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은 트럼프 좋을 대로 끝낼 생각이 없다

2026년 8월3일 대형 반미 걸개그림이 내걸린 이란 수도 테헤란의 엔켈랍 광장을 청년들이 지나고 있다. EPA 연합뉴스
2026년 2월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침공했다. 개전 40일째인 4월8일 미국은 돌연 잠정 휴전을 선언했다.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협상이 이어졌지만, 협상은 쉽지 않았다. 크고 작은 충돌이 이어졌다. 마침내 6월17일 파키스탄 등의 중재로 미국과 이란은 14개항에 이르는 이른바 ‘이슬라마바드 양해각서’를 체결하며 휴전을 공식화했다. ‘악마’는 언제나 후속 협상에 숨어 있다. 미국과 이란은 양해각서 체결 50일째를 맞은 8월6일까지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그사이, 전쟁의 양상이 달라졌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일방적 ‘이란 때리기’는 끝났다. 전쟁은 길고, 또 넓게 번질 기세다.
양해각서 체결 직후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특유의 협박 외교를 지속했다. ‘지옥의 문’과 ‘석기시대’란 허망한 위협을 줄줄이 남발한 터다. 이란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휴전 이후에도 미국이 때리면, 이란은 맞받았다. 7월11일부터 23일까지 미국은 13일 연속으로 이란 각지에 맹폭을 퍼부었다. 이란은 중동 주둔 미군기지가 있는 페르시아만 연안국가를 비롯한 미국 동맹국을 공격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규모의 공습”을 예고하던 트럼프 대통령은 7월24일 돌연 “외교에 힘을 싣겠다”며 대이란 공격 중단을 선언했다. 왜 그랬을까?
미국 시비에스(CBS) 방송은 8월4일 국방부 소식통의 말을 따 “미군이 이란 전쟁 기간에 세계 각지에 비축해둔 정밀 타격 미사일 대부분을 소진했다”고 보도했다. 대표적 사례가 최대 300㎞ 떨어진 표적을 타격할 수 있는 중량 1670㎏의 단거리 정밀 타격 탄도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다. 미국의 지원으로 우크라이나군이 주로 러시아 본토를 타격할 때 사용하는 무기다. 이란 전쟁이 우크라이나의 전황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뜻이다. 미군의 장거리 정밀 타격 미사일 보유량도 사실상 바닥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2026년 7월3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뉴저지주 모리스타운 공항 활주로를 지나며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고 있다. REUTERS
이른바 ‘방어용 미사일’도 80% 이상 소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란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응할 패트리엇미사일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용 요격미사일 보유량도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7월27일 펴낸 보고서에서 “전쟁 전날(2월27일) 2330기였던 미군의 패트리엇미사일 보유량은 잠정 휴전 당일 1030기까지 줄었고, 7월27일 현재 보유량은 759~827기 수준”이라며 “전쟁 전 452기였던 사드용 미사일 보유량도 현재 절반 가까이 줄어든 234~278기에 그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군이 공격하고 이란이 보복공격에 나서는 악순환을 지속할 수 없는 상황이란 뜻이다.
“미군은 세계 최강이다. 대통령이 선택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갖추고 있다.” 숀 파넬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CBS 보도에 대해 이렇게 반박했다. 그는 “수많은 성공적 작전을 수행했고, 동시에 미국민과 미국의 국익을 지키기 위한 방대한 무기고를 갖추고 있다”고 주장했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도 미사일을 비롯한 탄약 비축량 부족 사태에 대해 ‘가짜뉴스’라고 일축한 바 있다. 어디까지가 진실일까? 시엔엔(CNN) 방송은 8월5일 복수의 소식통 말을 따 “미사일 등 탄약 부족 사태에 대한 경고와 이란의 에너지 관련 시설을 포함한 핵심 인프라 공습의 부정적 효과, 여기에 페르시아만 연안국가의 우려까지 겹치면서 트럼프 행정부 내부 강경파까지 대통령에게 대이란 공습 중단을 조언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11월3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출렁이는 유가도 골칫거리다. 양해각서 체결 직후 배럴당 70달러대로 떨어졌던 국제유가는 미국의 ‘13일 공습’ 기간에 다시 100달러를 돌파한 바 있다. 이란 전쟁을 공식 종료하지 못하는 한 국제유가 널뛰기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 급한 건 트럼프 대통령이지 이란이 아니란 뜻이다. 제이디 밴스 부통령은 8월5일 폭스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국제유가가 오늘 배럴당 79달러인 것으로 안다. 유가는 곧 떨어질 것이고, 낮은 상태로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이란과의 협상이 매우 까다롭지만, 결국 타결에 이를 것이다. 이란은 핵무기를 보유할 수 없을 테고, 미국은 전쟁 이전보다 훨씬 입지가 강화될 것이다. 아직은 경기의 중반전을 지나고 있다. 섣불리 경기 결과를 예측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불안하단 뜻이다.
