈꾸는 ‘마포’는 지역 안에서 모든 걸 해결하는 공동체다. 녹지를 가꾼다고 잔디를 심기보다는 그 자리에 무·배추를 심어 함께 먹는 동네를 만들고 싶다. 부모님은 그가 ‘운동’을 한다고 걱정하지만 그는 ‘운동’ 덕분에 즐겁다. 황씨는 “혼자 외치면 아무도 안 들어주지만 같이 하면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다”며 “그게 운동의 재미”라고 말했다. “동네 할머니들이 마포 사람은 멀리 못 떠난대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계속 마포에 살면서 꾸준히 지역을 위한 운동에 나서려고요.” 그의 소박하고도 큰 꿈이다.

‘내가 원하는 운동’을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하면 즐겁다. 시민단체에 회원 가입을 하면 단돈 1천원의 월 회비를 내는 일부터 시민단체가 마련한 각종 행사에 참여하는 일, 자원봉사·집회에 참가하는 일 등 다양한 운동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자원봉사나 소모임 활동, 회원끼리 함께하는 토론과 집회는 운동에 생명력을 부여한다.

공정무역 상품 모델·십시일반 기부도 ‘운동’

대학생 김성희(21)씨는 ‘인터넷 쇼핑몰 모델’이다. 예쁜 옷을 입고 사진을 찍는 일이 그에겐 운동이다. 그가 입은 옷은 생산자가 직접 실을 뽑고 천연 염색한 공정무역 상품이다. 공정무역은 노동 착취나 환경 파괴 없이 윤리적으로 만들어진 물건을 소비하자는 운동이다.

김씨가 옷을 입고 포즈를 취하면 그 사진이 사회적 기업인 ‘페어트레이드코리아’ 인터넷 쇼핑몰에 올라간다. 스튜디오에서 모델처럼 포즈를 취하는 일이 처음에는 쑥스러웠지만 갈수록 자신감이 붙었다. 옷맵시도 뽑내고 공정무역 상품도 홍보할 수 있으니 김씨에겐 1석2조의 운동 방법이다. 지난 겨울방학 때는 페어트레이드코리아에서 디자인팀 인턴으로 일하기도 했던 그는 사회적 기업과 공정무역에서 미래의 희망을 본다.

서울 용문중학교 3학년 5반 학생들이 바자회를 열어 번 수익금의 일부를 녹색연합에 기부했다. 기부금을 넣은 겉봉투에 김민수 교사가 학생들을 대신해 편지를 썼다. 녹색연합 제공

서울 용문중학교 3학년 5반 학생들이 바자회를 열어 번 수익금의 일부를 녹색연합에 기부했다. 기부금을 넣은 겉봉투에 김민수 교사가 학생들을 대신해 편지를 썼다. 녹색연합 제공

후원금을 내거나 기부하는 일은 운동의 기본 영역이다. 시민단체는 저마다 회비에 대한 원칙을 세운다. 회비 납부에 제한을 두지 않는 ‘학벌 없는 사회’와 같은 단체도 있고, 여성환경연대처럼 ‘학생 회원은 5천원, 일반 회원은 1만원부터’라고 기준을 못박기도 한다. 대부분의 시민단체는 정기 회비 외에 따로 후원금을 내는 시민들에게도 창구를 열어두고 있다.

2009년 10월, 중학교 사회교사 김민수(32)씨는 학생들과 함께 운동을 했다. 학교에서 바자회를 열었다. 그가 담임을 맡은 3학년 5반 학생들이 각자 집에서 물건을 가져와 사고팔았다. 500원~3만1천원까지 다양한 가격이 붙은 물건은 모두 팔렸다.

그 수익 전액을 각자 갖는 대신 수익금의 10% 안에서 기부를 하기로 했다. 35명의 아이들이 낸 돈을 봉투에 담아 어느 곳에 기부할 것인지 결정하기 위해 학급회의를 열었다. 학생들은 “환경단체에 기부하자”고 뜻을 모았다. 봉투는 환경단체인 녹색연합에 전달됐다. 녹색연합은 ‘3학년 5반’ 이름으로 기부금 영수증을 발행했다. 학생들은 이 영수증을 돌려보며 뿌듯해했다. 그 모습을 본 김 교사도 뿌듯했다.

김 교사가 녹색연합과 인연을 맺은 것은 2002년, 대학생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미군이 산에 낙서한 것을 지우고 다니는 단체가 있다는 기사를 보고 녹색연합을 찾았다. 녹색연합 회원이 된 뒤 산에 다니는 소모임인 ‘녹색친구들’ 활동을 열심히 했다. 소모임에서 를 낸 것도 자랑이다. 그는 “소모임에 가입해 활동하면 회원끼리 금세 끈끈해져 더 재밌게 운동할 수 있다”고 추천했다. 소모임 활동은 그가 10년 가까이 운동을 하게 해주는 원동력이다.