그럴 만하다.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전황이 달라지고 있어서다. 첫째, 이란의 전략이 달라졌다. 2025년 6월 ‘12일 전쟁’ 때도, 2026년 2월 말 개전 이후에도 이란의 전략은 동일했다. ‘때리면 우리도 맞받을 수밖에 없다’는 기조였다. 7월11~23일 미군의 ‘13일 연속 공격’ 때도 그랬다. 더는 아니게 됐다. 미국 중부사령부(CENTCOM)은 7월28일 밤 소셜미디어 엑스(X)에 올린 성명에서 “미국 동부 표준시각 오늘 오후 5시45분께(요르단 시각 7월29일 0시45분)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중동 주둔 미군을 겨냥한 기습적인 탄도미사일 공격을 시도했다. 발사된 모든 미사일을 성공적으로 요격했다”고 밝혔다. 혁명수비대 쪽도 성명을 내어 “미국의 국익 침해가 계속되는 한 우리의 저항도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2026년 8월2일 이란의 각 정당 인사들이 참가한 모임에서 발언하고 있다. UPI 연합뉴스
“미국은 더욱 강하게 때리겠다. 이란은 호되게 당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7월28일 폭스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직후 브렌트유는 전날 대비 5.8% 상승한 배럴당 86.82달러를 기록했다. 7월29일 새벽 3시30분께 미군은 이란에 대한 보복공습을 단행했다. 이란 쪽은 요르단 주둔 미국 공군기지로 탄도미사일을 쏘아올렸다. 혁명수비대는 성명을 내어 “미국 알아즈라크 공군기지에 미사일 공격을 가해 미국 전투기 F-35 3대를 파괴하고 미군 관계자들을 사살했다. 마지막 미국 점령군이 이슬람 영토에서 축출될 때까지 투쟁은 계속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격과 수비가 바뀐 셈이다.
둘째, 전쟁의 판세가 달라지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이란 초기 형세가 중동 전체의 ‘분쟁 지역화’로 나아가고 있다. 변화의 핵심에 예멘의 후티 반군(안사르알라)이 있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후티 반군은 예멘 수도 사나를 포함해 국토의 7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후티 반군 쪽은 8월5일 성명을 내어 “홍해 북부 얀부 연안에서 탄도미사일 여러 발을 발사해 사우디아라비아의 유조선 와파호를 성공적으로 타격했다”고 주장했다. 이란 전쟁 초기부터 ‘참전’을 예고했던 후티 반군이 실제 전쟁의 당사자를 자처하는 모양새다.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아라비아반도의 동쪽엔 호르무즈해협, 서쪽엔 바브엘만데브해협이 있다. 호르무즈해협은 쿠웨이트와 이라크 남단에 막혀 있지만, 바브엘만데브해협은 홍해를 거쳐 수에즈운하를 통해 지중해로 연결된다. 전쟁으로 호르무즈가 막힌 뒤 사우디아라비아는 동서파이프라인을 통해 서부 얀부항으로 원유를 옮긴 뒤 수에즈와 바브엘만데브를 통해 원유를 수출했다. 비용이 좀더 들었을 뿐, 전쟁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았다는 뜻이다.
바브엘만데브가 막히면 상황이 달라진다. 수에즈를 통한 유럽 수출은 아무 문제가 없지만, 아시아 수출길은 심각해진다. 얀부에서 출발해 수에즈를 거쳐, 지중해를 지나, 대서양을 통해 아프리카 최남단 희망봉을 경유해야 인도양으로 나아갈 수 있다. 원유 수출의 비용과 시간이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세계 원유 해상 운송량의 11%, 천연가스의 8%가 바브엘만데브를 통과한다. 이란의 호르무즈가 후티의 바브엘만데브란 뜻이다.
“사우디아라비아가 후티 반군을 겨냥한 대규모 군사작전을 준비하고 있다. 해상 공격뿐 아니라 지상전까지 고려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7월30일 예멘 당국자의 말을 따 이렇게 보도했다. 예멘 동쪽 국경지대에 주둔 중이던 사우디아라비아 병력이 갑자기 철수해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우디는 홍해 해상 이동의 자유를 지원할 다국적군 구성도 추진하고 있다. 이란 전쟁 초기부터 개입을 극도로 꺼렸던 사우디가 후티 반군의 도발 속에 본격적으로 ‘참전’을 준비하는 모양새다. 이 전쟁을 대체 어쩔 텐가?
“이란으로선 평화보다 미국과 제한적인 장기전을 치르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할 게다.”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7월30일 이렇게 보도했다. 방송은 “이란의 목적이 휴전이었다면, (미국의 공격 중단 이후) 요르단 주둔 미군기지를 공격한 이유를 설명할 방법이 없다. 하지만 이란 지도부가 통제 가능한 범위에서 미국과 갈등을 지속하는 게 국익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면, 얼마든지 가능한 행위다. 위험이 따르더라도 얻는 게 많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전쟁은, 힘으로 앞선다고 이길 수 있는 게 아니다.

2026년 8월3일 오만 무산담 항구에서 바라다본 호르무즈해협 모습. REUTERS
전쟁 전 ‘악마’는 이란의 핵무기 개발 계획이었다. 전쟁이 시작된 뒤 ‘악마’의 정체가 달라졌다. 세계 원유·천연가스 해상 운송량의 20%를 점하는 호르무즈해협이 ‘악마’가 됐다. 바브엘만데브의 호르무즈가 있어야 가능한 위협이다. 미국은 “이란과 막판 협상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 협상은 호르무즈의 남북 연안국가인 오만과 이란이 하고 있다. 아랍 위성방송 알자지라는 8월6일 “두 나라 간 협상이 막바지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호르무즈 진입은 이란 쪽 항로, 진출은 오만 쪽 항로로 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이란 쪽은 화물량의 7%를 ‘유지비’로 거두겠다고 주장한다. ‘유지비’는 이란과 오만의 ‘반띵’을 제안했단다.
전쟁으로 이란은 뭘 얻었나? 1979년 이후 유지돼온 미국의 제재가 해제된다. 원유 수출도 정상화된다. 게다가 호르무즈해협 통행료란 망외의 이익도 거뒀다. 미국은 뭘 얻었을까? 2001년 중단됐던 이란의 ‘핵무기 개발’ 계획을 다시 중단시켰고, 자유로운 통항이 가능했던 호르무즈해협에 ‘유지비’를 부과하게 됐다. 미국의 군사적 위협에 움츠러들 상대는 더 이상 없게 됐다. ‘장대한 분노’가 덧없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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