회원 사이가 끈끈하다 보면 일을 내기도 한다. 회원들끼리 모여 새로운 운동을 시작하는 것이다. 1986년 환경운동연합의 전신인 공해반대시민운동협의회가 ‘공해추방을 위한 여성교육’ 강좌를 열었다. 평범한 주부들이 참석했다. 서로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니 시너지가 발생했다. 강좌 수강생들이 모여 단체 산하 여성위원회를 새로 만들었다. 단체 이름의 변경을 거쳐 현재 서울환경연합 여성위원회로 이어지고 있다. 서울환경연합 여성위원회는 얼마 전 란 책을 출간했다. 수박 껍질로 보습력 강한 스킨을 만드는 노하우 전수부터 주방에서 일회용품을 치우자는 제안까지 여성의,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환경 서적이다.

시민운동의 방법은 시민단체 개수만큼이나 다양하다. 사무실에 찾아가 인사하는 것도 운동이다. 녹색연합에서는 홀수달 넷쨋주 토요일에 ‘신입회원 한마당’이 열린다. 녹색연합에 회원 가입은 했지만 정확히 무엇을 하는지, 어떤 사람이 일하는지 잘 모르는 회원들끼리 모여 친환경 음식도 나누며 ‘녹색생활 기본기’를 익힌다.

맛있는 음식을 나눠 먹는 것이 시민운동이라면 믿어지는가. 다산인권센터는 1년에 한 번, 김장김치가 시어갈 때쯤인 2월께에 ‘손 큰 언니·오빠들의 만두잔치’를 연다. 고기만두와 버섯채식만두를 회원들과 함께 만들어 먹는 날이다. 먹다 보면 운동의 길이 열린다. 다산인권센터에는 채식요리 동아리가 있다. 2주에 한 번씩 모여 채식 요리를 해서 함께 먹는다. 이 단체 회원이 되면 방송 진행도 운동의 일환이 된다. 누구든 신청만 하면 웹라디오 방송 ‘인파 속으로’의 하루 DJ가 되어 자신의 인권 이야기를 버무려 음악을 틀어주는 방송인이 된다.

인권연대 회원들은 한 달에 한 번씩 모여 영화를 본다. 단체 내 소모임인 사진 동아리는 송년회 때 사진전을 열고 판매대금을 버마 민주화운동 단체에 기부했다. 시민단체인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에도 작은 소모임들이 있다. 매달 북한산국립공원 진관내동 습지에서 새를 관찰하는 모임도 있고, 사철 푸른 상록수에 대해 연구·공부하는 모임도 있다.

여성환경연대에서는 ‘느리게 걷기’라는 소모임이 인기다. 이름 그대로 회원들이 서울 시내 소소한 장소에 모여 느리게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이다. 산책의 즐거움을 더 만끽하려면 문화연대의 운동에 가담해도 좋다. 문화연대 회원들은 정기적으로 문화유산·도시공간·생태환경과 관련된 답사를 간다.

“나이·성별 넘어 ‘살아있는 느낌’ 즐길 수 있어”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은 의 왜곡·허위 보도를 바로잡기 위해 광고주 불매운동의 일환으로 ‘삼성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다. 시민들은 ‘삼성불매 펀드 적립’에 참여할 수 있다. 각자 삼성제품 대신 다른 회사의 제품을 구매한 뒤 그 가격을 언소주 카페(cafe.daum.net/stopcjd) 게시판에 올리면 금액이 적립된다. 2009년 12월22일 현재 193일간 97억1371만원이 적립됐다.

인권단체에 가입한 한 현직 경찰관은 “경찰이기 이전에 시민이기 때문에 시민단체에 가입했다”고 말했다. 직업이 무엇이건, 나이가 몇 살이건 운동에 나선 시민들의 한결같은 소감이 있다. “살아 있다는 느낌과 즐거움”이다. 시민운동은 그 즐거움에 뿌리를 둔다. 박진 다산인권센터 활동가는 “삶 속에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모든 시민들이 크고 작은 시민단체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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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nt color="#C21A8D">고백해주세요
3단계 스텝을 모두 밟으셨다면 이제 ‘고백’해주세요. 이름하여 ‘나의 운동기 고백’입니다. 당신이 어떻게 운동을 시작하게 됐는지, 실제 해보니 어떤지 간단한 사연을 적어 로 보내주세요. 지면을 통해 다른 독자들과 나눌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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